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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과 창조의 시간 ㅣ 밀리언셀러 클럽 135
로렌스 블록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9월
평점 :
어째서 제목이 <살인과 창조의 시간>인지 모르겠지만, 표지만으로도 어떤 내용일지 미루어 짐작 할 수 있습니다.
죽어있는 남자와 그의 손 근처에 딩굴고 있는 1달러짜리 동전, 그리고 두남자와 한 여자의 그림자가 남자의 시신위에 드리워져있습니다. 남자는 실은 두개골이 박살난 익사체였지만, 표지에는 산뜻(?)한 시신으로 그려졌습니다.
이남자는 사기, 공갈범 스피너로 죽기 얼마전 큰 건수를 잡았는지 신순가 훤해 보입니다. 그러나, 공갈이 과했던 건지, 건드리면 안되는 사람을 건드렸던 건지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하고 매튜 스커더를 찾아옵니다.
매튜에게 밀봉된 봉투를 건네주고 의뢰비를 주는데, 조건은 단 한가지, 절대로 열어보지 말것. 대여금고를 이용하는 깜찍한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피너는 매튜에게 봉투를 맏깁니다. 매튜가 현역 경찰이었을 때 서로에게 신세진 일도 있고, 깔끔한 경찰은 아니었던 매튜였지만, 그에게는 정직했었다는 이유라고 하는데, 어쨌거나, 스피너는 오래지 않아 두개골이 파손된 익사체로 발견됩니다. 경찰 확인 결과 시신은 스피너로 판명되고 매튜는 봉투를 열어봅니다. 스피너는 매튜 앞으로 편지도 남겨놓았습니다. "자네가 이 편지를 읽고 있다는 것은 내가 세상에 없다는 이야기겠지... "라는 흔한 편지였죠. 봉투안에는 협박의 대상자인 세사람의 신상명세와 그들의 치부가 들어있었습니다. 분명 이 세사람 중 하나가 나를 죽였을 것이다.. 그러니 찾아서 복수해달라.. 라는 의뢰로, 의뢰비역시 동봉되어있었습니다. 아니, 애초에 그런 짓을 하지 말던가, 적당히 하고 손을 떼던가... 스피너는 매튜를 굳게 신뢰하긴 했나봅니다. 의뢰비만 꿀꺽하면 그만인것을 매튜는 범인을 찾겠다고 나서거든요.
그래서 다 잘 되었느냐.. 하면, 결국 뭐, 그렇죠. 뭐.
읽다보면 매튜가 있는 곳은 어쩐지 흑백과 컬러의 과도기적인 세상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튜가 즐겨찾는 바에서는 흑백으로 느껴지다가도 사업가 프레이저나 주지사 출마예정인 휘샌들과 만날때는 컬러의 느낌이었거든요. 작가가 의도한 것인지, 그저 저만 그렇게 느낀 건지 모르겠지만, 로렌스 블로이 매튜 스커터를 통해 그려내는 세계의 독특한 색채감인 것 같습니다. 뿌연 담배연기와 넘쳐나는 알콜 냄새가 찐득하게 느껴지는 탐정이라... 남자로서는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 타입이지만, 만일 그가 술을 마시지 않는다면 더 똑똑한 탐정이 될 수도 있으려냐...하는 엉뚱한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킬링타임용으로도 좋고 가벼운 추리물로도 좋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