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 싱 - 돌아온 킬러 의사와 백색 호수 미스터리 밀리언셀러 클럽 119
조시 베이젤 지음, 이정아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세상에는 희한한 호수들이 참 많습니다. 사람들이 모여 호숫가에 서서 소리를 지르면 기류가 변해 비가 내린다는 운남성의 호수부터, 수면에 펄프가 떠 있어 걷어내어 건조시키면 종이를 만들 수 있다는 아프리카의 사루리호 등등의 이야기가 20세기를 살았던 저에게는 믿거나 말거나 같은 방송이나 유령선 이야기가 나오는 기이한 책 같은 곳에 실려 있었습니다. 그러나 단연 인기가 좋았던 것은 네스호의 괴물 네시였는데요. 네시 이야기는 심심하면 한 번씩 애독하던 잡지 소년 중앙이나 새소년, 보물섬 같은 곳에 실려있었습니다. 조작이라는 설이 들렸지만 어린 나이였기에 조작일리 없다며 네시는 어떤 모습일까...몸통은 어떻게 생겼을까 많은 상상을 했습니다. 그리고 네시를 잊고 살아갈 만큼 어른이 되어버린 지금, 조시 베이젤의 <와일드 싱> 이라는 소설 때문에 다시 그녀석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이 소설은 지난 번에 읽은  <비트 더 리퍼 > 의 후속작인데요. 전작에서 피에트로 브라우나라는 마피아 킬러였지만 FBI 증인 보호 프로그램으로 신분 세탁 후 피터 브라운이라는 의사로 살던 주인공이 이번에는 라이어넬 아지무스라는 이름으로 유람선 선의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이름이 이렇게 자꾸 바뀌면 본인도 헷갈리겠습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자신이 전직 킬러 피에트로 브라우나라는 사실을 숨기고 살아 갈 수 있다면야. 그쯤은 감수하지요. 어쨌든,  유람선에서 유유자적하던 그에게 한 재벌이 돈을 넉넉히 줄테니 레지라는 남자가 알려온 백색 호수에 살고 있는 괴물이야기가 진짜인지 아닌지를 알아봐 달라는 요청을 합니다. 동행자는 미모의 고생물학자인 바이올렛인데, 둘은 밀당을 하는건지, 츤데레를 하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츤츤 데레데레 하면서 백색 호수 근처의 레지가 운영하는 산장으로 갑니다. 그곳에 도착해 환대를 받으며 조사를 시작 할 것 같지만 ,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아니 이사람들은 왜 이리 총부리 들이대는 걸 좋아하는 지. 자꾸만 목숨이 왔다갔다 합니다. 이 마을 주민들이 무척 수상합니다. 분명 무언가가 있는데 그 무언가가 네시스타일 호수 괴물이 아닌 것만은 확실합니다. 그 호수엔 어떤 스타일의 괴물이 살고 있었을까요. 그리고 희생자들은 어쩌다가 그런 일을 당했을까요.

책은 두께에 비해 경쾌합니다. 가독성이 좋지요. 그런데 분명 블랙유머도 많고 웃기다고 그랬는데. 왜 안웃기지. 미국식 유머코드라서 나랑 잘 안맞는건가. 그냥 피식하는 헛웃음도 안나오네요.  장르가 개그가 아니라 스릴러 인 것 같으니 그냥 넘어가자..라고 생각했는데, 아뿔사. 웃음코드는 본문에 있는 게 아니었나 봅니다.  풍자와 해학이 있는 곳은 본문이 아니라 주석 부분이었습니다. 제가 책을 읽을 때 책 하단에 주석이 있으면 매번 아래로 시선을 옮겨 주석을 곁들여가며 읽는 게 아니라 흐름을 깨지 않으려고 일단 그냥 지나가버리는 습관이 있습니다. 그러니 <와일드 싱> 의 드레싱인 새콤달콤미끌 주석을 팽개치고서 wild thing 만 먹은셈이었어요.  어쩐지 너무 싱겁고 아쉽더라니.
그래서 다시 한 번 드레싱을 끼얹어가며 와일드 싱을 읽었어요. 이러언!!!!  정치나 뭐..그런 못알아들을 부분은 여전히 존재했지만 소설이 처음과는 달리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그렇군요. 이 책의 읽는 방법은 그렇습니다. 반드시 주석을 곁들여 읽어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싱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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