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넌트 버티고 시리즈
마이클 푼케 지음, 최필원 옮김 / 오픈하우스 / 201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디카프리오의 영화로 무척 유명해진 <레버넌트>의 원작 소설을 읽었습니다. 

영화를 볼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영화와는 상당히 다른 전개라고 하기에 책을 먼저 읽어보았지요. 

휴 글래스는 애슐리가 사장으로 있는 로키마운틴 모피회사 소속 사냥꾼으로 헨리 대위가 이끄는 무리에서 정찰 중 회색 곰에게 습격을 받아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의 큰 부상을 입습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너덜너덜해진 그를 데리고 이동하다가더 이상은 무리라고 판단한 헨리는 그를 돌보거나 혹은 죽었을 때 무덤을 만들어 줄 사람들을 남깁니다. 피츠제럴드와 브리저는 자진해서 무리 뒤에 남는데요. 인정머리가 있어서라기보다는 돈을 좀 더 받을 생각에 그리 행동합니다. 그런데 생각보다글래스가 안 죽는 겁니다. 이대로 있다가는 인디언의 습격을 받아 자신들도 위태로워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피츠제럴드가글래스를 버리고 가자고 합니다. 브리저는 안된다고 주장했지만 뼈가 굵은 피츠제럴드를 이길 수 없었습니다. 그는 겨우 스무 살, 갓 소년티를 벗은 청년이었거든요. 송진과 알고 있는 지식을 동원해 그의 상처에 도움이 될 일을 했지만 결국은 피츠제럴드를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소설에서의 글래스는 그들이 떠난 사실 자체는 이해할 수 있었나 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소지품을 가지고 가버린 것에 대해 분노하거든요. 총과 나이프.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물건들을 가지고 떠나버린 그들이 정말 미웠습니다. 그는 필사적으로 기어서 살아남습니다. 다리의 상처가 어느 정도 아물고서는 절룩이며 이동하죠. 믿을 수 없을 만큼의 거리를 이동해 겨우 브라조 진지에 도착한 그는 타오르는 복수심에 쉴 틈도 없이 피츠제럴드를 찾아 나섭니다. 몸이 낫고서 이동하면 그놈을 놓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의 여정은 정신없습니다. 평화로운 적이 한 번도 없을 정도였죠. 요약하자면, 동료가 죽고, 다치고, 굶고, 먹고, 죽고, 다치고... 뭐 그렇습니다. 결국 그는 브리저도 만나고 피츠제럴드도 만납니다. 그래서 복수를 완성했느냐고요? .... 팩션이니. 사실대로 말해도 좋을까요?... 안 가르쳐줄래요.


한 남자의 복수극으로 보자면 그냥 좀 그렇습니다. 두 남자는 글래스가 죽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자리를 떠났으리만큼 소지품을 놔두고 갈 이유가 없지 않은가 싶었거든요. 물자가 아주 귀하던 시대에, 물물교환도 통하던 시대에, 게다가 여차하면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는 물건이기에 훔친다는 개념보다는 필요한 사람이 사용한다는 생각이었을겁니다. 그런 것들을 가지고 있어도 픽픽 죽어나가던 세상인데. 아무튼. 그래서 영화에서는 '아들이 죽었다.'라는 단서가 붙나 봅니다. 그래야 좀 더 복수심을 불태울 여지가 있으니까요. - 영화도 안 보고 이런 소릴 해대다니.


어쨌든, 이 소설을 읽다보면 눈앞에 200년 전 미국이 그려집니다. 얼마나 혹독하고 척박한지. 우리나라 사람들이 호랑이가 나온다는 산을 넘으려고 팀을 꾸렸던 게 생각나는 여러 장면들. 다수 혹은 소수의 사람들이 팀을 꾸려서 여정을 떠나도 그들은 인디언 -정확히는 아메리카 선주민-을 피하거나 이겨낼 수 없었습니다. 어느 쪽의 시선으로 봐야 하는지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그들이 조용히 이동하고 있는데 야만적인 인디언들이 습격을 했다고 본다면 인디언들이 나쁜 사람들이겠지만, 실은 인디언들이 살고 있는 땅을 그들이 침범해서 물소나 비버 같은 동물들을 마구잡이로 죽이고 있으니 그들을 쫓아내야 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무언가 책을 읽는 시점이 잘 못 된 건 알겠는데, 뭐 그다지 바로잡을 생각이 없습니다. 

어쨌거나 주인공은 슈퍼히어로가 아닌가 의심될 정도로 죽음을 잘도 피해다닙니다. 다른 사람들 같으면 죽었어도 몇 번이나 죽었을 그런 상황에서도 말이죠. 처음부터 안 죽고 살아난 게 참 대단하지 않나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