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 싶다
SBS그것이알고싶다 제작진 / 엘릭시르 / 2015년 12월
평점 :
품절



별로 시간이 걸릴 것 같지 않았습니다.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들, 늘 그 자리에 있던 방송 프로그램을 책으로 엮은 것이니 하루도 걸리지 않아 뚝딱 읽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1000회까지 달려온 그들의 이야기는 우리의 이야기였으며 나의 이야기였기에 쉽게 읽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SBS에서 <그것이 알고 싶다>를 처음 방송했을 때, 저는 그 방송을 볼 수 없었습니다. 제주에선 SBS를 볼 수 없었거든요. 1992년 3월의 이야기입니다. 1992년이라고 하니 사건이 하나 떠오르는군요. 혹시 1992년 휴거 소동을 아시나요? 저는 휴거라는 이야기를 아버지 친구분으로부터 처음 들었었습니다. 당시에 사극 악역으로 출연하거나 농촌 취재 리포터로 활동하시던 분이 제주에 온 김에 집에 들러 휴거 이야기와 참고 자료, 사진들을 보여주더군요. 아버지께서는 신기해하시면서 저에게도 어떠냐 어떠냐 하셨습니다. 친구분이 떠난 후 아버지께 사진은 신기하지만 그 외에는 별로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씀드렸고, 1992년 그날, 휴거는 오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24회 그리고 237회에 이 사건을 다뤘었지요.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다뤘던 사건들로 인해 지난 세월 동안 많은 것이 변했거나 변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것들이 진행형이어서 개운하게 해결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좀 더 나은 세상, 범죄자가 판치지 않는 세상, 살기 좋은 세상에서 살고 싶은 사람들의 알 권리를 챙겨주는 그것이 알고 싶다. 그동안 참 많은 사람들이 함께했더군요. 진행자만 하더라도 문성근에서 정진영, 그런데 말입니다의 김상중. 중간에 오세훈 변호사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것이 알고 싶다'라는 제목만 떠올려도 김상중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모가지의 위태위태함을 감수하면서도 열심히 취재해왔던 PD, 작가, 스태프들이 있었기에 이 프로그램은 1000회가 넘도록 사랑받았다고 생각합니다.

1000회를 기념하면서 엘릭시르 출판사와 함께 제작한 <그것이 알고 싶다>라는 책은 주요 사건들을 테마에 맞게 연결해서 엮어두었습니다. 진행자의 인터뷰도 있었는데요. 인터뷰 형식의 글을 불편해하는 저조차 읽기 쉽도록 잘 편집되어 있었습니다. 엘릭시르와 미스터리아에게 수고하셨다고 말씀드리고 싶을 정도였으니까요.


각 챕터에 전문인 및 피디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었습니다. 표창원, 이윤민, 이수정, 배정훈, 박준영, 고상만등의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객관적인 본문과 주관적인 내용 모두를 함께 하며 나 스스로도 생각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책 말미에는 <그것이 알고 싶다> 1000회 방송 목록이 적혀있었습니다. 모든 사건이다. 짧게 요약되어 있지만 우리나라의 현대사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좋은 일보다는 아프고 슬픈 일들이었지만요. 

어서 <그것이 알고 싶다>가 필요 없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영원히 없어지지 않고 우리에게 계속 알려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전, 그것이 알고 싶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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