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잔의 칵테일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이덴슬리벨 / 201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푸른 하늘 맥주>로 잔잔한 힐링 작가라는 편견을 깨 준 모리사와 아키오의 <여섯 잔의 칵테일>을 읽었습니다. 저자를 유쾌한 작가라고 기억하고 싶은데, 나는 어째서 또 잔잔한 힐링의 세계로 들어가려 하는 거냐며 스스로를 탓해보지만, 읽고 싶다는 욕망을 자제하지 못해 결국 읽게 된 책이었습니다.

 

그러나 모리사와 아키오는 마초 스타일이지만 마음 따뜻한 게이, 곤마마를 메인에 내세워 잔잔하지만은 않은 유쾌한 힐링 속으로 저를 밀어 넣어주었습니다.

저에게 있어 가장 방황되던 시기에 제일 좋아했던 칵테일은 선라이즈였는데, 보드카 선라이즈도 좋고 데킬라 선라이즈도 상관없었습니다. 레드와 오렌지, 그리고 그 그러데이션이 좋았던 것이니까요. 원래는 신혼 첫날 새로운 출발을 기뻐하며 마시는 술이라던데, 아무렴 어때요. 저에게는 새로운 출발이 필요했던 시기였으니 그 술이 딱 어울렸던 것이었죠. 이 책의 제목에 칵테일이 들어있는데다가 제가 느닷없이 술 이야기를 해서 바텐더 이야기라고 생각되겠지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이 소설은 원래의 제목 <소중한 것일수록 작은 목소리로>처럼 여섯 명의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느끼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공통의 장소는 헬스장, 그리고 Bar 히바리인데요. 히바리의 마담 곤다(곤마마)는 2m가 넘는 거구의 스킨헤드, 근육이 장난 아닌 마초 스타일입니다.

<시티헌터>의 팔콘이 상상되는 외모인데, 야한 농담을 하지만 어째 귀엽습니다. 마음이 깊고 따뜻해서일까요? 곤마마는 헬스장의 동료이자 히바리의 단골들에게 알듯 말 듯 조언을 해는데요, 바텐더 카오리- 시티헌터의 카오리와 전혀 다른 이미지 - 의 칵테일도 조용히 그들에게 조언합니다.

샐러리맨 게라짱도, 섹시 미녀 미레씨도, 광고 대리점 사장 샤초씨도, 고교생 슌군도, 치과의사 센세도 겉으로보면 모두 유쾌한 사람들이지만, 알고 보면 모두 한가지씩의 깊은 고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각각의 사람들이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이나 이해하고, 사랑하며 제 자리를 찾아가는 모습들이 발랄하고 상큼하게 그려집니다. 심지어 이들을 제자리로 돌아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의 곤마마도 '고독'이라는 괴물을 두려워하지만 점차 극복해나갑니다.

<여섯 잔의 칵테일>은 발랄하고,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소설입니다.

네가 살 수 있는 건 지금 이 순간뿐이야. 과거와 미래를 염려하는 건 다 쓸데없는 짓이지.

다시 돌아갈 수도 없는 과거를 슬퍼하면 모처럼 살고 있는 지금이 불행해질 뿐이야.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를 불안해할 필요도 없어. 소중한 `지금`을 하찮은 것으로 만들면 안 되겠지? 괴로운 과거에서 벗어나 미래의 불안도 모두 잊고, 지금 이 순간만을 음미하며 살자.

그게 바로 `행복하게 살수 있는 비결`이란다.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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