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아들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72
로이스 로리 지음, 조영학 옮김 / 비룡소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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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전달자>, <파랑 채집가>, <메신저>를 이어 로이스 로우리의 SF 4부작을 마무리 짓는 <태양의 아들>을 읽었습니다. 

전편의 <메신저>가 너무 마음 아프게 끝나서 이런 디스토피아들이라니. 이젠 더 이상 상대하지 않겠어!!!라는 마음과 3부작이라더니 왜 한 편 더 추가한 거야. 싫어!...라는 마음이 겹쳐서 이 책을 읽지 않으며 버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연히 찾아주신 '준이'라는 분께서 4부가 무척 재미있으며 가브리엘이 나온다고 하시더군요. 

<기억 전달자>에서 조너스가 필사적으로 구하려 했던 아기 가브리엘. 육아동에 근무하던 아버지가 밤에 잠을 잘 못 자고 소란을 피우는 아기를 집에 데리고 와서 함께 자곤 했던 인연으로 조너스는 그 아기에게 정을 주지만, 결국 부적응자로 아기는... 그러니까 세상에서 사라지게 될 운명이었죠. 그래서 조너스는 아기를 데리고 도망을 칩니다. 자신들의 이상한 세상에서.


조너스의 마을은 무채색입니다. 색도 없고, 음악도 없고, 연애도... 심지어 자신의 아이를 갖지도 않습니다. 모든 감정이 배제된 무채색의 마을이지요. 감정이라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에 그들은 아침마다 지급된 환약 같은 것을 먹고 완벽한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의복조차 통일되어 있어서 매일 아침 깔끔하게 세탁된 옷이 지급되고 입었던 옷은 수거해갑니다. 직업은 열두 살 때 정해지는데, 각자의 건강 상태나 개성에 맞는(그런 게 존재하는지 모르겠지만) 직업을 12월 기념식에서 정해줍니다. 모두들 자신의 직업을 자랑스러워하지요.

<태양의 아들>에 등장하는 클레어라는 소녀는 열두 살 때 출산동으로 배정받습니다. 건강관리로 몸을 최적화 한 후 인공수정을 통해 임신하고 출산하는 것이 그녀의 임무인데요. 보통 세 번의 출산을 하고 나면 다른 곳으로 임무 이동하게 된다고 합니다. 클레어는 겨우 14살에 출산을 앞두고 있습니다. 끔찍한 일이지만, 이곳에선 흔한 일인가 봅니다. 그녀는 '상품'을 출산하던 중, 자연분만에 실패. 제왕절개를 합니다. 그리고 부적격 판정을 받아 출산동에서 퇴소하고 어류 부화장으로 이동하지요. 클레어는 커다란 상실감을 가슴에 안고 있습니다. 감정을 다스리는 환약을 지금껏 먹어본 적이 없었기에 다른 사람과는 다른 감정을 갖고 있나 봅니다. 환약을 먹을 나이가 되기 전에 출산동에 입소했고, 임신 기간에는 약을 먹지 않기 때문에 모든 감정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출산 후 몇 주가 지나면 다시 임신 가능하게 될 때까지 환약을 먹는 모양입니다만, 클레어는 결국 계속 약을 먹지 않기로 합니다. 자신이 낳은 아기가 36번 아기라는 걸 알게 된 클레어는 육아동을 기웃거립니다. 미련을 끊지 못하지요. 자원봉사자인척하며 자신의 아이를 안아주고 재우며 정을 줍니다. 조너스가 열두 살, 기억 전달자로 정해졌을 때, 클레어의 아기는 부모를 배정받았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기에 양육동에 남았습니다. 일 년의 유예기간을 주기로 한 것이죠. 네, 그래요. 클레어의 아기가 바로 그 아기 가브리엘이었습니다. 조너스가 데리고 도망을 간 그 아기.

일 년의 유예 기간 후에도 배정받지 못해 죽을 운명에 처한 아기를 데리고 조너스가 도망을 쳤다는 이야기를 들은 클레어는 무작정 바닷길을 통해 아이를 찾아 떠납니다. 험난한 파도가 그녀를 삼키고 표류 끝에 기억을 잃은 채 한마을에 도달하는데, 그곳에서 색과 음악을 배웁니다. 처음 본 것들 들은 것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감정을 배우지요. 


그곳에서 그녀는 많은 것들을 배우고 익히고 알아가다 기억을 찾습니다. 그리곤 아들을 찾기 위해 몇 년의 세월 동안 스스로를 단련합니다. 아들을 찾으려면 험한 암벽등반을 해야 하거든요. 혼자의 힘으로 말이죠. 결국 그녀는 산을 오르고 그 꼭대기에서 거래 마스터를 만납니다. <메신저>에서 새로운 조너스의 마을을 황폐화 시키고 맷티를 슬픈 운명으로 밀어 넣었던 그놈 말입니다. 그녀는 아들을 찾기 위해 그와 거래를 합니다. 아들을 만나게 되는 대신, 자신의 젊음을 내줍니다. 


젊음을 내주고 아들을 선택한 클레어. 그것은 과연 옳은 선택이었을까요?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그러나 결국 우리 모두는 자신의 젊음과 아이의 성장을 맞바꾸고 있지 않은가... 그것이 좀 가속화된 것일 뿐이라고 억지로 납득하며 다시 페이지를 넘깁니다. 아마 클레어도 그랬을 겁니다. 언젠가는 늙게 되니 사랑하는 아들의 성장을 보고 싶었을 겁니다. 

노파가 된 그녀는 자신이 엄마라고 당당히 나설 수는 없었지만 아들을 멀리서라도 지켜보고 싶었을겁니다.


<태양의 아들>은 기억 전달자의 세상에서 시작해 메신저의 세상에서 끝을 맺습니다. 

결국은, 잘 됐습니다. 그 뒤 어찌 되었나를 이야기하고 싶지만, 이러다가 책을 전부 알려주고 말 것 같아서 꾹 참아봅니다. 하지만, 잘 되었단  이야기는 하고 싶네요.

너무나 마음을 아프게 만들었던 3부작에 <태양의 아들>을 더한 덕분에 비로소 나도, 작가도, 클레어도... 모두 구원을 받은 것 같습니다. 로이스 로리는 이 소설을 쓰면서 언젠간 만나게 될... 공군이었던 아들을(군 복무 중 사망한) 생각하며 글을 썼다고 하더군요. 책 속에서 클레어의 상실감은 작가의 상실감이었을겁니다. 어떤 역경이 닥쳐와도, 내가 이내 죽는다 하더라도 아들을 만날 수만 있다면....

이 책은, 사랑이었습니다. 악을 이길 수 있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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