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 오프 밀리언셀러 클럽 139
데이비드 발다치 엮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소설을 읽는다는 건 주인공에게 몰입할 뿐만 아니라 그 주인공의 시간과 공간적인 배경까지도 함께 흡수해 머릿속에서 그려내는 일일겁니다. 그 배경이 때로는 초현실 적이기도하고 때로는 지극히 현실적이기도 한데 ,작가가 그것을 얼마나 잘 그려내느냐에 따라 몰입도가 달라집니다. 자신이 창조해 낸 공간에서도 엄연히 논리와 일관성이 존재해야만 하는데 ,그런 공간을 한치의 오차도 없이 자신의 뇌 속에 보관하고 있는 작가들은 정말 대단합니다. 
게다가 각자 다른 작가의 공간에 존재하는 캐릭터끼리 만나게 해서 함께 사건을 해결하게하는  - 국제 스릴러 협회의 <페이스 오프 > 는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사랑하는 캐릭터에게 더욱 현실성을 부여했습니다. 공간의 통일을 이루어, 다른 곳에 사는 주인공들이 하나의 사건을 만나 서로의 개성을 죽이지 않고 활약한다니, 어쩌면 저 사람들을 바다 건너 미국에 가면 만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이 들 정도로, 그들은 활자를 넘어서 살아있는 생생한 모습으로 제게 다가왔습니다.

이번 페이스오프에는 마이클 코넬리, 데니스 루헤인, 제프리 디버, 리 차일드등 쟁쟁한 작가가 함께 했는데요. 제가 이름을 알고 있는 작가도 있었고 생소한 작가들도 있었습니다.  처음에 단편들을 읽을 때는 살짝 섭섭했습니다. 두 주연급 캐릭터가 함께 활약하기에는 지면이 너무나 좁았기에 좀 더 넓은 곳에서 활약했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러나 두 거장이 서로의 시간을 할애하여 의견을 합치시키며 소설을 진행하기엔 다소 무리였겠지.....하는 결론을 내고 섭섭함을 뒤로하며 읽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짧습니다. 이 단편을 길게 늘여 스릴을 느낄 수 있는 스릴러로 만들어 주었으면하는 마음이 간절해졌습니다. 맨 처음에 실려있는 마이클 코넬리와 데니스 루헤인의 야간비행에서부터 그런 서운함을 느꼈으니 책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지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스티브 마티니와 린다 페어스타인의 팬더를 찾아편에서는 그 섭섭함이 배가 되었는데요.  제가 좋아하는 반전의 법정드라마였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그만 읽을까. 임팩트가 부족해. 좀 더 극적으로 연출 할 순 없었을까.

욕심과 실망이 중첩되어 느슨해진 눈으로 조금만 더 보기로 하자며 스스로를 격려했는데요.
아. 계속 읽기 잘했어.
단편이라기 보다는 중편의 느낌이었던 - 제프리 디버와 존 샌드포드의 라임과 프레이 편에서부터 다시 눈을 빛내며 읽을 수 있었습니다.  심리학적 프로파일링에 뛰어난 존 샌드포드 팀과 과학수사에 뛰어난 제프리 디버팀의 활약은 제 코를 책에 처박게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매 순간 흥미롭고 긴장이 감도는 것이 약간의 추리를 가미한 스릴러로서 손색이 없었습니다. 진행도 적절하고 두 팀의 네명은 최고의 하모니를 이루었습니다. 일단 흥미를 붙이기 시작하니까 모든 작품들이 재미있어졌습니다. 특히나 린우드 바클레이의 글랜 시리즈가 궁금해졌는데, 글랜 보담도 그의 딸 캘리를 만나고 싶어졌습니다.

영미 스릴러 문학의 대가들의 어벤저스급 단편집 <페이스 오프> 라고는 하지만 , 어벤저스에서도 모르는 캐릭터가 반이 넘었듯이 이 책에서도 모르는 캐릭터, 작가가 반이 넘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을 생각하지 않아도 좋을 정도로 재미있었습니다.  몰랐던 작가들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도 되었구요. 만남이 짧아 아쉬웠던 캐릭터들은 작가의 장편으로 다시 만나려고 합니다. 그들의 매력을 좀 더 진하게 느껴보고 싶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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