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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깅이 - 청소년을 위한 <지상에 숟가락 하나> ㅣ 담쟁이 문고
현기영 지음, 박재동 그림 / 실천문학사 / 2009년 1월
평점 :
1941년 제주에서 태어나 유년기와 학창시절을 보낸 작가 현기영의 자전적 소설입니다. 원작은 <지상에 숟가락 하나라는 작품인데, 청소년을 위한 버전으로 슬프고 혼란스러운 4.3 사건의 대참사 부분은 일부 생략했다고 합니다.
어린 깅이 - 기영이라는 이름에서 비롯된 별명이지만, 제주어로는 '게'라는 뜻입니다.-는 4.3의 붉은 화광을 기억하고 있지만 의미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봉화도 방화도 구별 할 수 없을 만큼 천진한 아이였으니까요. 하지만, 난장치던 까마귀떼 만큼은 무서웠고, 관덕정 앞에 걸려진 사람들의 머리 중 아는 사람이 있을까 두려운 마음으로 쳐다보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런 비극 속에서도 자라났습니다.
그렇다. 아이는 무조건 자라나야 한다. 무조건 자라는 것이 아이의 의무이므로, 아이는 결코 과거에 붙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4.3의 유복자들은 막무가내로 자라나서 4.3의 저 검은 폐허를 푸른 풀로 덮게 되는 것이다.
p. 50
4.3의 아픔을 알기에는 어렸던 아이였기에 친구 웬깅이, 주넹이, 돌패기 등등과 함께 개구지게 자라납니다. 여느 아이들처럼 오줌싸개인 적도 있고 노느라 끼니를 거르는 때도 있었습니다. 6.25 전쟁으로 피난 온 육지 아이들과도 제법 잘 어울립니다. 그런 깅이는 전쟁군인(헌병)으로 육지에 간 아버지의 부재가 문득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후에 아버지는 제주로 돌아오지만 귀향 전후 아버지로 인한 시끄러운 사건들도 있습니다. 장난꾸러기 개구진 똥깅이는 사춘기 소년이 되어 이런저런 아픔도 겪어가며 성장합니다.
잔잔함과 경쾌함을 두루 갖추고 있는 이 소설은 글솜씨, 말맛이 좋습니다. 눈앞에 제주의 풍경을 또렷하게 그려내지요. 지금과는 무척 달랐을 그 때의 풍경이지만, 어쩐지 현재의 느낌과 겹쳐지며 우리 부모대의 제주가 그랬으려니 하며 상상하게 만듭니다. 특별히 크게 웃을 일도 눈물짓게하는 장면도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책이 저를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작가의 필력 때문일까요. 두었다 읽어야지 하는 마음과 조금만 더... 하는 마음이 싸우다보니 어느새 책의 마지막 장에 도착해 있었습니다. 한 소년의 성장기를 담고 있는 <똥깅이>의 주인공 똥깅이는 자라서 좋은 작가가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더욱 흐뭇해하며 읽을 수 있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원작인 <지상에 숫가락 하나>도 읽어보아야겠습니다.
그렇다. 아이는 무조건 자라나야 한다. 무조건 자라는 것이 아이의 의무이므로, 아이는 결코 과거에 붙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4.3의 유복자들은 막무가내로 자라나서 4.3의 저 검은 폐허를 푸른 풀로 덮게 되는 것이다.
p.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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