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 - 다양한 편견의 양상과 우리가 가진 편견에 관하여
아그네스 헬러 지음, 서정일 옮김 / 이론과실천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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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 : [명사] 공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

- 네이버 국어사전 

사람이 언제나 공정함을 유지한다는 것은 무척 힘든 일입니다. 공정하려 애를 쓰고 객관적이려 하더라도 결국 자신에게 누적되어 온 무언가의 작용에 의해 판단을 할 수밖에 없기에 조금은 한쪽으로 쏠리게 마련이지요. 자신의 얼굴도 살짝 비대칭일진데,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떻게 정확히 대칭이 될 수 있을까요? 누구나 편견은 있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 편견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면 결국 진보할 수 없는 사람이 되고 맙니다.

현대 사회는 다양한 편견이 존재합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던 편견은 사라졌을지 모르겠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또 다른 편견들이 생겨난 셈인데요. 


편견은 존재론적 인류학적 관점, 사회적 심리학적 관점에서 모두 존재합니다. 


영국 드라마 셜록에서 셜록은 묻습니다. 지금 말하고 있는 것이 사실인지 진실인지. 언뜻 들으면 같은 개념 같기에, 질문을 받은 사람은 어리둥절해합니다. 자신이 말하고 있는 것이 어느 쪽인지 몰라 그렇다기보다는 용어의 정의를 잘 모르기 때문일 겁니다.우리도 혼용하고 있으니 셜록 같은 깐깐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정확하게 사용하는 이가 드물지 않겠습니까.

(우리 말로는 거짓이 없는 사실을 진실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어쨌거나 사실적인 정보만을 받아들여 판단하여야 옳지만 흔히 과잉 일반화의 경향이 일어나곤 합니다. 이를테면, 시끄러운 중국 관광객들 때문에 여러번 짜증이 났던 저 같은 경우엔 모든 중국인들이 시끄럽다고 말하겠지요. 그런 것이 바로 편견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경우에는 사실이며 편견이 아니라고 우기기도 합니다. 


오래전부터 편견은 존재했겠지만, 근대에 이르러서 편견이 생겨났다고 보는 견해가 일반적입니다. (사실 저는 그것조차 편견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습니다.) 18세기 계몽주의 시대에 이르러 편견이라는 것이 등장했는데요. 구개념과 신개념이 등장하여 대립하게 되는 시기였기에 구태의연한 개념은 새로운 미래 설계에 방해가 되는 개념이었습니다. 즉, 편견이었죠. 옳지 않은 것은 바꾸어야 한다는 역동성을 지니기 시작했기에 더 이상 진리는 철학자만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과거의 진리라는 것은 철학적 논증과 추론을 통해 도달 할 수 있는 것이었으며 순수이성, 순수 지식, 경험적 체험을 넘어서야 만날 수 있는 것이었으나 이제는 보편타당한 것이 진리가 되는 시기이므로 이러저러한 것이 진리라고 생각하는 그것 자체가 편견이었습니다. 역동적이라는 것은 무척 중요한데요. 변화가 없이 전통만 추구하며 머무르는 사회는 붕괴하고 말 것입니다. 


"모든 인간은 자유롭게 태어났다."라는 말은 근대를 여는 중요한 말입니다. 근대 이전의 불평등한 출생을 '편견'으로 규정하고 반발하는 신개념의 확립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편견을 배제하고 진보하자라고 외치던 근대 이후부터 도리어 편견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야 하는 문제들이 생겨납니다. 과거보다 더욱 심하게요. 

근대를 진보적인 시기로 생각하는, 편견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던 사람들조차 중세 문화를 암흑기로 규정함으로써 중세는 암흑이라는 편견에 빠지고 맙니다. 어느 쪽이 우월한 문화라고 할 수 없을 텐데 말이죠. 


문명과 문화는 대립적 개념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편견이다. 현대인들에게는 더 이상 문화가 없다. 마르크스주의자는 이를 소외라는 말로 표현할 것이다. 어떤 경우든 문명의 발달로 인간의 정신은 더욱 퇴보하고 있다.

p.120


현대에는 이런 철학적인 개념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마주하고 있는 편견들이 무척 많습니다. 인종(사실 원칙적으로 인종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성, 종교, 종족, 국가 등에 대한 편견들이 그런 것인데요. 과거 전체주의로 인해 홀로코스트를 겪어야만 했던 그들을 생각하면 끔찍한데도 우리는 나름대로의 편견에 빠져있습니다. 자신의 잣대로 가지고 타인을 재단하는 행위를 어제도, 오늘도 하고있습니다.

이 책은 그렇게 쉬운 책은 아니었습니다. 인문학적 재능이 없기에 더욱 그러하였습니다. 노트에 적어가며 읽어야 했습니다. 이 책이 편견이라는 것에 대한, 읽기 쉬운 심리학 책 정도로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기 때문에 초반엔 무척 당황했습니다. 하지만,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편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기회를 얻게 되어 무척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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