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 없는 한밤에 밀리언셀러 클럽 142
스티븐 킹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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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 없는 한밤중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큰일 날 뻔 했으나, 다행히 팔월 대보름이 며칠 지나지 않은지라 아직은 하늘에 별 뿐만 아니라 달까지 환하게 떠있어서 다행입니다. 그러나, 이 책의 첫번째 작품인 '1922'를 읽을 때는 제주에 호우주의보가 내렸던 때라 폭우가 삼켜버린 어둠속에서 방에 불을 켜놓고 혼자 누워 책을 읽고 말았습니다. 그랬더니 네브래스카 주 헤밍퍼드홈의 40만 제곱미터의 토지가 어두움으로 물들어 황폐해지는 것을 더욱 끈적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폭우에 바닥마저 끈적끈적한데, 주인공의 침대 시트는 아내의 피로 끈적해졌습니다. 장인이 물려준 땅과 농장을 패링턴 사에 팔고서 도시로 가서 차도녀로 살고 싶은 아내를 설득하지 못하자 어리석은 남자들이 그러하듯 폭력으로 해결하려 했습니다. 심지어 자신의 아들을 공범으로 만들어 아내 살해에 가담케 하고, 죽은 아내를 우물에 던져 넣습니다. 이제 땅을 팔자는 아내도 없으니 자신이 원했듯이 변함없는 생활을 해야하는데, 아내가 죽은 시점에서 이미 그전과 같은 삶이란 없는 것이었다는 걸 이 남자는 깨닫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공범이 되어버린 아들은 온전 했을까요.

아내를 살해하는 장면에 대한 묘사는 정말 끔찍했습니다. 피비린내가 확 풍겨오는 듯 했지만, 몸서리치며 책에서 눈을 떼니 그 비린내는 비비린내였습니다. 쏟아지는 빗줄기에서 느껴지는 눅눅함에 무언가가 기어서 나에게 올 것만 같았습니다. 내가 죽인 벌레들이 조금씩 나에게 다가오는 것 같은 두려움에 온 몸이 간지러워졌습니다.


비오는 날에 이 책을 읽는게 아니었는데..... 후회를 하며 책을 덮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며칠이 지나 밝은 달이 떴습니다. 팔월 대보름의 슈퍼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마음을 의지하기엔 충분했습니다. '빅드라이버'를 읽었습니다. 이런, 달이 떠있다고 안심할게 아니었습니다. 그건 그것대로 괴로운 일이었으니까요. 저는 그 환한 달빛 아래에서 테스의 괴로움을 느껴야만 했으니까요. 테스는 미스터리 작가로 저자 강연회에 다녀오던 중 차량 사고가 나서 정차하게 되고, 그 곳에서 만난 덩치 큰 남자에게 잔인하게 성폭행을 당합니다. 그 남자는 테스가 죽은 줄 알고 내다 버리는데, 그곳엔 여자들의 시체가 여러 구 있었습니다. 가까스로 살아 돌아온 테스. 주간지에 기사가나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 그녀는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스스로 복수하기로 합니다.


'공정한 거래'편에서는 인간이 저런 이유에서 원한을 품을 수도 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못난 놈. 자신의 못남을 탓하기 보다는 에고가 강했던지 친구가 너무 잘났기 때문이라고 여기고 그가 점점 괴로움에 빠져드는 것을 즐겼습니다. 타인과 나를 비교하는 사람은 언제까지고 행복할 수 없는 법인데, 그는 거래를 하였으므로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 수 있겠죠? 약속을 지키는 한.


'행복한 결혼생활'이란 정말 어떤 것일까요? 서로에게 맞춰주는것, 한 쪽이 양보하는것... 상대방의 모든 것을 아는 것이 행복할까요. 모르는 것은 그대로 모르는 것이 행복할까요. 배우자의 숨겨둔 비밀을 우연히 알게 된다면 그 비밀의 크기와 상관없이 덮어 둘 수 있을까요? 아니, 우선 그런 것을 덮어 줄 수 있을 만한 사랑이라는 것이 존재할지.. 그걸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아마도 이 소설속의 아내와 같은 행동을... 아니, 저는 못합니다.


이 책의 4가지 복수 이야기는 무척 끔찍합니다. 우연히 만난 사람들이나 뉴스 기사를 통해 상상력을 부풀려 글로 옮기는 스티븐 킹의 능력에는 예전부터 탄복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무서운 상상을 해도 자신이 만든 이야기속에 먹혀버리지 않는 건가...하는 걱정을 하게 만듭니다. 진짜 호러는 귀신이나 괴물, 좀비가 아니라 어쩌면 우리 주변에서 일어 날지도 모르는 사건들에게서 비롯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주위를 둘러봅니다. 문단속도 다시 한 번 합니다. 나에겐, 내 주위에선 그런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면서요. 그리고는 내 주변이 아니라면 괜찮다는건가..하는 생각에 내 자신이 무서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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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델바이스 2015-10-08 0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져

포니 2015-10-08 16:2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