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테우스 - 토벨라의 심장
디온 메이어 지음, 이승재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2월
평점 :
품절


 


아르테 출판사를 통해 동시에 출간되어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디온 메이어의 소설인 <오리온>, <프로테우스> 중 하나인 <프로테우스>를 읽었습니다.  소설 <오리온>의 주역이 간간히 등장하여 더욱 매력을 살리는 <프로테우스> 이지만, 전편은 읽지 못했기에 온전히 이 소설 속에서 그 매력을 찾아야만 했습니다.

소설의 주 무대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이었는데 ,오랫동안 제 머리 속엔  남아공이란 아프리카인데도 백인들이 주인인 양 설쳐대는 말도 안되는 나라로 인식되고 있었고 다이아몬드가 많이 생산되는 나라...같은, 사회시간에 배운 단편 지식 뿐이었습니다.  그렇기에 1994년 넬슨 만델라가 대통령이 되었다는 기사를 보고서도 '와 대단하다.' 정도의 느낌밖에 없었습니다. 다시 원 주인의 손에 돌려 놓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희생과 피를 흘려야만 했는지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것을 생각하기엔 정신적으로 덜 성숙했었기 때문일겁니다.

 


이렇게 흘린  피로 젖어든 대지는 검은 대륙 아프리카가 아니라 붉은 대륙이라고 작가는 작품 속에서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그 붉은 대지에 서 있는 한 남자. 코사족의 전사 토벨라가 소설 <프로테우스>의 주인공입니다. 그는 족장이며 전사의 피를 물려받은 삼촌에게 교육받은 강인한 전사이면서도, 온화한 성품의 목사인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았기에 폭력과 안식의 사이에서 갈등을 겪었을지도 모릅니다. 그가 전사였던 시절엔 전설이었지만 해결사시절을 거쳐 지금은 사랑하는 여인과 그녀의 아들과 함께 평화롭게 농장을 운영하며 유유자적 살고픈 오토바이 대리점의 직원일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과거의 동료가 납치되어 위험에 처했다며 그의 딸이 찾아오고 아버지를 감금한 사람에게 부탁받은 CD를  72시간내로 전해주길 바랍니다. 그 CD에는 정부 관계자의 치부가 들어있었습니다. 정부기관에서는 도청으로 그녀가 아버지의 일을 토벨라라는 사람에게 부탁하러 간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토벨라는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을 뒤로 한 채 과거의 의리를 위해 떠납니다. 비행기를 타고 떠나려는 그를 정부기관 요원들이 붙잡는 바람에 그 자리를 빠져나온 그는 자신이 근무하던 오토바이 대리점의 멋진 오토바이를 허락없이 빌려타고 추격을 피해가며 목적지를 향해  달려갑니다.


소설은 정부기관의 이야기와 토벨라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진행됩니다.덕분에 추격이 어떻게 되는지 그는 또 어떻게 피하는 지 독자인 저는 거의 모든 상황을 파악 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이 소설의 매력이 될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 스릴의 양이 줄어들 수 있다는 단점으로 작용할수 있었습니다. 독자인 저는 토벨라의 편으로도 정부기관 쪽으로도 끌려가지 않아서 몰입도가 떨어지는 바람에 저 멀리 떨어져 있는 나라의 사건을 바다 건너 불구경 하듯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뭐 어쩌라고. 토벨라가 추격자를 피해 달아나면서 해신 프로테우스같은 면을 보여 줄 것인가 기대했지만 별로 그런 면을 보여주지는 않았습니다. 그는 자신 속에 흐르는 전사의 피를 가라앉히길 끊임 없이 바라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그를 프로테우스라고 했을까. 그가 추적자를 피해 잠시 픽업트럭 화물칸에 타고 이동 할때 그 이야기가 잠깐 언급됩니다.

 


생존을 위해 불특정한 패턴으로 움직이는 것, 그것을 프로테우스적인 행동이라고 하는 것과 연관지어 토벨라의 눈속임 전략을 가지고 그렇게 표현하는 것 같았지만 제 생각엔 아무래도 토벨라가 이땅 위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지나왔던 모든 모습들이 각각 달랐기에 그를 프로테우스라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합니다. 그리스 신화의 프로테우스는 돌에서 나무, 나무에서 동물로 적들이 혼동하도록 자유자재로 변신했었지만 토벨라는 목사의 아들로 , 투쟁의 시대의 전사로, 제가 미처 기억하지 못하는 이런 저런 신분으로, 마약상의 해결사로, 오토바이 대리점의 결근 없는 성실한 직원으로, 다정한 의붓아버지이자 남편감으로, 그리고 결국 오토바이를 탄 악당인지 영웅인지로 살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변신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그는 프로테우스가 아닐까요. 소설 속에서 그를 프로테우스로 지칭하지는 않습니다. 그는 움징겔리 (전사) 라고 불립니다.

 


솔직히 말하면  책 뒤쪽의 '아프리카의 심장 남아공을 위한, 검은 히어로 토벨라 음파이펠리의 복수'라는 대목이 이해가지않습니다. 어디서도 토벨라의 비장함 같은 건 느껴지지 않았거든요. 남아공을 위해서 내 한목숨 바쳐 싸우리 같은 거요. 약속을 지키는 남자 토벨라가 과거의 의리와 약속때문에 옛동료를 구하러 가는 여정이었지 특별히 남아공을 위해 움직인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무슨 복수일까요? 마지막까지 그는 복수를 하지 않은 것 같았는데...... 어느 부분이 복수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소설은  남아공의 정치적 역사와 정황을 이해하고 있을 수록 몰입이 좋을 것 같습니다. 남아공은 커녕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에 약한 저는 초반에 조금 해맸거든요. 하지만 작가는 무척 친절합니다.  남아공의 지난 역사를 간추려 서술해주고 있거든요.  그러니 그 서술에 집중하고 이해한다면 이내 소설 속에 녹아 들 수 있습니다.


다음 읽으시는 분을 위해 한가지 제안을 한다면 스릴러물로 읽는 것 보다는 남아공을 배경으로한, 현대사를 어깨에 얹은 한 남자의 이야기로 읽어보시라고 하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감상하실 수 있을거에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