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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속의 소녀들
톰 롭 스미스 지음, 박산호 옮김 / 노블마인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살아가면서 부모에대해 의심한 번 해보지 않고 살아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행복하겠습니까만은 막상 그런 순간이 닥쳐온다면 의심을 하고 있는 자기 자신을 혐오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엄마와 아빠의 이야기가 서로 달라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다면 더욱 그렇겠지요. 자신이 내릴 수 있는 결론은 둘 중 하나일겁니다. 좀더 논리적으로 그럴싸하게 말하는 사람의 말을 믿거나, 아니면 좀더 애정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거나. 결국은 그런겁니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어릴 때는 결론을 내릴 수 없었죠. 아니, 좀 더 쉽게 결론을 내렸을 지도 모릅니다. 아이의 잔인하리만큼 솔직한 대답에 한쪽은 섭섭하지만 그냥 웃으면서 이녀석~! 하고 볼을 꼬집을겁니다. 그렇지만, 어른이 된 후의 이런 일은 쉽사리 감당할 수 없는 일입니다. 자신이 어른이기에, 그들이 지나온 생활의 반만큼은 자신도 겪어왔기에 오히려 더 감당키 어려운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우리 부모님을 알기는 아는 걸까?
부모님을 사랑했는데 어느 새 나도 모르게 부모님을 방치하고 있었다. 변명을 하자면 엄마와 아버지는 한 번도 먼저 나서서 힘든 일을 이야기하는 편이 아니었다. 부모님은 과거를 잊고 미래를 향해 나가아 더 행복한 정체성을 만들고 싶어했다. 어쩌면 나는 부모님의 고통스러운 기억들을 파헤치는 건 자식 된 도리가 아니라고 주장함으로써 내 무관심을 해명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부모님의 아들이자, 유일한 자식이다.
p.158
런던에서 동성인 애인과 동거중인 다니엘은 커밍아웃하지 못해, 스웨덴으로 이주해간 부모님께 찾아가보지 못한지 꽤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아버지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지요. 엄마가 아프다는. 그것도 정신적으로 아프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피해망상증으로 주변을 모두 적으로 대하고, 음모가 숨어있다고 주장한다는 것입니다. 부모를 뵈러 스웨덴으로 출발하려던 다니엘은 오히려 정신병원에서 나온 엄마가 런던으로 찾아와 자신의 편이 되어주기를 원하는 바람에 엄마와 함께 런던에서 그녀의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엄마의 이야기는 런던을 출발해 스웨덴의 한 외진 마을 농장을 구입하는데서부터 시작됩니다.
원래 스웨덴 출신이었으나 어린시절부터 영국에서 생활하다 다시 스웨덴으로 돌아간 엄마는 고향은 아니었지만 이사 해 간 그곳에서 마을의 유지 하칸을 알게되고 그와 자신의 남편 뿐만 아니라 다른 남자들 - 광범위하게는 스웨덴 전역의 남자들 - 이 서로 공모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칸의 양녀인 미아와 친해진것, 그리고 그녀가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싶어했으며 하칸에게서 벗어나고 싶어했던 것, 그러다가 어느 날 미아가 마을에서 사라져버린 것..... 그런 것들이 엄마를 두렵게 했고 미스터리 속으로 빠지게 했습니다. 심지어 하칸도, 형사도 미아의 실종을 심각하게 생각하는 척, 찾고 있는 척하고 있다고 느꼈거든요. 엄마는 그들이 공모하여 미아를 살해했으며 유기했고, 무언가를 알고 있는 것 같은 자신을 함정에 빠뜨려 정신이상자로 몰아가려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남편까지 공모해서요. 16세에 가출했지만 그래도 올바른 판단을 내려줄 거라 믿었던 아버지(다니엘의 외할아버지)를 찾아갔지만, 그 아버지 역시 딸이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사위에게 넘깁니다. 그러니 유일한 희망은 아들이었죠. 그러나 아들이 아버지와 한패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다니엘은 엄마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었죠. 혼란스러웠습니다. 하지만, 결국 아들은 어머니를 런던의 정신병원에 입원시킵니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배신감을 느꼈죠.
나는 아무것도 없이 텅 빈 이메일에 분명하게 적힌 내 이름을 보았다.
다니엘!
엄마의 그 필사적인 이메일을 보고도 나는 대수롭지 않게 흘려넘겼다. 그때 엄마의 마음속에서 내가 아버지를 대체할 사람, 엄마를 믿어줄 사랑하는 이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건 전혀 몰랐다. 엄마의 음모론은 이미 그때부터 내 안에서 살기 시작했던 것이다.
p.281
엄마는 아버지를 악당이라고 말하고, 아버지는 엄마를 정신이상자라고 말합니다. 이 틈바구니에서 다니엘이 어떻게 괴롭지 않을 수 있었을까요? 그러나 작가는 다니엘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단순한 부부싸움 사이에 끼어있는 어린 아들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을까요.
몇 달 후 다니엘은 진실을 찾기 위해 스웨덴으로 갑니다. 그 곳에서 다니엘은 엄마와 아버지가 지내던 농장도 살펴보고, 하칸도 만나보고, 형사도, 의사도 만나봅니다. 그리고 평생 처음으로 외할아버지도 만나봅니다. 엄마의 담임선생님까지도요. 그리고 놀라운 결과를 찾아냅니다.
이 소설에서의 피해자는 단 한사람. 그러나 제가 생각하고 있는 그 사람이 아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