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브리오 기담 이즈미 로안 시리즈
야마시로 아사코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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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여름밤에 어울리는 책. 딱 제 스타일의 책이었습니다. 표지의 그림도 어쩐지 이토준지의 토미에를 연상시키는(토미에보다 훨씬 미인이라고 생각하지만)그런 표지. 사람을 완전 혹하게 하는데, 처음엔 여자라고 생각했지만 알고보면 주인공인 이즈미 로안의 모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여자 같은 긴- 게다가 얄밉게도 윤기가 반지르르흐르는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아름다운 모습의 여행작가 이즈미 로안은 아주 심한 길치입니다. 그저 방향감각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실제로는 있을리가 없는 이세계와 저세계를 넘나들고 축지도 하는 그런 능력이 있지만, 단점이라면 그게 자기 마음대로 조절되는 능력이 아니라는 것이겠죠. 그만 길을 잃는 것이 아니라 동행도 언제나 함께 길을 헤맵니다. 그러다보면 신비한 일도 겪고 무서운 꼴도 겪게 됩니다. 도박빚을 대신 갚아준 것만 아니어도 절대 따라나서지 않았을 게으르고 세상 될대로 마구 살아버리는 미미히코도 이즈미 로안 때문에 별별일을 다 겪습니다.

그 첫번째 사건이 엠브리오 사건인데요. 엠브리오라함은 태아를 말한다고 합니다. 배 밖에 나와서 살 수 있을리가 없는 엠브리오를 길에서 줍고 그 엠브리오는 그의 손바닥안에서, 그의 품안에서 계속 살아갑니다. 하지만 자라지는 않지요. 아기가 생기지 않는 집에 거금을 주고 엠브리오를 팔고 중개해준 이즈미로안과 길을 떠나는데...

저는 여기 나오는 9개의 단편중에 라피스 라줄리 환상이 제일 마음에 들었습니다. 같은 생을 여러번 반복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과연 행복한가하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만일 내가 다시 태어난다면, 혹은 시간을 되돌린다면... 하고 공상하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지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라피스 라줄리 환상이 가장 인상적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9개의 단편 중 어떤 것은 별로였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어느 한가지도 늘어지는 것이 없었으니까요.

미야베 미유키의 괴담이 이계와 현실의 밸런스 중 현실쪽으로 많이 기울어져 있다고 한다면 <엠브리오 기담>은 이계쪽으로 살짝 한발짝 기울러져 있는 것 같습니다.

이즈미 로안때문에 미미히코는 험한꼴을 당하고, 심지어 그와 동행하지 않았을 적의 다른 짐꾼은 죽기까지 했으니 그는 사신인가싶지만, 이즈미로안 덕분에 새로운 삶, 행복한 삶을 얻은 사람도 있으니 그는 절대로 사신이나 비운을 몰고 다니는 사나이는 아니겠지요. 실제로 자기 자신이 직접 사건에 휘말린 적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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