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포문학 단편선 - 돼지 가면 놀이 - 장은호외 9인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 돼지가면 놀이 ㅣ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26
장은호 외 8인 지음 / 황금가지 / 2014년 8월

공포나 SF판타지 소설을 읽을 때 독자로서의 첫번째 자세는 이러한 일들이 실제할 수도 있다는 열린 마음으로 읽어야 합니다. 에이.. 이건 말도 안돼. 라고 말하는 순간 판은 깨져버리니까요. 두번째는, '어디 나를 무섭게 해보시지!' 라는 강인한 마음을 버리고 책에서의 장면을 상상하며 내가 저 광경들을 실제로 옆에서 보고 있다고 생각하며 읽어야 훨씬 더 두근거리며 읽을 수 있습니다. 그저 순간적으로 머리털이 쭈뼛 서는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짤막한 도시괴담류가 더 좋을 듯 해요. 전, 물론 소설도 괴담도 모두 좋아해요.

공포물을 좋아하는 '저'라는 독자로서는 슬래셔보단 엄습해 오는 공포를 작가에게 기대하지만 제 입맛에 작가가 맞출순 없지 않나요? 그러니 제가 골라야 할 수 밖에요. 하지만, 실제로 읽기전엔 알 수없는 노릇이죠. 학생때부터 여러 작가가 쓴 단편들이 모여있는 단편집 같은 걸 좋아했습니다. 여러가지 색깔도 느낄 수 있구요. 바쁠때는 장편 읽기가 힘들어요. 독특한 뇌구조로 인해 책을 읽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면 앞의 내용을 다 잊어버리고 등장인물 이름도 다 잊어버리거든요. 그러니 단편을 읽어야했죠.

이번에 '황금가지'에서 나온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은 추석 연휴 바쁜 제가 한편씩 한편씩 읽기도 좋았지요. 이런 저런 독자의 입맛을 골고루 적셔줄 수 있도록 엄선 된 것 같았어요. 다만, 첫번째 작품이 너무나 강했기 때문에 중간에 살짝 지루해지는 감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10개의 단편 중 첫번째 이야기 '돼지가면 놀이'는 한국 전쟁 종전 직후 휴전선 인근 펀치볼이라는 마을에서 벌어진 기묘한 사건을 구술하는 형식으로 펼쳐놓고 있었습니다. 장면 장면 긴장의 연속. 기괴함에 두려워졌지요. 그러나, 마음을 추스리고 곰곰히 생각하니, 우리나라의 전설인 '내다리 내놔'.'내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랬지.'와 일본의 '링:사다코' 같은 전염성 공포의 혼합물 같다는 느낌을 배제할 수 없었습니다. 뭐 그렇다하더라도 기이한 공포를 느낄 수 있었지요. 어쩌면 그때 그랬을 지도 몰라..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구요.

'고양이를 찾습니다'편을 읽다가 2010년의 고양이 차차 사건이 떠올랐습니다. 캣쏘우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디씨인사이드 고양이 갤러리의 한 네티즌이 고양이를 학대하는 사진을 올리고, 자신에게 욕설, 모독감을 주지 않으면서 설득만 시키면 고양이의 상처를 치료하고 원래 살던 곳으로 돌려보내겠다고 했던 사건이었지요. 순간 그 때 당시의 사건의 재구성인가하는 생각에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실제의 범인은 어떤 처벌을 받았나요?.....체포는 했던가요? 기억이 나지 않는군요.

'구토'편은 무섭다기보다는 혐오스러운데, 이런 종류는 정말 안좋아합니다. 그냥, 더러워요. - 옆에서 보는 것 같은 마음으로 읽었으니 오죽할까요!!! 이 작품은 제목이 스포입니다.

귀신, 이형의 존재, 특이한 것들이 아무리 겁을 주어도 역시 제일 무서운 건 사람인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도 그렇고, 실제로도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