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수호자 바스탄 3부작 1
돌로레스 레돈도 지음, 남진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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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고 싶지 않았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은 무척이나 끔찍한 일입니다. 나무 아래서 볼 때 소담하고 포근해 보이는 - 지푸라기와 어미새의 깃털로 지어진 - 둥지라도  실은 가시나무로 지어진 둥지 라면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아직 날지도 못하는 아기 새들에게는 고통일 것이며, 필사적으로 나는 법을 익혀 둥지를 떠날 날을 기다릴 것입니다. 그리곤 그날이 오면 다시 돌아오지 않으리라 맹세하며 포르르 날아 자신의 세계를 꾸려나갈 것입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돌아오게 된, 다 자란 그 새는 아기 새의 기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보이지 않는 수호자>의 아마이아 살라사르도 돌아오고 싶지 않았습니다. 분노조절이 안되는 정서 장애였던 어머니에게 받았던 학대의 흔적이 남았는 고향으로, 사건만 아니었다면 돌아올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그녀가 근무하는 팜플로나에서 어린 소녀의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그 사건이 엘리손도에서 벌어진 사건과 거의 유사했기에 아마이아는 사건의 담당이 되어 엘리손도로 갑니다. 자상한 조각가 남편과 함께였지만, 몹시 불안합니다. 그녀의 과거는 악몽이 되어 그녀를 못살게 굴었습니다.
 

 

  

소녀들의 시신은 잇다라 발견되고 연쇄살인 현장에 놓여있던 그 지역 특유의 산시고리라는 케이크를 단서로, 가업인 살라사르 버터빵 회사를 운영 중인 플로라 언니에게 자문을 구해 지역의 빵 공장의 밀가루를 연구소에 보내 검사하게 합니다. 플로라 언니는 책임감에 빵 공장을 이었으며 끝까지 병든 어머니를 간호했다는 이유로 아마이아에게 못되게 구는데, 자신의 별거 중인 남편 문제까지 겹쳐 심경이 불편했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막냇동생에게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플로라도 병원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닌지.. 둘째 언니 로사우라도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전 남편인 프레디는 연쇄 살인의 희생자 중 하나인 십 대 소녀 안네와 성적 관계가 있었으며 심지어 자살을 기도하기까지 합니다. 형사 반장 자리를 놓쳐 심술이 난 페르민 몬테스 형사까지 아마이아를 괴롭게 하는데 그녀의 남편 제임스와 어릴 때부터 엄마처럼 - 우리가 상상하는 엄마의 이미지처럼 아마이아를 돌봐준 엔그라시 고모가 아니었다면 그녀는 버텨 낼 수 없었을 것입니다.

 

작가는 중간에 큰 복선을 깔아두었습니다. 그것도 대놓고. 그런 이유로 범인이 누구인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분명 그의 주변 인물일 것이라는 것을 쉽게 눈치챌 수 있었습니다. 그런 의심을 가지고 나니 작가가 의도적으로 숨기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 생각하게 되었고, 저는 그만 반전이 주는 묘미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생각하지 말 것을 ....

 

그러나 저는 이 소설을 범인 찾기보다는 아마이아가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와 그녀의 집안, 살라사르의 복잡한 가정사에 더 주목하며 책을 읽었습니다. 주인공의 과거 상처 같은 것은 자칫하면 이야기를 곁길로 새게 하기 마련인데, 저자는 독자를 자연스럽게 아마이아와 동화시켜 오히려 이쪽이 반드시 존재해야만 하는 스토리로 만들어나갔습니다. 대부분 아마이아를 관찰하는 시점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저는 쉽게 그녀의 삶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나 봅니다.

 

깊은 상처를 지닌 사람들은 많습니다. 그것을 정화하여 강인한 모습으로 무장하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잘못된 방법으로 해소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저는, 전자였으면 좋겠습니다.

 

** 무척 괜찮은 스릴러 소설이었습니다.

** 바스탄 3부작의 1부로 , 2부< 뼈의 유산>, 3부 <폭풍에 바치는 공양>도 기대됩니다.

*** 3부작 모두 영화화할 모양입니다.  

"그는 뭔가에 예속되어 있어, 노예처럼. 비록 굴레가 씌워져 있지만 지금은 자유야. 그는 지속적으로 내면의 분노를 억누르기 위한 전쟁을 해왔어. 이제 비로소 억누를 수 있게 되었다고 믿고 있어."
"믿고 있다고? 무엇을 믿는다는 거야?"
"자기가 옳다는 것을 믿어. 이성이 자기를 지지한다고 생각해. 자기가 한 짓이 착한 일이라고 믿고 있어. 선의로 살인을 했다고 말이야. 승리를 거둔 것처럼, 악을 이긴 것처럼 행동하고 있지만 다 허세일 뿐이야. 다시 세 장을 줘."
그녀는 카드를 받아 천천히 늘어놓았다.
"경우에 따라서 서서히 무너져 내리기도 해. 그럴 때면 가장 비열한 모습이 드러나기도 하고."
"……그래서 살인을 하는군."
"아니야. 살인할 때는 비열한 인간이 아닐 때야. 별 의식 없는 인간이라는 걸 알겠어. 그러나 살인할 때는 순수를 지키는 수호자일 때야."



-p.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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