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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 워크 ㅣ 밀리언셀러 클럽 143
스티븐 킹 지음, 송경아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11월
평점 :
전국에서 선발된 100명의 소년들이 먼 여정을 떠납니다. 우리의 인생이 출발함과 동시에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하지만,이들의 여정은 확실히 그러합니다. 그들은 한발 한발 죽음을 향해 빠른 속도로 나아갑니다. 최저속도는 시속 6.5 Km. 제주의 올레길 한코스가 보통 17~20Km정도 이므로 이 소년들은 그만한 거리를 3시간 안에 주파해야만 합니다. 도중에 멈추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절대로요. 최후의 1인이 남을 때까지 그들은 생사가 걸린 걷기를 계속해야만 합니다. 소년의 행렬을 군인들이 따라옵니다. 하프트랙을 타고 그들의 행렬을 지켜보다가 속도가 떨어진 소년에게 경고를 합니다. 그들에게는 단 세번의 경고만 해줍니다. 그리고, 규정에서 벗어나 세번의 경고를 받은 소년에게는 티켓을 발부하지요. 영원한 고향으로 갈 수 있는 티켓을요. 길을 걷는 소년들은 동료이자 라이벌인 다른 소년이 납으로 된 티켓을 받는 소리를 듣고 모습을 봅니다. 보고 싶지 않지만, 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들은 계속 걸어야만 합니다. 지정된 시간에 배급받은 튜브형 식량을 먹으며 걷는데, 그나마 다행인 것은 물은 언제든지 요청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딱. 그만큼만이 다행입니다. 그들에게는 잠시의 휴식도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먹는것도, 배변도, 심지어 잠도. 모두 걸으면서 해결해야만 했습니다. 장거리를 걸어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처음부터 계속해서 단 한번도 쉬지 않고 시속 6.5km이상의 속도로 걷는 다는게 보통 힘든일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우리에게는 자유가 있기에 멈추고 싶으면 멈추고, 걷고 싶으면 걸으면 됩니다. 걷다가 너무 지치면 차를 타고 갈 수도 있고요. 그러나 그들은 그럴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왜 그들은 이렇게 죽음을 향해 걸어가야만 하는 걸까요?
이 소년들이 살고 있는 미국은 군독재 사회입니다. 통령이라고 불리는 사람의 독재치하에 있는데요. 이들은 자신들의 기준으로 보아 불순한 사람들을 스쿼드라는 곳으로 잡아가고, 그곳에 끌려가면 다시는 가족들과 만날 수 없는 그런 가혹한 정치를 하는가봅니다. 게다가 매년 소년들을 선발해서 그들을 롱워크에 참가시킵니다. 소년들은 거부권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 참가합니다. 마지막까지 남은 승자에게는 어떤 소원이든지 들어준다고 하거든요. 하지만 소년들은 걷기 시작하면서 불안해 합니다. 사실은 마지막에 남은 사람도 끌고가서 죽인다더라...하는 소문도 들리고요. 과연 끝은 어떨지 걸어봐야 알테지요. 소년들은 그렇게 강제로 걷고, 전국의 많은 사람들은 1번부터 100번까지 번호가 매겨진 소년들에게 베팅을 하고 응원을 합니다. 자신들은 응원이라고 하지만, 그것이 과연 응원일까요? 남의 목숨으로 하는 도박인데요. 소년들은 걸으면서 죽어감을 느낍니다. 끊임없이 걸어야만 하는 육체적 고통과 잠을 자지 못해 생기는 영혼의 고통을 잊기 위해 과거의 에피소드들을 공유하지만, 사실 그것들은 죽기 전에 보이는 주마등 같은 것들이 아닐까요?
스티븐 킹은 정말 놀라운 작가입니다. 리처드 바크만이라는 필명으로 10대때 이런 장편 소설을 쓰다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계속 걷고 죽어나가는, 잘 못하면 지루하고 늘어질 수도 있는 소설을 흡인력 있게 끌어당기며 여러가지를 보여줍니다. 그들의 단합, 분열, 자신감, 자괴감, 이기, 실망, 절망, 열기, 바람, 비, 그리고 다시 열기, 끝은 군인, 군중. 이 책을 읽다보면 무척 무섭고 두려운데 소년들과 함께 길을 걷게 만듭니다. 그러니 덩달아 피곤해집니다. 괜히 눈두덩이도 무거워지지만, 결코 잠을 자서는 안될 것 같은 기분도 듭니다. 보통 무서운 소설이 아닙니다.
하지만 상당한 부분이 아쉬웠습니다. 이런 아쉬움을 느낄때면 늘 같은 생각을 하는데, 작가의 표현력이 미숙한 건지, 번역이 잘 못된 건지, 아니면 편집 교정이 잘 못 된건지 도통 알 수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중간 중간에 표현이 이상한 부분들이 있습니다. 후반부로 갈 수록 그런 경향이 많이 나타나는데, 예를 들어 '그는 평생 이렇게 화났던 때가 기억나지 않았다.' 라는 문장의 경우 살짝 울컥하기까지 했습니다. 거의 반페이지에서 소년들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건지 이해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런 점만 아니었더라도 별 다섯개를 주고 싶었는데... 많이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