러브 모노레일 - 제1.2회 타임리프 공모전 수상 작품집
윤여경 외 지음 / 황금가지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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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이라는 일본 드라마가 있습니다. 어떤 사건이 벌어진 후 좌절하는 주인공에게 '앙리(타나카 나오키)'가 나타나 리셋하겠냐고 묻죠. 고개를 끄덕이는 주인공을 그의 인생 어떤 한 지점으로 되돌려 놓습니다. 그 시점에서부터 다시 인생을 살아가는 주인공. 매회 다른 주인공들이 앙리의 속삭임에 넘어가지만 대부분 끝이 좋지 않습니다. 한 번은 시간 되돌리기를 거부한 사람도 있었는데요. 그때 적잖이 감동했던 기억이 납니다. 결국 드라마 전편을 다 보고 나서 '이 자식 앙리, 분명 친절한 악마일 거야.'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과연 시간을 되감기 한다고 해서 지금과는 다른,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요? 글쎄요. 저는 시간을 되감아 본 적도, 시간 여행자도 만나 본 저기 없기에 잘 모르겠습니다. 실은 이미 만났었지만, 시간의 축이 틀어져서 기억을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요.


가끔 그런 상상을 합니다. 시간을 되돌려본다면 어떨까. 실제로 해 볼 수 없기에 영화나 소설, 만화의 도움을 받습니다. 과거로 날아가 시대에 갇혀버리는 것도 재미있어하지만, 반복되는 시간의 바퀴 위에 얹혀 있는 것도 좋아합니다. 패럴렐 월드 한쪽에서 벌어진 일 때문에 다른 쪽에 영향이 생기는 것도 좋아하고요. 어쩌면, 제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사랑했던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거나, 차라리 그를 만나기 전의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을지도 몰라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라도 내가 구하지 못한 사람을 지켜주고 싶은... 그런 가슴 아픈 사연을 안고 있을지도 모르죠. 아니면 인생의 어느 지점으로 시간을 되돌려 정정하며 살고 싶을 때도, 아니... 이건 저도 가끔 그렇긴 한데요. 잠시 상상하다가 이내 포기합니다. 왜냐하면, 되돌아간다고 하더라도 결국 지난 세월을 다시 살아가야 하는데, 그럴만한 용기나 배짱이 없어요. 그때보다 인생을 더 살았기에 오히려 겁이 많아진 저는, 지금보다 더 씩씩할 자신이 없거든요. 게다가 악연이라도, 그들 중 한 사람만이라도 내 인생에서 빠져버린다면, 제일 사랑하는 딸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저를 작아지게 만들어요. 시간을 다시 산다고 해서 운이 반드시 정방향으로 흐른다는 보장이 없잖아요. 그러니 저는 두렵습니다. 제 자신이 시간 여행자가 되는 꿈은 이미 몇 년 전에 접었어요.


직접 여행하는 대신 앞으로도 책이나 영화, 만화의 도움을 받을 겁니다. 이번에 읽은 <러브 모노레일>처럼요. 이 책은 '제1,2회 타임리프 공모전'의 수상 작품집인데요. 각기 개성 있는 단편들이 모여 있습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과거를 바꾼다면...이라는 상상력으로 쓰인  글들이 저의 상상력 역시 증폭시켰는데요. 사랑에 관한한 상대를 만났던 것을 후회해 본 적이 없었기에 - 후회는 하지 않고 마음을 닫아버리는 쪽을 선택했지만요 - 저에겐 표제작 '러브 모노레일'의 이야기가 수많은 레고 인형들을 늘어놓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역시 사랑 이야기는 사랑할 수 있을 때 읽어야 하나 봅니다. 

대구 지하철 참사와 세월호가 동시에 떠올라 기분이 우울해진 '그날의 꿈'. 주인공 같은 생각이나 꿈을 꾸는 사람들이 정말로 있을 거예요. 돌아갈 수만 있다면. 사건을 막을 수만 있다면.....



그러자 후회가 - 진동했다. 진동은 세상에 파동을 일으켰다. 육면체 따위를 평면에 펼쳐 그리는 것과 비슷하면서 더 복잡한 과정이 파동의 너울마다 일어났다. 선택은 세상에 흔적을 남긴다. 발자국을 찍는다. 여태 찍어 왔던 발자국이 세상과 함께 다시 펼쳐지고 있었다.

-p.214

 


'세이브','어느 시대의 초상','별일 없이 산다' 모두 재미있고, 흥미롭고... 그리고 생각할 만한 것들이 있었지만 저는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가 정말 슬펐어요. 운명의 수레바퀴 위해 올라앉은 그들이 무척 안타까웠습니다. 



비 오는 날, 차가운 더치커피 한 잔과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읽으면 좋을 단편집 <러브 모노레일>. 두께도 적당하고 단편집이라 휴가철에 읽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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