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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친구
마리 유키코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10월
평점 :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그리고 생각하고 싶은 방향으로 생각하기 시작하면, 그 외의 것은
잘 보이지 않는 모양입니다.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는 저이기에 많은 소설이나 관련 서적들을 읽어보았지만, 대개 작가가 오해하도록 깔아놓은 노선을
따라 끌려가게 됩니다. 중간 중간 몰래 복선을 깔아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속에서 이 쪽 길이야! 라고 정하고 나면 다른 것을 생각할 여지를 잘
두지 않게됩니다. 복선이 복선인 줄 모르게 되는 것이지요. 글을 쓰는 작가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자신이 끌고 나가려는 방향이 확고한
나머지 약간의 억지를 쓰면서 끌고 가고 있다는 것을 모른 채 글을 계속 쓰고 있을 때가 있습니다. 이런 저런 헛점이 드러나는 게 독자의 눈에
뻔히 보이는데도요. 이 책의 작가가 그렇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마리 유키코의 이번 책은 약간의 서술 트릭이 보이고 있었거든요. 중간 중간
일부러 하지 않는 이야기, 혼돈을 줄 수 있는 부분들을 삽입해서 독자로 하여금 뭐지, 이 이상한 링크는... 하게 여기는 그런 책이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들에 대한 것은 오히려 이 <여자친구>라는 책을 지배하고 있는 잡지의
연속 기사와 사건을 위한 재판부, 특히 검사측의 이야기였습니다. 만일 이것이 실제 사건이었다고 한다면 우리는 그런 사건에 대한 내용을 짧게는
뉴스를 통해, 길게는 그것이 알고 싶다 같은 방송에서나 혹은 잡지를 통해 알게 될겁니다. 그런 상황 더하기 기자의 취재하는 모습을 함께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이 책을 따라 갈 수 있습니다.
사건은 그렇습니다. 거품경제 당시에 인기를 끌었지만 지금은 채무, 혹은 다중채무를 지게 만드는
초고층 호화 아파트에서 혼자 살던 여자 두명이 같은 날 살해당한 시신으로 발견됩니다. 한 사람은 요새 청소년 말로 연덕(연예인 덕후)이었는데,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 꽁무니를 따라다니느라 돈이 항상 부족했습니다. 직장생활로 벌어들인 돈으로는 감당이 되지 않았지요. 그래서, 인터넷을 통해
속옷을 팔고, 매춘도 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매춘 상대인 남자에게 살해당한 시체로 발견되는데요. 시신은 끔찍하게도 성기를 포함한 자궁이 도려내
진 상태였습니다. 게다가 그런 잔인한 짓을 한 흉기인 과도는 또 다른 피해자의 집에서 발견되는데요. 그녀의 목도 동일한 흉기로 그어져
있었습니다. 따라서 검찰은 택배기사였던 매춘상대의 그 남자를 범인으로 지목, 체포하고 재판은 몇 개월에 걸쳐 열립니다.
잔인하지만, 단순하게 보였던 치정살인, 혹은 변태살인은 재판이 거듭될 수록, 그리고 취재를 하면
할 수록 심리적 원인이 있었던 것이 드러나며, 피해자들과 그리고 주변인물들의 가슴속에 검고 붉은 핏덩이 같은 것들이 엉겨 있었음을 알게 됩니다.
지난 번의 <살인귀 후지코의 충동>을 읽었을 때는, 아아아아....진짜...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불쾌감이 머리를 짓눌렀는데요. 이번에는 그렇게까지 불쾌하지는 않았습니다. 아, 그런거였나! 하며 인간들은 역시 자기가 유리한
방향으로 말하는 군...하는 생각과 내가 상상했던 검사의 모습보다 실제 묘사와 다르다는 것 정도를 깨달았을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책을 덮고
사진을 찍으며 제목이 왜 여자친구인가...무슨 관계가 있지? 하며 생각해보니 갑자기 두통과 함께 씁쓸함이 밀려왔습니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이 있지요. 원시시대부터 여자들은 아이를 낳고 무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주변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했기에 대부분은 주변의 여자들과 잘 동화하는 편입니다. 그렇지 않은 - 저처럼 낯을 가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 적어도
겉으로는 필요에 따라 그럴 수 있습니다. 남자와 비교한다면 조금 더 그렇죠. (모두가 그런게 아니라, 보통은 그렇다는 말입니다.)그렇게 무리를
잘 짓는 특징이 있는가하면, 무리 속에서도 질투하거나 미워합니다. 사랑과 미움이 함께하는 기묘한 형태를 취하는데요. 남자들의 따돌림이
폭력적이라면 여자들의 따돌림은 무리 중에서 은연중에 은밀히 일어나는 형태로 정신공격을 하지요. 그러니 길에서 우연히 친구를 만나면 새된 소리를
지르며 팔짝팔짝 뛰며 반갑다고 하다가도 뒤돌아서면 이러쿵저러쿵 뒷 말 할 수 있습니다..........라는 것이 이 책에 들어있는 숨은 의미인
것 같습니다. 고정관념이야! 성차별적 발언이라고! 다 그렇지는 않다니까!! 네네, 알고 있습니다. 저도 여자니까요.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다는
걸 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그런 고정관념에 대해서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부정 할 수 없네요.
그것이 이 책이 저에게 준 쓴맛이었습니다.
역시. 이야미스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