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녀굴 - 영화 [퇴마 : 무녀굴] 원작 소설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17
신진오 지음 / 황금가지 / 201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계 자연 유산으로 지정된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에서 가장 유명한 두 동굴은 만장굴과 김녕사굴입니다. 사실 만장굴과 김녕굴은 하나의 동굴로 이어져있던 곳인데요. 자연적인 원인으로 (천장의 함몰) 동굴이 분할되면서 만장굴과 김녕굴로 나뉘었습니다. 김녕굴도 입구를 통해 들어가면 세갈래의 길로 나뉘게 되는데, 이 김녕굴은 만장굴 아래쪽에 위치해 있습니다. 용암이 폭포처럼 흘렀던 자국도 있고, 무척 구불구불한 것이 뱀이 지나간 것 같은 형상입니다. 이 김녕굴은 1991년 일반인에게는 폐쇄되어 그 모습을 직접 볼 수는 없지만, 저는 이 김녕사굴에 들어가 본 적이 있었으니, 무척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제가 들어갔던 것은 폐쇄 이전의 일이라 기억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곳에 비해 사람의 손을 덜 타는 곳이어서 - 이를테면, 인공적인 구조물이라던지, 상업적 시설같은 것이 세워질 수 없는 곳이라 - 제가 기억하는 몇십년 전 모습을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동굴에 들어가면, 일단은 차고 습하고 어둡습니다. 먼데서 박쥐 같은것이 날아와 나를 물어뜯을 것 만 같은 기분이 들고, 천장이며 벽면이며 바닥에 용암이 흘러가다 굳은 자국이 있어서 더 긴장 됩니다. 이 정도 규모라면, 뱀이 아니라 이무기, 아니 용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커다란 뱀이 있었다면, 일년에 한 번 처녀를 공양하는 걸로 배를 채울 수 있었을까, 나머지는 쥐나 박쥐.. 그리고 작은 생물만을 먹고 살아왔을까. 그렇다면 무척 배가 고팠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과 그정도면 착한 뱀 아닌가 싶기도하고..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하는 기묘한 동굴이었습니다.

정말로 인신공양을 원하던 뱀이 존재했기에 김녕굴은 김녕사굴이라고 이름붙은 것인지, 아니면 동굴 내부의 형태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이야기를 지어냈는지, 그런 깊은 굴에 가서 놀다가 아이들이 변이라도 당할까 걱정된 어른들이 지어낸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김녕굴은 김녕사굴이라 불리며 거기에 얽힌 안타까운 전설을 전하고 있습니다.


 


서 판관이 김녕사굴의 뱀을 퇴치한 것으로 끝났다면 해피앤딩이었을터이지만, 서판관은 하늘에서 피비가 내린다는 군졸의 말을 듣고, 그만 뒤를 돌아 보아 죽고 맙니다. 뱀에게 복수를 당한 것이지요. 저에게 이 이야기는 맹인 점장이가 보복 당했던 우리나라의 전설 다음으로 충격을 주었던 이야기였기에 김녕사굴과 김녕사굴 전설은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것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김녕사굴에 얽힌 책이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나와있던 모양입니다. 영화화 되었다는 소식과 이웃님들의 리뷰로 무척 궁금해졌는데요. 책의 제목은 <무녀굴>. 이미 2010년에 출판되었더군요. 읽어보고 싶어서 동네 서점 두군데를 갔는데 - 동네라고는 하지만, 제주에선 가장 큰 서점입니다. - 없더군요. 자주 가는 도서관에도 없고.... 온라인 서점도 한 군데는 품절, 다른 한군데에서 발견하여 주문하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렸습니다. 온라인 서평들은 참 좋던데, 혹시 내가 기대를 너무 크게 하고 있는 것이라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도착한 책을 펴들고 읽기 시작하자, 금새 이 책속으로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사이클 동호회 회원들이 김녕사굴에서 이상한 일을 겪고 행방불명 되는 것을 시작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6개월 후 동호회원 한 명이 살아돌아오지만, 정신상태가 이상합니다. 안좋은 일을 여럿 겪었으리라 생각되어 수사가 진행되는 한편, 서울에서는 젊은 의사 한 명이 운전 중 기묘한 일을 겪으며 운전중 사망하게 됩니다. 그 의사의 후배이자 퇴마사인 신진명은 선배의 영혼과 대화를 하고 그가 겪을 일을 영시하고, 선배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상한 일은 선배의 사고로 끝난 것이 아니라, 그의 가족에게도 벌어지는데요. 특히 선배의 아내 금주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것 같습니다. 금주와 그녀의 딸 세연은 점점 위험에 노출되고, 진명은 어떻게든 선배와의 약속을 지키려 애씁니다. 노력 끝에 알아낸 사실은 선배의 위험은 금주 때문에 일어난 것이며, 이 모든 것은 김녕사굴의 사건과 연결되어있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들은 제주로 향합니다.



매력적입니다. 이 달에 개봉 예정인 영화 <퇴마: 무녀굴>이 기대 될 정도로요. 소설의 완급과 묘사가 참으로 적절해서 장면장면이 눈앞에 그려집니다. 이 소설을 영화로 그대로 옮겼다면 무척 무서운 호러영화일 것 같아 영화를 볼까말까 망설여지기도 하지만요.

소설을 한 번에 연속해 읽었음 좋았을텐데 몇번에 나누어 읽었습니다. 마저 읽어야하는데.. 읽어야하는데.. 하면서 언뜻 손이 가지 않더군요. 어쩌면 연속해 읽는게 두려웠기 때문은 아니었을까요?


 

전, 방울 소리가 싫습니다.

차르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