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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30일생 ㅣ 소설NEW 1
김서진 지음 / 나무옆의자 / 2014년 9월
평점 :
오리하라 이치의 <그랜드 맨션>과 복붙한 것 같은 표지의 <2월 30일생>이라는 소설은 거의 같은 시기에 표지가 같은 두 책이라는 이유만으로 읽기를 미뤄두었던 책이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 표지에 관한 - 하는 의혹은 여전히 해소하지 못한 채 이젠 이 책을 읽어도 좋은 때라고 생각했습니다.
희한하게도 요새 고르는 책마다 정치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이제는 정치에 대한 무지함은 깨버리고 좀 관심 좀 가지라는 하늘의 뜻인가 하는 상상을 해 보았습니다. 이 책 <2월 30일생>에서는 주인공인 '나'의 아버지가 공천을 받느냐 마느냐 하는 중요한 시기였기에 정치놀음과 뗄레야 뗄 수 없는 배경이 깔립니다. 정치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나라를 위해 좋은 일을 하자,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자라는 좋은 마음으로 시작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권력을 쥐고 떵떵거려보자는 이유로 시작하는 경우도 많을 겁니다. 혹은 이미 맛본 권력의 맛을 잊지 못 해서 그 끈을 꽉 틀어쥐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야 뭐, 정치를 해 본 적도 없고 권력 욕심도 없다 보니 이해가 잘 가지 않습니다만.
아무튼, 방송국 PD인 주인공 '나'는 가족을 대상으로 한 다큐멘터리에 출연하기 위해 고향인 J시에 내려옵니다. 출마 전 이미지를 좋게 하려는 밑밥인 셈이죠. 그런데, 불륜관계에 있다가 얼마 전 헤어진 혜린이와 우연히 마주칩니다. 분명 우연인데, 나는 혜린이가 어떤 목적이 있어 J시에 내려왔다고 오해하고선 돌아가라고 다그칩니다. 심하게 싸우고 술을 먹고 필름이 끊긴 나는 다음날 혜린이가 살해당했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혹시 내가 죽였나? 할아버지의 입김으로 부랑자가 범인으로 지목되어 용의선상에서는 풀려났지만, 그가 진범이 아니라는 생각에 진범 찾기에 나섭니다.
이야기는 현재의 이야기와 과거의 이야기 두 갈래로 진행됩니다. 현재의 이야기는 말 그대로 현재의 시점으로 진행됩니다. 주인공 '나'의 이름이 현재거든요. 그렇다면 과거의 이야기는 과거가 진행하느냐, 3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니 과거의 눈으로 본 시점이 맞겠지요. 꼭꼭 감춰두었던 과거의 이야기는 누구의 개입도 없는 사실만을 이야기합니다. 현재 시점에서의 과거 이야기는 당연하게도 자기의 입장에 맞추어 약간씩 변형이 있기에 듣는 사람으로서는 혼란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독자 입장에서는 현재의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과거의 이야기를 과거가 말하는 사실과 맞추어서 알아들어야겠지요.
그 와중에 약간 혼란스럽기도 합니다. 과거와 현재의 일들이 얽히면서 이 이야기는 누가 했던 이야기인지, 누구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했던 것인지 헷갈리기도 했고, 이럴 줄 알았으면 메모를 하면서 읽는 건데... 하며 후회하게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중반도 채 못 미쳐서 어떻게 된 일인지 눈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 과거의 그건 이렇게 되었겠구나. 그렇다면 혜린이는? 현재는? ... 그렇구나. 막장이로세. 빤한 결과에 반전 같은 건 느낄 수 없어서 좀 섭섭했습니다만. 이 사람들이 숨겨온 과거, 저지른 일들에 대해서는 선한 마음과 악한 마음이 동시에 고개를 들어 나쁘지만 이해할 수 있다거나, 잘한 건 아니지만 납득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그러므로 작가가 만들어 낸 각 캐릭터가 잘 살아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섭섭하긴 했지만 나쁘진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