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나 옳다
길리언 플린 지음, 김희숙 옮김 / 푸른숲 / 201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길리언 플린의 소설은 나에게 늘 묘한 불편감을 주고 시작합니다.

가면을 쓰고 살아가고 있음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기 때문일까요. 가면 아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만은, 실제의 저와 보이는 저의 차이가 너무나 심하다고 생각하고 있기에 자꾸만 끌려 올라가는 가면을 아래로 당기기 바쁩니다.


<나는 언제나 옳다>의 주인공 '나'는 어린 시절 미혼모인 엄마와 둘이 구걸을 하며 살았습니다. 그저 자리에 앉아서 '운'을 바라기보다는 스토리를 만들어 대상자 (언제나 대상자, 혹은 봉을 토니라고 불렀습니다.) 가 지갑을 열어 돈을 꺼내게 만들었지요. 그녀들은 영리했습니다. 그런 '나'는 자라면서 어느새 엄마보다 더 많은 수입을 벌어들였고, 직업의 변천사를 거쳐 '손일(유사 성행위)'을 하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직업에 충실했으면 겨우 서른에 터널 증후군을 얻었을까요. 무슨 일이든 참 열심히 하는 그녀입니다. 책을 좋아하고 영리한 머리를 굴릴 줄 아는 부지런한(?) '나' 또 한 번의 직업 변경을 합니다. '예언자' 혹은 '점쟁이'로 말입니다. '손일'을 하던 업소는 표면적으로 '점집'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점술가로서 그 가게에 머물 수 있었습니다. 특별한 단골 고객 외에는 손님을 받지 않고 이제는 '점술가'로 활동합니다. 아니, '심리 상담가'라고 불러주는 게 더 마음에 들지도 모르겠네요.

어쨌든 마이클이라고 이름 붙인 단골의 '일'을 도와주고 여느 때처럼 그와 책 이야기를 하며 좋은 시간을 보내고 나와서 '점술가'일을 하려는데, 점집을 찾아온 부유층 수전 버크를 만납니다. 그녀에게는 의붓아들 마일즈 (15세)와 친 아들 잭(7세)이 있는데요. 큰 저택 '카터후크 메이너'로 이사 온 후 좋지 않은 일들이 생겼으며 마일즈의 행동도 무척 거칠어졌다며 염려합니다. 심지어 집에 악령이 있는 것 같다고 하지요. '나'는 이 신경쇠약의 여자를 잘 구슬리고 속여서 한몫 챙길 셈으로 저택을 방문합니다.



그 집은 숨어있었다. 줄줄이 늘어선 네모난 요즘 집들 사이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빅토리아 시대의 저택.

그래서인지, 과거가 살아 숨 쉬는 듯 생생하고 빈틈없는 모습이었다. 건물 정면 전체가 정교하게 조각된 석조물이었다. 자세히 보면 너무나 섬세해서 현기증이 날 정도였다. 꽃과 가늘게 세공된 무늬들, 우아한 나뭇가지와 펄럭이는 리본. 게다가 대문은 실제 사람 크기로 조각된 두 천사에 에워싸여 있었다. 천사들은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감명을 받은 듯 황홀한 얼굴로 서 있었다.

나는 가만히 집을 지켜보았다. 집도 악의에 찬 길쭉한 창문들을 통해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p.35 ~36


데프니 듀 모리에의 <레베카>가 떠올랐습니다. 커다랗고 음울한 저택. 사람을 삼켜버릴 것 같은 불안감이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그 예감은 틀리지 않아 '나'도 그리고 나도 이 책에 농락당하고 맙니다.


“수전을 믿어요, 나를 믿어요? 누구를 믿을지는 아줌마한테 달렸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