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자와 죽은 자 스토리콜렉터 3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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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연계의 일부이니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수 없기에 언젠가는 죽어 이 땅의 일부가 됩니다. 화장을 하건, 매장을 하건 어쨌든 이 육신은 재가 되거나 흙이 되겠지요. 그렇게 사라져 버릴 바에는 장기 기증을 해서 나의 일부가 여러 사람을 도울 수 있다면 좋겠다...라고 생각해 장기기증 서약서에 사인을 하는 좋은 분들도 많이 계신걸로 압니다. 그러나, 저는 미스터리를 너무 많이 봤나봐요. 정말로 필요한 곳에 가게 된다면 좋겠지만 - 어짜피 제가 죽은 후엔 제 육신이 어떻게 되는지 저는 알지 못하니 상관없기도 하고요 -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이나 영화에선 장기 브로커가 돈 있는 리시피언에게 우선권을 준다거나 아직 죽을 운명도 아닌데, 일부러 도너 리스트에서 찾아 뇌사 상태에 빠뜨리기도 하고....그러니 좀 겁이 날 수 밖에요. 실제로도 그런 일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없다고 단언할 수도 없는 것 같습니다.  제작년인가, 저희 엄마가 사후 시신기증에 대해 말씀하시더군요. 시신을 대학 병원에 기부해 해부 실습에 이용하고나면 다시 원상복구해 원하는 절차에 따라 장례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하셨습니다. 그 순간, 장기 기증이나 시신 기증에 대한 상상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무섭더군요. 물론 좋은 곳에 정말로 고인에 대한 예를 갖추고 경건하게 실습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해부실에서 두려움을 잊기 위해 몹쓸 장난을 치는 경우도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기에, 저희 엄마의 존엄이 해를 입기를 원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반대를 했지요. 뭐 어떠냐는 쿨한 엄마의 말씀이었지만, 저는 자식이니 너무 싫었습니다. 왜 싫으냐고 물으셨지만, 글쎄요. 그게 말로 설명되는게 아니더군요. 내 신체에 대한 생각일 때와 엄마일 경우가 달라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저같은 사람이 있으니 대기자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기증자는 적을테지요. 이기적이라고 한다해도 할 수 없습니다.

 

넬레 노이하우스의 이번 소설 <산자와 죽은자>는 그녀를 스타로 만들어 준 타우누스 시리즈의 최신작입니다. 타우누스 시리즈의 초기 작품들은 저에겐 참 힘들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지명과 인명 뿐만 아니라 북유럽 스타일인지 엑스트라에게까지 생명을 부여해 장황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이웃집 어르신이 TV본 이야기 해주시며 제가 알지 못하는 연예인들의 프로필을 읊어가며 그 사람이 이랬네 저랬네 하는 것과 비슷하기도 했습니다. 전체 맥락을 읽고 싶은데 옆길로 새게 만드는 스킬이 그녀에게 있었는데요. 이번의 <산자와 죽은자>에서는 그런 경향이 확연히 줄었습니다. 덕분에 편하게 읽을 수 있었지요.

 

크리스마스 휴가를 앞둔 타우누스의 어느 날, 스나이퍼에 의한 연쇄 살인이 발생합니다. 개를 산책 시키던 노인을 시작으로 손녀에게 요리를 해주던 노부인이 자택에서 저격당하고, 빵집 종업원도, 학교 선생님도 깨끗한 솜씨의 스나이퍼에게 당하고 맙니다. 범인은 경찰에게 부고장이라는 성명서를 보내 무차별 살인이 아님을 알려주는데요. 살해 당한 사람들의 공통점을 찾지 못하던 경찰들은 이 사건이 과거에 한 여자가 뇌사 상태에서 장기 기증을 했던 일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고 관계자들을 추적합니다. 사건이 깊어질 수록 가슴이 무거워지고, 슬픔과 한숨이 더해지는데요. 범인은 원한의 대상자를 노리는 것이 아니라 대상자의 사랑하는 가족을 노렸습니다. 타우누스 시리즈가 그러하듯, 사건을 추적하다보면 더 큰 사건을 만나거나 숨겨져있던 것들을 만나게 되지요. 타우누스가 얼마나 큰 지역인지는 모르겠는데... 이 곳에서 정말 대형사건들이 많군요. 어쨌든 읽는데 시간이 좀 걸리긴 했습니다만, 타우누스 시리즈 중 가장 편하게 읽었습니다. 내용은 - 심각하게 불편하지만요. 참, 이 글을 읽고 장기 기증에 대해 더 반감을 가지게 된 건 아닙니다. 끝없는 고민, 그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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