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요리하고 싶었던 남자 - 현대사회가 낳은 불안과 광기에 관한 특별한 관찰기
마갈리 보동 브뤼젤.레지 데코트 지음, 이희정 옮김 / 푸른지식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삶이란 거품처럼 부드럽고 약한 구체 같다. 어떤 이들은 삶의 바깥쪽에 매혹되고 사로잡힌다. 그 곳에는 알 수 없고, 말로 표현 할 수 없고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소멸이 있다. 죽음에 대해서 우리가 확인 할 수 있는 건 결과 뿐이다. 산 사람의 세계에 속해 있지 않은 죽음의 본질을 우리는 모른다.

-p.161~162


제가 이 책을 선택했을 때, 역자와 같은 착각을 했습니다.

올리버 색스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와 비슷한 정신의학 교양서라고 짐작하고 말았거든요.

그러나 이 책은 정신과적 문제가 있는 사람들의 끔찍한 범죄 이야기가 들어 있는 책이었습니다.

제목 그대로의. 정말 엄마 머리를 잘라 요리를 하고 싶었던, 그러나 요리 과정 중에 체포되고 만 남자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한 수 많은 범죄 이야기였습니다.


나는 어머니의 목을 졸랐어요. 그전에 어머니를 흠씬 두들겨 팼는데, 어머니가 내 앞에서 또다시 뻔뻔스럽게 거짓말하는 것 같았거든요. 나는 어머니를 확실히 죽이고 싶어서, 어머니의 목을 잘라냈어요. 그런 다음 머리를 여러 가지 향신료와 함께 냄비에 집어넣었지요. 어머닌 아버지를 서서히 죽이고 싶어 했어요. 그래서 먹을 걸 전혀 만들어주지 않거나, 작은 접시에 담아줬죠. 아버지는 어머니가 준 음식을 보고 화를 냈어요. 나는 어머니가 귀신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생각해요. 직장에서 승진한 다음부터 그렇게 된 거예요

-p.21


<엄마를 요리하고 싶었던 남자>는 법의학자이자 정신의학 전문의 마갈리 박사의 실제 진료 기록을 바탕으로 소설가 레지 데코트가 쓴 책인데요.

그들이 사건을 저지르기 전에 분명히 많은 전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미리 눈치채지 못했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바람에 결국 그들은 살인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미수에 그친 사건들도 있었지만, 피해자는 대부분 가까운 사람이었기에 피해자도(만약 살아남았다면) 가해자도 모두 충격을 받습니다.

어긋난 사고로 인한 편집증 환자의 망상도, 체계없이 부조리하며 파편적이고 분열적인 조현병 환자의 망상도 모두 그들을 불행하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왜 이런 책을 좋아하는 걸까요?

'이상한'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일까요.

아니면 내 안의 '이상한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 일까요.

그렇지 않아도 불안정한데 도처에 의외로, 이런 이상한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 저를 더욱 두렵게 만듭니다.

이 책은 에너지 소비가 많은 책인가봅니다.

배가 고파오는 걸 보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