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두리 없는 거울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박현미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츠지무라 미즈키의 세계는 독특합니다. 무척 현실적인것 같으면서도 비현실적입니다.

츠나구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테두리 없는 거울>에서도 우리를 그 경계면으로 끌고갑니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란 무척 위험한 것이라 그 경계가 무너져버리게되면 감당 할 수 없는 무게에 짓눌리고 맙니다.

이 소설의 메인인 <테두리 없는 거울>의 주인공도 거울을 이용한 주술로 자신의 미래를 점쳐보려했지만 오히려 그 불분명한 경계에 먹혀버리고 맙니다. 간절히 소망하고 바라는 것이 자신의 것이 된다고해서 꼭 행복해지는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꾸만 욕심을 부리게 됩니다. 그렇게라도 반드시 가져야만 하는 것들인지는 알 수 없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이 최선이고, 그것만 있다면 세상의 모든 행복을 가질 것만 같은 기분에 잘못된 선택을 하고 돌이킬 수 없는 일을 벌이게 되어 감당 할 수 없게 됩니다. 소설 속 그녀, 가나코가 원했던 건 사랑이었습니다. 그를 가지길 열망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것이 될 수 없었고 거울점 속에서 보았던 그와 자신의 아이를 사랑스럽게 여기며 밤마다 꿈속에서 아이를 잘 교육하며 아빠처럼 음악의 재능을 꽃피워 모녀가 사랑받으려 하지만, 꿈은 점점 악몽이 되어버렸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그는 자신에게서 점점 멀어지고, 재능을 갖추지 못한 딸이 밉습니다. 어째서 내 바람을 이뤄주지 못하는거지. 가나코는 이 꿈을 끝내고 그와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에 더욱 괴로워합니다. 결국 거울점을 끝내기 위해 그녀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맙니다. 그와의 미래를 꿈꾸며.

이 소설은 호러 단편집입니다. 각각의 이야기는 별개의 이야기로 이루어져있는데, 모든 이야기에 어린이가 나옵니다. 주연 혹은 조연 그것도 아니면 엑스트라라도. 호러에 어린아이가 등장하면 조금 더 마음이 아리다는 사실은 미야비 미유키를 통해 충분히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음, 이 소설에는 아이가 등장하는군.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겠어."라고 결심할 수는 없습니다. 이내 쓸데없는 짓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마지막 이야기 '8월의 천재지변'편이 계속 마음에서 울립니다. 약간의 따돌림을 면하려고 이웃 마을에 가상의 친구를 만들어 낸 신지가 그 거짓말이 들통나는 바람에 큰 곤경에 빠진 것을 안타까워하던 친구 교스케, 여름방학때 그 둘은 신사에서 우화한 매미를 발견하고 난 후 상상 속의 친구 유짱을 실제로 만납니다. 유짱은 신지의 상상속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심지어 다른 아이들의 눈에도 보이다니.

기적이었죠. 하지만 유짱이 과연 이 곳에 계속 머물 수 있을까요? 상상 속의 친구를 가지고 있으며 그 친구가 현실에 존재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진 저의 딸이 신지와 겹쳐저 가슴이 더 짠해왔습니다. 책을 덮고 아이에게도 읽어보라고 밀어주고나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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