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신의 7일 이사카 코타로 사신 시리즈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삶이 아름다운 것은 죽음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마침표가 없는 영생이란 순간 멋지다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지루한 것일 수도 있고, 고통스러울 수도 있는 것인데, 그 마침표가 언제 찍히느냐는 아무도 모르는 일인데다가 그 후엔 어떻게 되는지 모르기에 두려움을 갖고 사는 것일 겁니다.

소설 속의 주인공이 고군분투하며 온갖 난관을 이겨냈는데, 마지막엔 죽고 말았다면, 분명 비극일테지만, 그가 오래오래 살아서 행복할런지 아닌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사신이 함께 다니는 순간부터 그의 운명은 99.9% 7일 후 사망이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하지만, 혹시나 0.1%에 속하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에 그의 운명을 끝까지 지켜보게되는데, 제가 지켜보고 있다고해서 그의 운명이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절대로요.

지켜본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운명을 바꿔줄 수도 있다는 특혜를 가진 사신은 냉정합니다. 함께 7일간을 지내면서도 웬만해선 봐주기 같은게 없습니다. 너무하다고 생각 할 수도 있지만, 세상에 죽어 마땅한 인간보다는 죽기에 아까운 사람이 더 많기에, 사신이 냉정해지지 않는다면 지구엔 인구 대폭발이 일어나고 말 것입니다.

일본에는 인기 있는 사신이 몇 있는데, 이치고나 루키아 같은 '만해'를 즐기는 사신도 있고, 류크처럼 사과를 즐기는 사신이 있는가하면, 데스 사이저를 휘두르는 그렐 셔트클리프 같은 사신도 있습니다. 그리고, 음악을 즐기는 사신 치바가 있지요.

두눈을 송곳으로 찔러버리겠다는 협박에도 그러던지 말던지하는 그가, 귀를 찌르겠다는 말에는 '결코 반대'. 귀가 고장나면 음악을 들을 수 없지 않는가. 그가 최우선 하는 두가지는 음악과 일입니다. 그 외에는 뭐가 어떻게 되는 상관 없습니다. 은유나 비유를 못 알아듣는 그의 건조함에 대항하듯 그가 일할때는 언제나 비가와서 공기를 습하게 만듭니다.

단편에서 만났던 치바와 이번의 장편 <사신의 7일>에서 만난 치바는 같은 설정이지만 조금 더 크게 다가옵니다. 사이코패스에게 딸을 잃은 소설가 부부중 남편이 이번 '일'의 대상자인데, 소설가인 야마노베는 사이코패스인 혼조에게 복수하려합니다. 치바는 업무상 그와 함께 해야하므로 당연하게 복수극에 동참하게 되지만, 사실 복수를 하던지 말던제 별 관심이 없습니다. 그저 관찰할 뿐이니까요. 혼조에게도 가가와라는 사신이 그를 조사중이지만 혼조는 생명 연장을 받을 것 같습니다. 독자인 저로서는 '이런 불합리한 일이!'라고 궁시렁대보지만, 실제로 어디 죽음에 순번이 있던가요. 혼조가 살아도 야마노바의 죽음을 피하게 해주는 - 그런 봐주기가 없습니다. 그러니 그는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읽을 수 밖에요.

이야기의 줄거리는 사이코패스 혼조와 야마노베의 목숨 건 밀땅이지만, 사실은 이 안에 야마노베의 아버지, 그리고 본인, 딸까지 이어지는 부모의 마음이 들어있습니다. 자신이 겪어온 세월이지만, 아이들은 다 이겨내면서 자라게 마련이지만, 부모로서는 아프지 않고 상처받지 않고 이 세상을 살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것은 죽을때 까지도 마찬가지이지요.

** 치바의 핀트 어긋나는 대답은 긴장 풀기에 최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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