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날은 전부 휴가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각자 다른 인생길이라고 하지만, 슬렁슬렁 걸어가도 열심히 달려가도 종착역은 어짜피 같은데 우리는 무엇때문에 열심히 뛰어가려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느릿느릿 걸어가면 어쩐지 패배자가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건, 달리는 말에 채찍질하는 우리 사회분위기 때문일까요?


이사카 코타로의 <남은 날은 전부 휴가>라는 책에서는 미조구치와 오카다가 참 열심히 살아갑니다. 남의 등을 처먹으면서요.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분명 나쁜 사람인데 이상하게 정이 가는 캐릭터가 있는데, 이 책의 그들도 그렇습니다.

고의로 차를 들이받게해서 돈을 뜯어내거나 불륜중인 아저씨를 협박해서 돈이나 그에 상당하는 노력을 뜯어내기도 하는데요. 그렇다고 해서 이인조 양아치들은 아닙니다. 엄연히 조직에 속해... 아, 조직에 속해있었지만, 독립을 하겠다고 뛰쳐나와 독자노선을 걷고 있었지요.


오카다는 어쩐지 정의롭지 못한 이런 일들을 하는 것이 양심에 걸렸습니다. 무척 도덕적인 인간은 아니었지만, 남의 눈에서 눈물나게 하는 일을 한다는 것이 지겨웠지요. 일을 그만두고 싶다고 하는 오카다에게 미조구치는 '만일 무작위로 메일을 보내서 너와 친구하겠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일을 그만두어도 좋다고 합니다. 그런데, 마침 이혼을 해서 내일이면 뿔뿔이 흩어지게되는 삼인 가족의 가장에게 메일이 도착하고, 결단력있는 엄마의 권유로 친구 성립. 오카다와 한 가족은 가족이 아니게 되는 내일을 기념할 겸, 드라이브를 하고 외식을 합니다. 오카다는 어린시절에 죽어버린 부모님을 떠올리게 되지만, 그렇다고 좋았던 추억은 아니었기에 그냥 그들을 바라 볼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남은 날들은 전부 휴가로 평생 마음 편하게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며 지내보려합니다. 하지만, 미조구치와 함께 뛰쳐나온 조직의 보스 부스지마가 오카다를 추적하고 있다는 미조구치의 전화를 받고 위험에 처합니다. 편의점에 차를 세운 오카다는 30분이 지나도 자신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이 차는 가져도 좋다는 말을 남기고, 그렇게 그냥 사라져버립니다.


<남은 날은 전부 휴가>의 첫번째 이야기 였습니다.

이내, 다른 이야기가 이어지길래 단편집이었나... 하고 약간 섭섭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곳에서 미조구치가 등장하자 이어지는 이야기로구나.. 싶었습니다. 미조구치는 부스지마에게 사죄를 한듯, 다른 파트너와 함께 여자를 납치해서 이동하다가 경찰의 검문에 걸립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오카다의 오지랖 넓은 이야기. 오카다의 어린시절 이야기. 그리고 미조구치의 이야기들이 유기적으로 얽히며 이어집니다.

 

제멋대로에다가 생각없이 행동하는 것 같은 미조구치도 나름대로의 철학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었구나.. 하는 것을 깨닫는 순간엔 <칠드런>의 진나이가 생각났습니다. 엉뚱한 것 같으면서도 대책이 없는 데다가 겁도 없는 그런 사람. 하지만, 알고보면 진한 의리가 있는 남자로구나...하는 것을 깨닫고 배시시 웃음 짓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엔,

약간의 오픈 결말이긴하지만, 나도 모르게 엄지를 세웠습니다.

무언가 멋지다.

대단하다. 재미있다.

이 소설도 사신치바에 뒤지지 않는구나.

뭉클한 감동이 아닌. 시원한 감동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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