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커레이드 호텔 매스커레이드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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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호텔리어 (2001년작 :MBC)>라는 드라마가 있었지만, 드라마엔 별로 관심이 없어서 안 봤습니다. 오히려 <호텔 퀸시>라는 만화에서 호텔리어, 특히 컨시어지들을 보며 대단하다, 멋지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자질구레한 요구를 하는 손님들뿐만 아니라 스키퍼도 있고 블랙 컨슈머도 있으니 호텔리어들은 무척 힘들겠습니다. 저 역시 대학 졸업 후 모 호텔에 근무할 뻔했었습니다. 당시 건설 중이던 호텔이었는데요 사전에 채용이 결정되어 있었죠. 졸업 후 임시로 다른 곳에서 일하다가 호텔 오픈 즈음에 합류한다는 계획이었는데, 모회사가 부도났고, 그 건물은 아직까지도 방치되어 흉물스럽습니다. 그러니 호텔리어가 될 뻔했던 사람으로서 - 의미 없나요? - <매스커레이드 호텔>을 읽었습니다. - 아, 역시 의미 없네요.

 

히가시노 게이고가 늘 추리소설을 쓰는 건 아니므로 어떤 소설일까 궁금해하며 읽기 시작했는데요. 역시, 추리소설이었습니다. 3건의 연쇄 살인 현장에서 각기 숫자로 된 암호가 등장하고, 암호는 다음 번 사건의 장소를 예고하는 바, 다음번의 장소는 코르테시아도쿄 호텔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호텔에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범인을 찾아내기 위해 닛타 고스케 경위를 비롯한 형사들이 호텔리어로 위장 잠복합니다. 어느 모로 보나 날카로운 닛타이지만 완벽한 잠복을 위해 우수한 호텔리어 나오미에게 훈련을 받고 프런트에 섭니다.

재미있습니다. 코르테시아도쿄 호텔이 어떤 곳인지 알 수 없으나 저는 중문 관광단지의 제주 하얏트 호텔을 떠올렸습니다. 파놉티콘 같은 구조로 되어있는 (비유가 적절하지 못함을 알지만) 아름답고 편안한 분위기의 호텔. 제주엔 이런저런 호텔들이 있지만, 로비에 앉아서 쉬고 있을 때 편안함을 주는 호텔이 있는가 하면 공연히 주눅 들게 하는 곳이 있습니다. 책 속의 코르테시아 도쿄 호텔은 전자인 듯했습니다.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친절과 손님이 룰북이라는 태도로 손님에게서 불편함을 제거해주는 호텔이었습니다.

 

세상에, 별의별 손님들이 다 있었습니다. 괜히 방을 업그레이드 받고 싶어서 트집 잡는 손님, 영감을 느끼는 손님, 시각장애인인척하는 손님, 불륜 손님 등... 뿐만 아니라 호텔의 특성상 연회, 결혼식 등도 있기에 신경 쓰이는 부분들이 한 두 군데가 아닙니다. 혼자 잠입한 것도 아니면서 닛타는 이것저것 신경 쓰며 범인을 추리해 나가는데, 시간이 갈수록 닛타에게선 호텔리어의 분위기가 풍깁니다. 반면 완벽한 호텔리어 나오미는 형사 같아지네요. 역시 가까이 있으니 닮게 되나 봅니다. 형사는 대상을 관찰합니다. 의심하고, 의문을 갖고, 범죄를 캐내려 합니다. 호텔리어도 대상을 관찰합니다. 여기서의 대상은 손님이겠죠. 고객의 숨을 뜻을 찾기 위해, 편안함을 제공하려 합니다. 누구나 가면을 쓰기 마련이지만 호텔의 손님들은 각자의 사연으로 더욱 두터운 가면을 쓰고 있습니다. 손님이라는 가면을요. 흥겨운 파티 도중  슬그머니 나타나 사람들 틈에 숨어들었던 적사병 가면처럼, 범인 역시 가면을 쓰고 그들에게 깊숙이 다가섭니다. 그 가면은 언제 벗어던질까요?

 

추리소설이지만, 호텔리어로서의 에피소드들이 와닫는 소설이었습니다. 게다가 여러 가지의 에피소드들이 마지막엔 모두 복선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어 묘한 기쁨을 느끼게 합니다. 커다란 호텔 로비의 푹신한 소파에 몸을 기대고 앉아 눈을 감고 <매스커레이드 호텔>의 스토리를 창조하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모습이 그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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