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법 - 상 - 제66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대상 수상작
야마다 무네키 지음, 최고은 옮김 / 애플북스 / 201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 전 친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저는 그 분의 환갑난 태어난 손녀로 흔히 말하는 사주 중 생시만 다른 셈입니다. 할아버지의 60갑자가 돌아온(還) 날 태어났기에 어떤 사이클을 공유하는 느낌이었지요. 그런 저에겐 할아버지의 부고 소식은 슬프다기보다는 충격 비슷한 우울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마치 사망까지의 D-day가 찰칵 하고 60년 기한으로 켜진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60년이라면 먼 미래의 일이겠지만 The end가 되는 시점이 생긴 것 같아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에 빠져버렸습니다.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을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는 법이고,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나의 세포는 늙어가며 죽어가고 있습니다. 언젠간 주름이 자글자글한 노인이 되어 폐끼치다가 죽어버리겠지.. 라고 생각하면 늙는 것도 싫고 죽는 것도 두렵습니다. 그러나, 늙지도 죽지도 않는 - 여기서의 죽음은 세포의 노화나 기능 정지에 한하는 것으로, 그런 삶을 살고 싶냐고 물어본다면 그건 죽을 수 있는 삶을 사는 것 보다 더 싫습니다. 영생이라는 것은 종교적으로 사후에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여기에 특이한 설정의 소설이 있습니다. <백년법>이라는 소설인데요. 전쟁에 패망한 일본이 미국의 지배를 받던 당시 불로불사가 가능한 시술을 받게 되었고, 일본이 자립하면서 법률에의해 시술 받은지 100년 후에는 죽어야만하는 '생존제한법'을 발효합니다. 당시의 사람들에겐 100년이 먼 미래의 일이었고, 당장 불로불사한다니 기쁘게 시술을 받아왔습니다. 그러다가 100년법을 시행해야하게된 2048년 일본은 혼란에 빠집니다. 겸허히 받아들이는 사람, 저항하는 사람, 달아나는 사람등... 게다가 정치가들 역시 이 법을 피할 수 없는 법. 이 법의 시행을 앞두고 정치 판도가 변화하게 됩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삶도 달라집니다. 불로불사의 삶이 존재하는 것은.. 유토피아일까요, 디스토피아일까요. 그들도 자신의 수명과 삶때문에 고민합니다.

 

작가는 10여년전 이 작품을 구상하고서 플롯이 정해지지 않아 차일피일하던 중 비슷한 설정의 만화가 나왔다고 했습니다. 그러다 SF소설의 제의, 권유로 이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했는데 국가가 법으로 사망일을 지정했다는 점에서는 <이키가미>가 생각났으나 소설은 좀 더 정치판에 집중되어 있었고, 시간의 흐름이 점프하듯 지나가 <20세기 소년>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작가가 지나치게 많은 내용을 담으려 했던 것 같습니다. 시간의 흐름도 따라잡기 힘들었고 등장인물들도 무척 산발적으로 많은 편이었습니다. 적응할라치면 이미 죽은 사람이 되어있기도 하고, 나도 모르는 새 몇 십년이 흘러가버리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다소 산만한 점도 없지는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의 존엄을 지키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영원히 사는 것은 어떠한 의미가 될 것인가, 권력이란 무엇인가 하는 것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주는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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