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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의 제자들 ㅣ 밀리언셀러 클럽 140
이노우에 유메히토 지음, 김아영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마법사의 제자들> 이라는 제목만으로는 이 책의 내용을 짐작할 수 없었습니다. 어쩐지 니콜라스 케이지가 나오는 영화 <마법사의 제자>도 생각나고, 미키마우스가 나오는 <판타지아>의 음악, 프랑스 작곡가 폴 뒤카의 <마법사의 제자(L’apprenti sorcier)도 생각나고..위대한 마법사 멀린의 제자들이 이 세계에서 어떤 일을 벌이는 것인가...하는 상상을 했었지만, 뜻밖에도 이 책은 변종 바이러스로 인해 사람들이 죽어가고, 그 병을 이겨낸 사람들이 겪는 후유증을 그린 이야기였습니다.
아니, 이렇게 설명하니 휴머니즘이 넘실거리는 소설이 되어버렸네요. 휴머니즘, 그런 건 모르겠고요. 오히려 사회적 혼란이나 그 속에서의 인간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럼 왜 제목이 <마법사의 제자들>일까요?
디즈니의 <마법사의 제자(L’apprenti sorcier)>는 위대한 마법사의 제자인 미키가 스승님이 안 계시는 동안 꾀를 부려 어설픈 마법으로 청소를 하려다가 온통 물바다가 되고, 수습을 하지 못해 갈팡질팡하다가 결국 스승님의 힘으로 상황이 정리된다는 내용입니다. 이노우에 유메히토의 <마법사의 제자들>에서는 누군가의 실수로 퍼져버린 바이러스가 세상에 퍼져버리고, 그 일을 수습하지 못해 갈팡질팡하던 차, 그 일을 수습할 수 있는 누군가가 나타나야만 했으니, 이런 점에서 제목이 <마법사의 제자>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소설은 이미 치사율 100퍼센트의 바이러스가 발생한 것으로 시작됩니다. 무척 바람직한 병원의 조치로 제1 감염자가 나타난 당 병원부터 폐쇄하고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았으나, 이미 바이러스는 세상으로 퍼져나가버린 상태였나 봅니다. 폐쇄된 병원을 취재하려고 왔던 나카야 교스케는 병원의 연구자인 애인과 연락 두절이 되어 걱정하고 있던 메구미를 만나 그녀를 통해 취재를 해보려고 했으나 둘은 감염증세가 나타나고 병원으로 이송. 혼수상태에 빠지고 맙니다. 보통은 혼수상태 이후 사망이지만, 메구미와 교스케는 둘다 살아납니다. 기적 같은 생환. 그 둘 말고도 아흔 넘은 노인이 살아났는데요. 메구미의 애인은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지도, 죽지도 않습니다. 이렇게 네 명만이 살아남고 나머지 감염자들은 모두 사망하고 맙니다. 최초 감염자는 메구미의 애인이었고, 메구미와 애인이 병문안 갔던 노인이 제 2 감염자가 되어 세상에 바이러스를 확산시키고 말았던 것입니다. 메구미는 살아남았지만, 부모도 죽고 원망의 대상이 되어 갈 곳이 없습니다. 병원에서는 생존자의 혈액을 이용해 치료제를 만들어 사람들을 치료했으니 이들은 원수이면서 은인입니다. 덕분에 바이러스는 소강상태를 보여 완전히 상황이 끝났다고 봐도 될 정도였거든요. 여기까지만 생각한다면, 재난 소설에 가깝겠지만, 실제 이야기는 여기서부터입니다.
살아남은 자들은 - 이 바이러스를 용뇌염이라 명명하였습니다. - 뜻밖의 후유증에 시달리게 됩니다. 투시력, 염력, 회춘 등이 후유증이었는데요. 이들이 만약 악당이었으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이 특수 능력 외에도 굉장한 방어력도 지니게 되었거든요. 누구도 그들을 해칠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순한 사람들을 보았나. 이 힘을 이용해서 세상을 어찌해보겠다는 생각은 눈곱만치도 하지 않습니다. 염력으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세상과의 교류를 꿈꾸는 메구미와 그녀의 매니저 비슷한 것이 된 교스케, 회춘 중인 노인도 뭐, 그다지 욕심이 없습니다. 이렇게 순진하고 순수한 삼총사는 한집에 모여살며 - 같이 살고 싶어 사는 건 아니지만 - 사이좋게 지냅니다.
하지만, 그들에 대해서는 참 말이 많습니다. 여전히 원수로 여기는 사람도 많구요. 자신은 가족을 잃었는데 TV에 나와 행복하게 웃는 메구미를 보고 - 사실 그녀가 행복할리 없음에도 불구하고 - 참을 수 없었던 사람이 그녀를 공격하면서부터 이야기는 방어막과 가시를 동시에 두르고 흘러갑니다.
있을 수 있는 일과 다소 황당할 정도의 스토리가 함께 버무려져 진행됨에도, 어색하거나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하늘을 날건, 자동차가 날건, 평범했던 사람들이 용뇌염에서 회복되어 슈퍼히어로가 되었던 우주 최고 악당이 되었던...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책은 무척 두꺼운데 그것조차 문제 되지 않았습니다. 읽다 보면 그 재미 속에 푹 빠지게 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