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 : 어떤 동화 세계문학의 숲 19
조지 오웰 지음, 권진아 옮김 / 시공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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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모두가 다 함께 잘 살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속박하고 억압하고 노동력을 착취하는 농장주만 없어지면. 공동생활을 하면서 생산물과 이윤을 나눈다면 서로를 의지하며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모두들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청동기 시대 이후로 지배층이 없는 생활은 해 본 적이 없기에, 누군가 모두를 통제해야만 했습니다. 파파 스머프처럼 지혜롭게 다독이며 함께 생활할 수 있는 건 만화에나 있을 수 있는 이야기인가 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조지 오웰의 우화 속에서도모두가 평등하고 아름다운 세상은 만들 수 없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할 말이 없네. 다만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인간과 인간의 행동 방식 모두를 증오하는 것이 여러분의 의무라는 걸 절대 잊지 말게. 두 발로 걷는 건 뭐든 다 적이야. 네 발로 걷거나 날개를 가진 것들은 다 친구고. 또한 인간과 투쟁하는 과정에서 인간을 닮아가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을 잊지 말게. 인간을 타도한 후에도 인간의 악덕을 받아들여서는 안돼. 어떤 동물도 집에서 살거나 침대에서 자거나 옷을 입거나 술을 마신다거나 담배를 피우거나 돈을 만지거나 장사를 해서는 안되는 거야. 인간의 습성은 모두 악한 걸세.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에게 군림해서는 안 되네. 약하건 강하건, 영리하건 단순하건 간에 우린 모두 형제들이야. 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을 죽여서는 안 되네. 모든 동물은 평등한 거야."

-p.14


나이 많은 돼지 메이저 영감은 인간인 존슨이 운영하는 매너 농장에서 노동을 강요당하는 동물들을 구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멋진 연설 후 그들에게 '영국의 동물들'이라는 노래도 가르쳐줍니다. 그 노래와 연설은 동물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고, 그가 죽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드디어 정말로 반란을 일으킵니다. 그들은 존스를 몰아내고 농장을 차지합니다. 모두 행복해했지요. 자 이제 평등하게 공동생활을 하게 되는데요. 이른바 동물주의에 입각해 평화롭게 살기로 합니다. 좀 더 효율적인 농장 운영을 위해 그나마 글을 알고 영리한 축에 속하는 돼지들 - 스노볼, 나폴레옹, 스퀼러 - 가 그들을 통제하기 시작합니다. 다 함께잘 되자고 하는 일이니까 모두 기꺼이 돼지들을 따릅니다. 그러나 조금씩, 상황이 이상해져갑니다. 우유도, 사과도 돼지들이 차지하기 시작합니다.


"설마 우리 돼지들이 이기심과 특권 의식으로 이러는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사실 우리 중에는 우유와 사과를 싫어하는 돼지들도 많습니다. 나부터도 싫어한다고요. 우리가 이걸 먹는 목적은 오로지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우유와 사과에는(이건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입니다. 동지들) 돼지의 건강에 꼭 필요한 요소들이 들어있어요. 우리 돼지들은 정신노동자입니다. 이 농장을 경영하고 조직하는 일이 모두 우리에게 달려 있어요. 우린 밤낮으로 여러분의 안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우리가 우유를 마시고 사과를 먹는 건 다 여러분을 위해서예요. 우리 돼지들이 의무를 다하지 못하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 압니까? 존스가 돌아올 거라고요! 그렇고말고요, 동지들."

-p.36


순진한 동물들은 착취를 당하는 것도 모르고 열심히 농장을 위해 일을 합니다. 열심히 일할수록 '반드시'풍요로워질 테니까요. 한편, 돼지들 사이에서도 다툼이 일어납니다. 동물들로부터 농장을 재탈환하고자 했던 인간들과의 전투에서 부상을 입고 훈장을 받은 스노볼은 나폴레옹과 이념 갈등 - 특히 풍차 건립 때문에 -을 겪고 축출당합니다. 나폴레옹은 이 날을 기다렸다는 듯이 강아지들을 매섭게 훈련시켜 자신의 군대로 삼고 있었거든요. 스노볼의 추방 이후로 농장의 모든 잘못된 일은 모두 스노볼의 짓으로 소문을 냈고, 돼지들은 그럴싸한 말로 동물에게 강제노동의 굴레를 씌웁니다. 돼지들은 메이저 영감이 하지 말라고 한 모든 것들을 어깁니다. 그리고 절대권력자들이 행하는 모든 짓들을 그대로 따라 합니다. 자아비판 후 자살, 혹은 처형까지. 돼지들에게 불가능한 것들은 없었습니다.


길지도 않은 소설을 읽던 매 페이지마다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어쩜 이리도 내가 아는 것들과 닮아있는지. 어릴 적부터 들어왔던 - 어디까지가 사실인지는 지금도 모르겠지만 - 북한의 이야기와도 닮아있었고, 소련의 이야기와도 닮아있었습니다. 세치 혀에 놀아나는 동물들이 어리석어 보였습니다.(돼지 혀는 더 길던가요?) 당근이 되었던 채찍이 되었든 간에 이것저것을 주워 먹으며전보다 못한 생활을 하면서도 느끼지 못하는 게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충성을 다했지만 결국 그 시신마저도 돼지들의 배를 불리는 데 사용되고 마는 동물의 모습에 분노했습니다. 세대가 바뀌어 이렇게 사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할 동물들을 생각하면 더 답답합니다. 그게, 소설 속의 동물 이야기가 아니라는 게 더 화가 납니다. 이 이야기는 20세기의 이야기이며, 21세기에도 진행되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시대가 흘렀으니 조지 오웰에게 "당시엔 그랬군요. 지금은 그렇지 않답니다."라고 말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하지만 몇몇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하다

 


종종 챙겨보는 TvN의 비밀 독서단에서 '은밀하고 위대한! 시대의 금서'편을 하더군요. 읽어본 책과 그렇지 않은 책이 있었는데요. 뭔가 찔리는 사람들이 금서로 정했었구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편견에 의해 금서가 된 책도 있었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금서가 된 경우가 많아서 좀 씁쓸했습니다. 누가 자신들을 쿡쿡 찔러대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는 있구나. 비밀 독서단에서 소개한 금서 중 1위는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이었습니다. 

 

책을 읽고 나니 왜 그런지 알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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