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백한 잠 밀리언셀러 클럽 145
가노 료이치 지음, 엄정윤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사실 가노 료이치의 <창백한 잠>을 다 읽은 지 한  정도 되어갑니다. 그러나 바로 리뷰 할 수 없었던 것은 이 책에 흠뻑 빠져들어 읽을 수 없었기 때문이지요. 책을 읽을 때 어떤 문장이나 장면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므로 멍하니 활자를 눈으로 짚어가는 일 외에도 할 일이 참 많습니다. 그러니 중간중간 노트에 떠오르는 생각을 적어보기도 하고, 머리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굴려가며 생각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리고선 다시 책으로 들어가지요. 대개 그런 식이니 이 책의 경우에도 그렇게 읽는다 해서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이 책의 흐름과 상관없는 부분에 자꾸만 신경을 쓰다 보니 사람들의 이름이나 행동까지 모두 헷갈리기 시작하는 겁니다. 문제는 이 책에 나오는 신공항 건설 찬성파와 반대파 이야기 때문이었습니다. 


사진집을 준비 중인 이 책의 주인공 카메라맨 다쓰미 쇼이치는 바닷가 근처의 한마을, 다카하마 호텔의 폐허에서 사진을 찍던 중 한 여성의 시신을 발견합니다. 이 여성은 다에코라는 저널리스트로 다카하마 마을의 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모임에서 활동하는 사람입니다. 혹시 공항 건설과의 문제 때문에 살해 된 것은 아닌지. 다에코의 전 남편인 지역 신문 기자 안비루는시신의 제1발견자이자 과거에 탐정이었던 다쓰미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다쓰미는 현장을 돌아보기도 하고, 마을 사람들을 만나고 다카하마 호텔의 과거사를 듣기도 하며 사건을 조사합니다. 그러던 중 다쓰미의 여자친구 후지코가 다카하마 호텔의 폐허에서 추락해 중상을 입고 맙니다. 사고가 아닌 인위적인 사건이라고 생각한 다쓰미는 조사에 더욱 힘을 쏟는데요. 그 결말은...


다른 분들의 리뷰를 읽어보니, 옛 호텔의 관계자이자 세력가 '이종원'에 대한 것 때문에 집중이 어려웠다는 말씀들이 있었는데요. 저는 오히려 그쪽에는 별로 신경이 쓰이지 않았습니다. '이종원'은 재일 한국인이라는 한 캐릭터일 뿐이니까요. 미국 소설에서 중국인이 범인이라거나 영국 소설에서 러시아인이 범인이라거나 하는 상황도 이상하게 생각되지 않는 것처럼 - 혹시 그럴 경우엔 그 해당되는 국가의 사람들이 싫어할까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제 생각을 자꾸 빼앗아버린 건 공항 건설 문제였습니다. 

중요한 부분인 듯 아닌 듯 자꾸만 공항 건설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제주에 신공항이 들어서는 걸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기 때문에 반대파들의 이야기들이 와 닿는 통에 중요한 사건에 몰입을 할 수 없었습니다. 현재의 제주 국제공항 하나만으로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신공항이 들어서야 한다는 말은 납득할 수 있습니다. 국내외 관광객들이 무척 많이 드나들기 때문에 도민으로서는 정말 급한 일이 생겨도 갑자기 육지에 나가기 힘듭니다. 심지어 아들이 죽었는데도 비행기 좌석을 구하지 못해 가슴을 치며 울던 어떤 아버지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신공항이 생겨 교통이 원활해지면 좋겠지요. 하지만, 지금도 환경적인 문제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데 더욱 많은 사람들만 들어오게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넘쳐나는 쓰레기들로 현재 매립지가 넘쳐나고 있거든요. 처치 곤란 상태란 말입니다. 청정 제주라니. 더욱이 신공항이 건설된 이후 비행기가 날아다닐 공역은 제가 사랑해마지않는 철새 도래지의 하늘입니다. 비행기가 날아다니는데 철새가 올 수 있을까요? 아마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철새를 쫓아내겠죠....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생각들이 저를 괴롭힙니다. 


그러니 이 책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었습니다. 

다시 한 번 읽어도 마찬가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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