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자전거 1 - 김동화 만화 에세이 빨간 자전거 1
김동화 글 그림 / 열림원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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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김동화라고 하면 저는 요정 핑크가 생각납니다. 애니메이션으로도 나왔던 것 같은데요. 그린우드 나라의 공주 핑크가 이 세상에 내려와서 겪게 되는 좌충우돌 스토리에다가 빈과의 러브스토리가 버무려져서 콩닥콩닥 두근대며 만화를 읽곤 했었죠. 

귀엽고 아름다운 소녀를 그렸던 만화가 김동화가 지금은 감성적인 만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서양인을 떠올리게 했던 그의 그림체가 이젠 무척 동양적으로 변해버려서 갑자기 어색해졌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오히려 무척 친근하고 포근하게 다가오네요. 그 계기가 된 것이 바로 빨간 자전거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저에겐 말이죠.)


어쩌다 한 번씩 볼 수 있었던 빨간 자전거의 이야기는 3분이라는 시간 동안 마음을 훑고 지나갑니다. 스치듯 지나가는 인연처럼요. 

빨간 자전거의 주인공인 우체부는 꽁지머리를 한 것이 김동화를 닮았습니다. 작가보다는 젊은 총각이지만, 마음만큼은 김동화와 똑같은 사람인 것 같습니다. 그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그 역시 아버지의 빨간 자전거를 타고 임하면 야화리의 우체부로서 일하고 있습니다. 일한다는 말이 틀릴지도 모르겠네요. 그는 이 마을 사람들과의 만남을 소중히 여기거든요. 그가 배달하는 것은 편지가 아니라 낭만과 사랑, 그리고 인생인 것 같습니다. 

임하면 야화리 감나무집, 들꽃 나무 울타리 집, 숲 속의 노란 집, 미루 나무길 하얀 집... 야화리 398번지 같은 숫자 대신 자연으로 말하는 집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그 마을의 우편물을 틀리지도 않고 잘도 찾아다니며 우편물을 전합니다. 

예전엔 손글씨 우편물이 오갔었기에 두근대는 마음으로 우체부를 기다렸던 사람들도 이제는 전기 요금 고지서 같은 것이나 우편물로 오기 때문에 시큰둥 할 수도 있지만, 자식들이 모두 도회지로 나가 젊은이를 보기 힘든 노인들은 그를 우체부이자 자식처럼 여기기도 하는가 봅니다. 


 



가을걷이를 하고 나면 우편물보다도 노인들의 심부름 물건으로 행낭이 가득 차버리지만 그가 배달하는 것은 물건이 아니라 정이기에 그의 자전거는 날아갈 듯합니다. 



이 만화를 보면서 가끔씩 찌잉하게 울리는 것이 두통을 잊게 하지만 가슴은 무거워집니다. 하지만 이내 다시 예쁜 꽃들을 보며 행복해지지요. 참 예쁩니다. 산, 나무, 풀, 꽃, 집, 개구리.... 뭐하나 버릴 것이 없이 정말 예쁩니다.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든 모습들이 그렇습니다. 험하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 예쁜 것들이 돋아나는 법이니까요.


"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성치 않잖아. 그래서 살아온 길, 걸어온 길, 잊지 않으려고 얼굴에 하나하나 약도를 그려놓은 건데, 뭐... 즐겁게 웃으며 간 길은 눈 옆에 그려 넣고, 힘들어 이를 악물고 간 길은 입 옆에 그려 넣고, 먼 길은 긴 주름을, 가까운 길은 짧은 주름을..."

"야화리만 뱅뱅 도는 저는 어떤 주름이 생길까요?"

"미리 알면 그게 무슨 재민가? 자네가 한 줄 한 줄 그려 나가 봐."

-p.9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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