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타의 일기 밀리언셀러 클럽 146
척 드리스켈 지음, 이효경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위키백과를 뒤적이며 히틀러에 대해 읽어보다가 이런 문장을 발견했습니다.


히틀러의 공식 결혼 경력은 한 번이었으며, 그밖에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사생아가 한 명 존재했으나 행방은 미상이다.

평소, 남자들은 권력을 쥐고 나면 왜 그다음은 많은 여자들을 취하려 하는 걸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있던 저로서는 사생아가 한 명 밖에 없다는 사실이 의아했습니다. 정말 한 명뿐일까요? 혹시 히틀러가 모르는 사생아가 또 있는 건 아닐까요. 심지어 그 아이에게 반은 유태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면요. 아마 아돌프 히틀러는 무덤에서라도 뛰쳐나와 그 사실을 지우려 할 겁니다.


전직 미군에다 비밀 특수부대 출신인 게이지 하트 라인이지만 지금은 그저 별 볼일 없는 - 비폭력적인 의뢰만을 맡고 있는 프리랜서... 심부름꾼이라고 해야 할까요? 어쨌든 그런 일을 하며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프랑스의 정보원 장의 의뢰로 한 건물에 도청기를 설치하러 갔다가 숨겨져 있던 일기장을 발견합니다. 호기심에 들춰본 그 일기는 1938년 그레타라는 여자가 남긴 것으로 기분 나쁜, 애인인 듯 한 남자 때문에 겪었던 고통의 이야기들이 적혀 있었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내용이 적혀있는 일기라지만 그녀가 당해야 했던 수모와 고난은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게이지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습니다. 이상하게도 그 일기장을 그곳에 두고 올 수가 없었습니다. 마저 읽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에 일기를 그곳에서 가지고 나오기로 합니다. 6권이나 되는 일기를요.


게이지는 일기장 사이에 손가락을 끼우고 눈을 감은 채 뒤로 고개를 젖혔다. 이 불쌍한 유대인 여자에게서 자신의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보였다.

-p.81


변태적 성향을 가진 애인, 그것도 유부남인 자의 아이를 임신하고서 그의 아내의 도움으로 간신히 도망친 그녀를 안스러워하며 계속 일기를 읽어나가다가 그녀가 결국 수용소에서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마음 아파했습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머리를 스치는 생각. 그녀의 옛 남자 알도의 정체가 혹시?


그레타 드라이스바흐. 아돌프 히틀러의 오랜 하인. 애인이었다는 소문이 있음. 1938년에 가출 후 실종. 히틀러가 그녀의 살해를 명령했다는 역사학자들의 주장도 있으나 철저한 조사에도 주변 인물이었던 드라이스바흐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은 찾을 수 없었다.

-p.85

게이지는 우연히 만나 사랑하게 된 모니카에게 일기의 이야기를 하고, 그녀와 함께 책에 대해 잘 아는 고서점 주인이자 모니카의 사촌인 미셸을 만나러 갑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일이 지독하게 꼬이기 시작해 그들의 앞날에 총 부림 칼부림. 엄청난 일들이 일어나게 됩니다. 이런. 그리고 제일 일어나지 말았으면 했던 일이 일어나고, 비폭력을 주장하던 게이지의 폭력성이 깨어나버립니다. 그야말로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린 셈이었죠. 분명 잘 못 한건 그놈들이긴 한데, 게이지에게도 책임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게, 그렇게 조심성 많은 사람이 그땐 왜 그런 걸까요.

그 일기에 등장하는 알도가 아돌프 히틀러라는 증거도 없는데, 생각해보면 게이지의 추측일 뿐인데 그 일기가 책으로 나온다면... 하는 생각에 판권을 노리는 사람들이 이상했습니다. 게이지는 그 일기로 책을 내겠다는 것이 아니라 사생아로 컸을 아이 - 지금은 노인이겠지만- 에게 전해주려 했던 것인데, 욕심을 내는 사람들이 있으니 정말 난감했을 겁니다. 뭐 결국. 그 사생아는 진짜로 있는 사람이었다... 였지만요. (진짜 진짜는 아닙니다. 소설 속에서 그렇다는 거죠.)


처음 책의 정보를 접하고 상상했던 것과는 내용이 좀 다르게 진행되어서 약간 당황스럽긴 했습니다. 저는 좀 더 히틀러에 가까이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거든요. 팩션이거나 네오 나치라거나 그런 쪽으로 진행될 거라고 예상을 했었습니다만, 전혀요. 액션물입니다. 게이지가 소설의 초반에 항공기 내 난동 승객을 제압하는 장면을 보면서 그때라도 감을 잡았어야 했는데, 전혀 눈치 못 채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무척 재미있더군요. 긴박하고 스릴 넘치게 진행됩니다. 게이지를 쫓는 사람들을 피하는 기술들이나 복수를 위해 적에게 접근하는 모습들도 정말 대단했습니다. 

잔인한 장면들이 좀 있습니다. 적에게서 정보를 캐려고 고문하는 장면에서는 아무리 우리 편이지만 그러지 마! 그만둬!라고 중얼거렸습니다. 하지 마. 하지 마. 싫었어요. 고문 장면이 지나치게 상세해서 이런저런 소설들로 면역이 되어 있는 저조차 좀 힘들었습니다. 너의 상처는 이해하지만, 상상된단 말이야. 그만둬.

그럼에도 게이지는 참 매력적인 주인공입니다. 강하지만 약한 면이 있는 남자. 여자들은 그런 점에 끌리지 않나요? 앗, 저만 그런가요?

아무튼 게이지 하트라인은 시리즈를 통해 계속 제 앞에 나타날 모양입니다. 책 오른쪽 위에 Series 1이라고 찍혀 있는 걸 보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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