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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돌아왔다
티무르 베르메스 지음, 송경은 옮김, 김태권 부록만화 / 마시멜로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히틀러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는 사람은 많아도 그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독일의 정치가이자 독재자이며 세계를 전쟁 속으로 밀어 넣었고, 반유태주의로 수많은 유태인들을 죽게 만든 사람이죠. 그는 결국 연합군과 소련군의 압박으로 아내인 에바 브라운과 함께 지하벙커에서 자살했습니다......라고 생각했었는데요. 그런 그가 갑자기 21세기에 나타났습니다.
2011년 8월 30일 베를린의 공원 한복판에서 깨어난 그는 주변의 평화로운 광경에 어리둥절해합니다. 기름 냄새가 진동하는 군복을 입은 채로 나타난 그는 주변의 이목을 끌기에 딱 좋았는데요. 히틀러 코스프레가 이렇게 어울리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외모뿐만 아니라 말투, 목소리까지 완벽한 그를 보고 신문 가판대 사장님이 잠시 머무르게 해주며 에이전시를 소개해주기까지 합니다. 싸구려 코미디 프로그램에 의지하던 에이전시는 히틀러를 전격 스카우트하게 되는데요. 이렇게 완벽한 히틀러 연기자라니, 심지어 메소드 연기를 한다며 좋아한 에이전시는 그를 TV 쇼에 출연시키고 방송을 본 누군가가 유튜브에 영상을 올립니다. 영상은 전 세계인들의 이목을 끌었고 조회 수가 엄청난 속도로 갱신됩니다. 스타의 탄생. 그날부터 히틀러는 히틀러 연기자로서 방송 출연을 하고 인터뷰를 합니다. 그가 진지하면 진지할수록 사람들은 블랙코미디라 생각하고 정치풍자라 생각하며 엄청난 호응을 보이는데요. 그는 현 정부에 대해, 현 정당들에 대해 비판하고 공격합니다. 심지어 네오 나치당에서도 화를 내지요. 그는 승승장구. 이러다가 정말 당 대표가 되어서 다시 한 번 세상을 움켜쥐는 건 아닐까 걱정되기도 합니다.
이 책은 독일에서 발간 당시에 논란이 많았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현 상황을 히틀러라는 인물의 목소리를 빌려서 꼬집고 할큅니다. 그런데 읽다 보면 묘하게 히틀러에게 애정이 가거든요. 어쩐지 저 사람이 그런 말을 하는 이유도 알겠고, 저 사람이 하는 이야기가 옳은 것 같기도 하고요. 그가 마음을 돌려서 좋은 정치가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니 풍자 소설이다, 아니다 히틀러에 대한 미화다 하며 얼마나 말이 많았겠습니까. 세상에 혼자만 뚝하고 떨어졌는데도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고 그들에게서 지지를 끌어내는 그의 모습은 신기하면서 재미있다가 두렵기까지 했습니다.
웃으며 읽다가 심각해졌다가 다시 웃고선 그가 위험에 빠지지 않길 빌다가 재미있다며 책을 덮은 후엔 이래도 괜찮은 건가.... 하는 걱정을 하게 하는 그런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