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 천연균과 마르크스에서 찾은 진정한 삶의 가치와 노동의 의미
와타나베 이타루 지음, 정문주 옮김 / 더숲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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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눈여겨 보았던 단어는 '빵','빵집','시골빵집'이었습니다. 식생활과 섭생환경에 관심이 있는지라 먹거리에 관한 책인가 싶으면 자연스레 눈이 갑니다. 하지만, '자본론'이라니. 경제의 '경'자도 모르고 돈의 순환도 모르고 예금과 적금의 차이만 겨우 아는 저로서는 '자본론'이라는 단어는 무시무시하게 들릴 수 밖에요. 그런데, 이 무서운 단어를 학교에서 들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아, 마르크스. 예전엔 칼 막스 혹은 맑스였던가. 아무튼 뭔가 깊이 알려고 했다간 어디론가 잡혀가고 말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는 책이었어요. 예전에는. 그러니 무슨 이야기가 써 있는지 알지도 못한 체 마르크스는 파파스머프 같은 사람일거야...라고 생각해버렸습니다.

 

오카야마현에서(거기가 어딘지도 모릅니다)전철로 두시간 넘게 걸리는 산속의 빵집 '다루마리'를 운영하고 있는 와타나베 이타루가 이 책의 저자입니다. 전날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새벽거리에서>의 주인공이 와타나베인 것은 우연중의 우연입니다. 읽기 시작한 건 이쪽이 먼저거든요. 시골 고택에서 빵을 굽는다니, 멋드러진 종가집 고택 같은 분위기는 아니고 옛날 옛적 방앗간을 하던 자리랍니다. 어쩐지 음침할 것 같다는 선입견이 있었지만 87페이지, 그들의 가족이 빵집 앞에서 찍은 사진을 보니 그렇게 행복해 보일 수가 없었습니다. 문앞에서 살짝 바람에 나부끼는 포렴의 빛깔도 매혹적인데다가 칠판에 パン屋(パンや) タルマーリー 라는 이름과 OPEN  木金土日. 아니? 잘못 본 걸까요

365일 쉬는 날이 없는 우리네 일반 빵집과는 달리 4일만 일합니다. 주인이 게을러서인가요? 이 빵집의 좌우면 비슷한 철학이 있는데, 그것은 이윤을 내지 않기라고 합니다. 4일만 일한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이윤이야기를 하다니, 이야기가 샛길로 새버린건가...라고 생각하신다면 끝까지 들어주세요. 이윤을 내지 않는 다는 것은 장사하는 사람이 맨땅에 헤딩하기라고 생각이 되지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장사라는 것은 이윤을 남기기 위함이라는건 누구나 다 잘 알고 있지만, 빵집 주인의 철학은 달라요.

이윤을 남기지 않겠다는 말은 망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부를 축적하지 않겠다는 것이랍니다. 수입과 지출을 엇비슷하게 맞추고 손익분기점을 넘는 것이 중요하다고하네요. 이윤 제로. 월급도 투자의 일부로 생각하고 손익분기점만 넘기면 무리없이 빵을 구울수 있다고 합니다.

이 가게에서 이윤을 남기는 건 쉽다고 합니다. 영업 일수를 늘려 빵을 더 팔면 되고, 천연균 같은 어려운 걸 버리고 이스트를 쓰면 됩니다. 그러나, 재료비 절​감 같은 쉬운 길을 버리고 노동시간 절감으로 종업원 스스로도 노동력 착취가 아닌 기술 연마, 스스로의 기쁨으로 일할 수 있는 장인이 되어가는 마음을 가질 수 있습니다.

여기저기 태그를 붙여가며 읽었지만, 아직도 모르는 것 투성입니다. 빵집 아저씨의 경영 철학쯤으로 생각하고 쉽게 덤벼들었으나 그보다 더한 가르침들이 이 책에 한가득 있었습니다. 한 번 읽어 알 수 없는 것들이 말입니다. 이 책이 어째서 추천도서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이 이 빵집을 차리는데 기본 정신이 되었지만, 사실 아직도 자본론을 읽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이유는, 그냥 어려울 것 같아서. 하지만, 미하일 엔데의 <엔데의 유언>은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마찬가지로 어렵겠지만.



`다음번 투자를 위해 이윤은 꼭 필요하다.`라고들 하는데 그것은 결국 생산 규모를 키워서 자본을 늘리려는 목적 때문에 나온 말이다. 동일한 규모로 경영을 지속하는데에는 이윤이 필요치 않다.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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