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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선택 ㅣ 블랙 로맨스 클럽
리사 맥먼 지음, 김은숙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재미있게 읽던 웨이크 시리즈 그 마지막 권입니다.
뭐라고 표현해야 좋을지.. 정말 안타깝습니다. 빌어먹을 인생이라고 해야할까요.
제이니의 인생은 태어나기 전 부터 덜그럭 거렸던 것 같습니다.
모든 불행은 자기 혼자 싸짊어진 것 처럼 구는 엄마라니. 남자가 사라졌든 헤어졌든 달아났든, 어쨌거나 임신은 혼자 한 것이 아니라 - 강간 당한것도 아니고 사랑해서 생겼잖아요 - 함께 했으니 아이를 낳은 이상 제대로 양육할 의무가 있지 않나요.
'어째서 나 혼자만 이 고생을 해야해.' 라고 억울해 할 필요는 없어요.
왜냐하면, 양육의 1/2 만큼의 노력도 하지 않았으니까요.
평생 백수에 알콜중독자로 살면서 제이니의 엄마라고 할 수 있을까요.
남자에게 버림받고 미혼모가 되고, 부모조차 받아들여주지 않는다고 해서 스스로를 망치고 아이까지 팽개치다니. 제이니는 부모를 잘 못 선택하고 세상에 나온 것 같습니다.
아, 아이는 부모를 선택 할 수 없지요?
만약에 선택권이 있다면 제이니는 두사람을 부모로 선택했을까요.
엄마에게 무슨 일이 생겨서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죽으면 어떡하지...하는 상반된 두가지 감정이 공존하는 제이니. 그 마음이 거의 완전히 이해가 됩니다. 어짜피 지금도 제이니가 모든 생계를 꾸려가는데 차라리 혼자가 편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나도, 제이니도 함께 합니다.
이런 이중의 마음은 엄마 문제 뿐만이 아닙니다.
그녀는 점점 눈이 멀어가고 죽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겁니다. 소모성 질환과 같은 그녀의 드림캐쳐 능력은 그녀의 세포를 갉아먹고 시력을 앗아가고 손발의 감각을 뺏아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살 수 있을까요.
지금처럼 남의 꿈속에 빨려들어가고 보고, 듣고... 현실감각이 없는채로 이공간을 헤매고 다닌다면 육체의 능력과 정신의 유통기한을 단축시키고 말겁니다. 그러니 떠나고 싶습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조용히 생활한다면 그런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겁니다.
점점 눈이 멀어가지만 경찰을 돕고 타인을 도우면서 슈퍼히어로처럼, 자부심을 갖고 살아갈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외딴 집에 혼자 살면서 타인의 꿈 속에 들어가는 일 없이 안전하게 살아갈 것인가...하는 선택을 반드시 해야만 합니다.
이런 불안감은 제이니에게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녀의 남자친구 케이벨은 그녀의 모든 것을 감당하겠다고, 평생 함께 하겠다고 장담했지만, 그의 꿈은 악몽으로 얼룩져있습니다. 눈이 먼 제이니... 노쇠해진 제이니.. 손의 마비가 와 감당할 수 없는 제이니.. 그런 그의 꿈을 그녀가 봅니다. 서로 말은 하지 않아도 괴로워하고 있음을 압니다. 그러니 그녀의 고민은 더 깊어갈 뿐이지요. 이제 겨우 10대의 끝자락에 서있는데.. 아직 소녀일 뿐인데. 세상은 그녀에게 너무 무겁습니다.
응급환자로 실려온 노숙자분위기의 남자 헨리. 그사람이 제이니의 아버지라고 합니다. 평생 처음 보는 그 남자는 뇌에 이상이 생긴채로 의식이 없습니다. 그의 끔찍한 꿈속으로 빨려들어간 제이니는 그의 고통을 맛보고 더 괴롭습니다. 그를 아버지로 인정해야 할까요. 그녀를 이런 괴로움에 처하게 한 장본인인걸요.
제이니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강했습니다. 현명했고요.
그녀의 마지막 선택. 그 후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더랍니다...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살아있는한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10대 감성에 맞춘 독특한 로맨스 소설인 웨이크 시리즈는 건어물녀가 되어버린 제 마음도 흔들어 놓았습니다. 이제는 제 마음도 깨어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