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열전 - 담백하고 시원한 한국인의 소울 푸드
백헌석.최혜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냉면성애자라면 크게 반길 책입니다. 냉면에 대한 모든 것이 다 들어 있으니까요. 레시피만 빼고요. 레시피가 있다한들 진짜 맛을 내기도 힘들거니와 사먹든지 인스턴트를 쓰면되지 뭔 고생을 사서하냐고 생각이 들 터인즉, 일단은 책을 펴고 읽기부터합니다.

 

그러고보니 대학생때였던 것 같은데, 친구들이 냉면을 해달라며 집에 놀러오곤 했었습니다. 제가 내건 조건은 단 두가지, 재료는 너희들이 사오고 설겆이도 할것. 난, 요리만 한다!!! 친구들이 재료를 사가지고 오는 동안 나는 고춧가루, 마늘, 깨, 꿀등으로 다대기를 만들어 두었습니다. 고기를 삶고 육수를 식히고 갖은 준비를 하는 동안 친구들은 만화책을 보거나 책을 읽었습니다. 다섯명이 모여도 다들 조용. 완성된 냉면을 먹으며 수다를 떨었습니다. 과연 우리 모임은 식도락이었을까요 아니면 독서회엿을까요. 정답은 그냥 오타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니 친구들 생각도 나고 냉면 생각도 납니다. 여름 다 지나서 무슨 냉면이냐구요. 모르시는 말씀 냉면은 원래 겨울이 제철이에요. 메밀은 10월이 제철인데, 지금 수확해 겨울이 되면 구수하며 은은한 제향을 뿜어냅니다. 그러니 겨울이 최고 일 수 밖에. 뿐인가요. 동치미는 겨울 무로 담근 청량한 김치가 아닌가요. 메밀, 그리고 동치미는 냉면의 기본중의 기본. 우리 조상님들은 그렇게 냉면을 즐겼었죠.

그럼 언제부터 먹었던 걸까요? '냉면'이라는 단어가 처음 문헌에 등장한 것은 조선 중기인 17세기 초라고 합니다. 그러니 오래전 부터 조상님들과 함께 한 모양인데, 19세기말 김군근의 그림 <국수 누르는 모양>이라는 그림을 보면 국수 뽑는 일이 아주 보통 힘든 일이 아닌 모양입니다.

 

힘센 장정 두명이 온 힘을 다해 눌러도 얼마 뽑지 못합니다. 그러던 것이 1932년 철공업자 김규홍이 무쇠 제면 기계를 발명함으로써 냉면은 한발짝 더 서민에게 가까이 다가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1875년 독일에서 냉동기 개발로 1920년 부산에 생긴 제빙 공장을 시작으로 석빙고의 시대는 막을 내렸고 겨울 별미 냉면을 여름에도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가지 조금 아쉬운 것은 1908년 MSG의 출현으로 이듬해 아지노모토가 판매되기 시작했고 우리나라에서도 대대적인 홍보가 이루어져 1930년대 이후 우리나라 거의 모든 냉면 육수에 아지노모토가 사용되어 맛이 바뀌고 평준화 되고 맙니다. 그러니 슬플 수 밖에요.

 

허영만의 <식객>에서도 냉면 이야기가 나옵니다. 무척 깊이있게 다루면서 실향민의 추억과 아픔도 함께하는데, 냉면이란 그 면발의 질김처럼 각자의 추억도 질기게 간직하는 것 같습니다. 애인과 맛있게 먹었던 냉면도 있었을 것이고, 엄마가 만들어 준 냉면도 있었을 것입니다. 아니면 저처럼 친구를 추억할 수도 있겠지요.

올 겨울에는 동치미를 좀 담궈볼까요? 여의치 않다면 무를 얇게 썰어 냉면 무라도 만들어 두어야겠습니다. 형식을 다 갖추지 않아도 뭐 어떻습니까. 내 손맛의 냉면은 딸에게 엄마의 냉면으로 질기게 남을텐데....

 

이 책은 냉면의 역사, 문헌, 유명 냉면집 이야기까지 냉면에 관한 모든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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