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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듣는 벽 ㅣ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마거릿 밀러 지음, 박현주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9월
평점 :
손버릇이 좋지 않은 한 여자가 있었습니다.
멕시코시티의 한 호텔에 근무하는 룸 메이드 콘수엘라가 바로 그녀인데요. 자신의 일에 충실하지 않으면서 미국에서의 화려한 삶을 꿈꾸며 손님들의 사소하거나 사소하지 않은 물품을 슬쩍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게다가 청소도구 벽장 안에서 손님의 이야기를 엿듣는 취미가 있으니 뭐, 할리우드 영화에 나오는 단역으로는 그럴싸하겠지만, 그녀가 꿈꾸는 것처럼 할리우드의스타는 되기 글렀습니다. 교양이 없어서 원...
한 편 그녀가 바라는 럭셔리한 생활을 하며 - 혹은 그런 것처럼 보이는 - 교양이 넘치는 두 미국인 부인이 콘수엘라가 듣는 줄도 모르고 방 안에서 말다툼을 합니다. 일상 대화도 엿듣는 재미가 쏠쏠한데 싸움이라니, 콘수엘라의 귀가 더욱 쫑긋해집니다. 싸움의 원인은 두 부인 중 한쪽인 윌마가 다른 한쪽인 에이미의 남편에게 선물하기 위해 주문한 값비싼 은상자 때문이었는데요. 이혼 후 독신인 윌마가 에이미의 남편에게 추파를 던지는 것 같아 화가 났습니다. 조금은 소심한 에이미가 드센 윌마를 당해 낼 재간이 없어서 말싸움은 윌마의 승리로 끝나는 듯했는데요. 어찌 된 영문인지 윌마는 추락사하고 에이미는 충격을 받아 쓰러집니다.
자신의 성질을 이기지 못해 홧김에 뛰어내린 것 같은데요. 제가 어린 시절 알았던 어떤 분도 남편과 말다툼 끝에 홧김에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분이 있거든요. 심리는 이해할 수 없지만, 그런 일이 있기도 하다는 것만은 알겠습니다.
기절하면서 머리를 다친 에이미를 위해 남편 루퍼트는 그녀를 데리러 멕시코 시티에 다녀오지만 돌아올 때는 혼자였습니다. 에이미는 집에 잠시 들렀다가 나갔거나 - 혹은 그런 것으로 되어있었죠. 에이미의 오빠 길 브랜던은 루퍼트를 의심하여 사립탐정 도드를 고용합니다. 과연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루퍼트는 마흔 살가량의 회계사입니다. 깔끔한 성격인데요. 회계사로 돈을 많이 벌고 있긴 하지만 사실은 애완동물 숍을 하고 싶습니다. 에이미의 오빠 길 브랜던은 동생을 무척 애지중지합니다. 아주 시스콤이에요. 동생의 실종을 믿지 않는데요. 루퍼트가 멕시코시티에서 살해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보면 볼수록 이거 죽었다는 결말을 원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될 정도로 매제를 미워합니다. 길의 머릿속에서는 루퍼트와 그의 비서 버턴, 둘이 그렇고 그런 사이어서 동생을 어떻게 했을 거라는 상상이 돌아다닙니다. 물론 버턴은 루퍼트에게 호감을 갖고 있지만 결코 그런 관계는 아닙니다. 유부남을 좋아하는 건 종교적인 의미로 무척 큰 죄악이니까요.
맥시코에서 돌아온 후 루퍼트의 행동거지는 수상쩍습니다. 숨기는 일이 있는 게 분명합니다. 가정부도 해고하고, 행적이 이상하거든요. 의심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사립탐정 도드가 추적해 나가는 사건들, 마침내 모든 사실을 털어놓는 루퍼트.
그리고 그 결말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