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스토어 밀리언셀러 클럽 138
벤틀리 리틀 지음, 송경아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제주는 열린듯 닫힌 섬이고 닫혀있는 것 같다가도 열려있다는 것을 깨닫게하는 희한한 섬입니다. 전 세계적인 문제 중 하나인 거대 자본에 의한 지역 경제의 침식을 어느 정도 방어하고 있는데요. 섬주민 특유의 배타성 때문인지 아니면 자신의 소비패턴을 소신껏 정하기 때문인지 경제에 어두운 저는 잘 알지 못하지만 향토오일시장및 전통시장, 개인 빵집, 시장 통닭집들이 이렇게 잘 살아남고 있는 지역은 드문 것 같습니다.  소신을 지켜 소비를 할 수 있다면 그만큼 좋은 일은 없겠지만 가정경제가 어려울수록 알뜰 소비를 하려고 노력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할인 정보를 입수하면 마트로 달려가지요. 그런데 마트라는 곳은 희한해서 내가 사려고 했던 품목 그 이상의 것들이 나를 유혹합니다.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어느새 이것 저것들이 내 카트안에 올라타 집으로 데려가주기를 원하지요. 계산대에서 계산을 마칠때까지 긴장을 놓아서는 안됩니다. 그들은 최후에 최후까지 우리가 소비하도록 덫을 놓고 있으니까요.


거대자본이 지역경제를 삼켜버리는 것은 마트 한정의 일이 아닐껍니다. 하지만 모든 상품을 다룰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지역에 세워진 마트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일테죠. 직원에 대한 처우, 지역 소상인의 고통,  그들이 받는 특혜 같은 것에 속상해 하면서도 결국은 그들의 마케팅 전략에 넘어가 뭐에 홀린 듯 끌려가고 맙니다.

벤틀리 리틀의 소설에 나오는 거대 마트는 <더 스토어> 입니다. 제주엔 코스트코의 제주에서의 이름인 '마트로'가 있는데요 더 스토어라는 제목을 보니 마트로가 생각나더군요. 하지만 두 점포는 관련이 없습니다.  더 스토어는 거대자본에 의한 지역 경제의 붕괴 그 이상의 공포가 존재하거든요.



조용한 시골 주니퍼에 더 스토어가 생긴다고 합니다. 제주에서도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난개발때문에 짜증이 나는데, 이곳에서도 환경은 고려치 않고 무조건 건물을 세웁니다. 이때부터 잘 못 되었다는 것을 알았어야 했는데, 상인들은 자신의 가게가 잘 운영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고민도 많았지만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은 물건을 저렴하게 구매 할 수 있다는 생각, 일자리가 많아진다는 생각에 기뻐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입사원서나 아르바이트 지원서를 들고 더 스토어를 찾았구요.

소설의 주인공 벤은 더 스토어가 생기는 걸 싫어했습니다. 지역에 생기지 않아도 되는 마트가 지역장들의 잇권과 맞물려 마트에게 특혜를 주면서 까지 세워진다는 그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결국 마트는 세워졌고 그의 두 딸도 그 곳에서 일하게 됩니다. 어쩐지 수상한 더 스토어. 그곳은 한발 떨어져서 보면 우리 주변에서 볼수 있는 대형마트와 같았지만 안으로 들어가보면 악마적인 - 이윤을 내기 위해서라면 살인도 불사하는 컬트 집단이었습니다. 킹 회장을 교주로 하는 광신적인 종교집단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인데요.  그들은 입사한 직원들을 세뇌하여 자신들의 통제하에 둡니다. 세뇌의 기본인 수치심, 공포 등을 적절하게 이용하는데 , 자신도 모르는 새 그들의- 특히 인사 매니저 램의 말에 복종하게 되는 것이지요. 램은 사디스틱한 변태입니다. 그의 사디즘은 더 스토어의 직원들을 통제 하는데 무척 유용하게 사용 되지요. 주니퍼의 더 스토어는 직원들을 통제하고 소상인들을 통제하고 지역의회를 장악하며 나아가서는 주니퍼 자체를 소유합니다.
달아나려해도 달아 날 수 없습니다.

 


더 스토어 체인망은 미국 전역으로 뻗어 있으며 그들의 계열사들도 여기저기에 존재하기에 그들을 완벽히 피할 수는 없습니다. 이래죽나 저래죽나 마찬가지라면 킹회장을 만나 한 번 싸워 볼 수밖에요.

소설은 전국적인 마트 체인점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공포스럽게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약간의 과한부분을 빼면 실제로 그런거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그만큼 전개나 묘사가 뛰어납니다. 책 두께에 비해 가독성도 좋구요.  하지만 서둘러 마무리 한 것 같이 결말부분이 빠르게 진행되어 조금 아쉬웠습니다.  약간의 가파른 언덕을 두두다다 달려가다가 갑자기 나타난 낭떠러지 때문에 급히 멈춘 것 같은 기분을 느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은 다섯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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