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위 - 꿈에서 달아나다
온다 리쿠 지음, 양윤옥 옮김 / 노블마인 / 201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저는 요새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현실인 경우 지금이 꿈인가 하는 착각을 하지는 않지만, 이 기억이 꿈에서의 기억인지 현실에서의 기억인지 헷갈릴 때가 종종 있습니다. 리모컨을 (애초에 우리집에 그런 건 없지만)냉장고에 넣거나, 쓰고 있는 안경을 찾는 그런 종류의 건망증은 전혀 없지만, 꿈속의 기억과 현실의 기억의 경계가 무서진다면 혼돈에 빠지고 말거라는 막연한 불안감이 생겼습니다.

<몽위>라는 책의 설정은 무척 독특합니다. 꿈을 기계장치로 뽑아내 영상화하는 기술(몽찰:夢札)이 존재하고, 그 꿈을 전문적으로 해석하는 직업이 있는 시대가 배경입니다. 먼 미래의 일은 아니고, 21세기 -휴대전화니 노트북 같은 것의 충전기를 주렁주렁 달고 여행을 해야하는 시대이므로 현재의 배경에 몽찰만이 더해진 것으로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미 네트워크로 전세계 사람들과 지식, 경험, 생각등을 공유하는 세상이 되었는데, 그렇게 치면 꿈 역시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겠지요. 우리 어릴 적에는 지금과 같은 시대는 상상도 못했었고, 미래의 과학이라는 책에 미래에는 사람들이 전화를 휴대하고 다닐거라는 말이 써있길래, 코드는 어디다 꽂냐, 코에 꽂냐.. 하고 낄낄 거렸던 추억도 있었지만, 지금은 당연하게 전화를 휴대하고 다닌 것 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꿈을 꺼내어 시각화 하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한다거나, 아니면 모두 같은 꿈을 꿀수 있게하는 신기술이 있다면 - 자는 새에 한편의 영화도 볼 수 있겠군요 -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놀랍고 신기한 일이라 아름다운 꿈을 꿀 수 있도록 하는 조작도 가능하겠지만, 정치적인 도구로 사용된다거나, 개인의 욕심으로 잘 못 이용한다면... 그러니까 다수에게 공포심을 심어주거나 하는 세뇌의 목적으로 사용될 수도 있다는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들어서 좀 끔찍합니다.

뭐, 이 책에서 그런 내용이 나오는건 아니지만, 어쩐지 간과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예지몽을 꾸지 않지만, 거의 매일 총천연색에 향기를 비롯한 오감을 생생하게, 현실과 거의 비슷한 꿈을 꾸는 저로서는 때로는 꿈 같은 거 꾸지 않고 푹 쉬었으면 좋겠다고, 아니면 행복하고 아름다운, 그야말로 꿈결같은 꿈을 꾸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지라, <몽위>에서 꿈을 꾸기 싫지만, 현실도 고통스러워 꿈속으로 달아나고 싶은 고토 유이코의 마음이 어느정도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런 마음의 힘이 강해져 있는 그녀가 무의식중에 타인의 꿈속에도 등장하게 되고, 현실과 꿈의 경계가 무너져 현실에서도 나타나게 되어버린 것은 의도치 않았지만 타인에게는 악몽이 되어버린 셈이니 슬픈일입니다.

존재인지 비존재인지 알 수 없는 그녀의 존재를 - 10년도 더 전에 화재로 죽어버린 그녀의 존재를 찾아 - 기묘한 사건들을 뒤쫓게 되는 히로아키는 그녀를 만나고 싶은 마음과 피하고 싶은 마음 둘 사이에서 방황하며 현실과 환상 모두를 동시에 체험합니다. 마치 호접몽 같은 상태라고나 할까요? 제가 가장 피하고 싶은 상태 - 약이나 술을 먹고 몽롱한 그 상태였을 겁니다. 결국, 그들은 마지막에 행복해진 걸까요? 그녀가 말하고 싶었던 3월 14일의 그날은 그녀가 마침내 행복해지는 날이었던 것일까요? 책을 읽고나서도 여운과 궁금증이 남는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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