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부트 - 에이미 틴터러 - 새로운 세계의 새로운 종족, 리부트

리부트 1 - 시작
에이미 틴터러 지음, 박효정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6월

책을 덮은 뒤에도 꿈속에서 재구성되어 나타날 정도로 강렬했던 새로운 세상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SF에서도 피해 갈 수 없었던 로맨스가 함께 있었지요. 루나 클로니클 시리즈가 SF에서 동화적이고 더 달달하였으며 여성의 향기가 물씬 풍겼다고 한다면, 리부트는 좀더 액티브 했습니다.

감염되면 보통은 죽어버리지만, 일부 인간을 되살리는 부작용이 있는 치명적인 이 바이러스 KDH에서 살아남은 존재인 리부트.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기까지의 시간이 얼마나 걸렸느냐에 따라 그들의 능력치도 달라지는 데,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죽어있던 시간이 길 수록 능력이 강한 모양입니다. 얼핏보면 외모는 인간과 별로 다를 바가 없는 리부트 이지만, 무서울 정도로 밝은 눈빛을 비롯한 뛰어난 미모 뿐만 아니라 특별한 능력을 가진 리부트는 신기한 존재 일 뿐만 아니라 인간에게는 두려운 존재입니다. 그들의 능력치는 인간 이상이며, 상처를 입어도 회복능력이 상상 이상이며, 머리만 다치지 않는다면 불사의 존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능력이 클 수록 감정도 인간에서 멀어져있다는 이유로, 그들은 살인을 위한 군인으로 키워집니다. 그리고 그들을 이용하는 기관은 인발진(인류발전진흥회)이라고 하지요. 정말로 그들의 감정이 사라져서 사람을 죽이고도 가책이나 두려움 같은 것을 느끼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렇게 세뇌되고 교육받은 것인지는 책을 읽어가면서 스스로 생각을 해 볼 문제인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인발진은 60번대 이하 (죽어서 되살아나기까지 60분이 걸리지 않은 리부트)에게 모종의 실험을 하고 있었고, 이 때문에 주인공인 렌의 룸메이트자 친구가 고통을 견디다 못해 죽어버립니다. 주인공 렌은 178번. 인발진이 자랑하는 최고의 군인이지요. 178번이 인간 마을에 임무를 띄고 나타나면 사람들은 공포에 떨 정도였으니까요.

그런 렌 앞에 갓 리부트가 된 캘럼 22가 나타납니다. 렌은 캘럼의 조교를 맡게 되는데, 캘럼은 너무나 인간적이었고, 17세 소년 다웠다고나 할까요. 밀당을 잘 합니다. 감정이라는 것이 있을리가 없다고 생각했던 렌이지만, 캘럼에게서 두근거림을 느꼈고 친구의 죽음으로 인해 자신의 감정이 죽어있던 것이 아님을 알게 됩니다. 명령 불복종으로 인해 제거당할 위기에 처한 캘럼을 위해 인간 군인인 리브의 도움으로 인발진에서 탈출하기로 계획하지요. 그리고 그들은 탈출합니다. 리브의 리부트 딸 에디를 찾아서 함께 리부트 자치구역으로 가지요.  

리부트 자치 구역에서 - 마치 나는 전설이다에서 새로운 종족이 그랬던 것 처럼 - 그들끼리 모여 행복하게 잘 살았다...라는 결말이었으면 좋았을 테지만, 그들에게는 그런 평안함이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리부트들끼리의 이념의 차이, 인간들과의 문제, 인발진의 추적들이 그들의 앞을 막아 설 뿐이었지요. 하지만, 우리의 렌과 캘럼은 이 운명을 개척해 나갑니다.

리부트가 되살아난 존재라고 해서 처음엔 지능을 지닌 좀비 같은 것일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종의 탄생이었지요. 자신들을 위협할지도 모르는 새로운 종을 이용해 권력을 쥐려던 자들의 몰락이 잘 그려졌습니다.

1권 '시작'편이 렌과 캘럼의 사이가 돈독해지는 모습을 넉넉하게 그려냈다고 한다면, 2권 '저항'에서는 좀더 이야기가 스피디하게 진행됩니다.

블랙 로맨스 시리즈 중 하나라고 하길래. '로맨스'라는 글자만 보고 혹시나 너무 질척거리거나 달달하거나 할까봐 조금 걱정했습니다만, 이 책은 그런 책이 아니었습니다. 액션과 로맨스가 적절히 잘 버무려진 SF소설이었습니다.

폭스사에서 영화화 할 예정이라고 하니 조금 기대가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