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G. 스토리콜렉터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로드 / 201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하이텔 시절 전화국에서 단말기를 빌려다가 사람들과 채팅을 하며 기계 너머의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기를 즐겼었습니다. 제주 바다 건너의 사람들과 온라인으로 이야기 한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고, 재미있기도 했거든요. 하지만, 모두가 진실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고 상처를 받았었지요. 게다가 상대방은 그게 무슨 큰 문제가 되느냐는 태도로 나와서 더 속상했었어요. 유니텔을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이글루스를 거쳐 네이버 블로그에 도달하기까지 20여년 동안 외로움을 가상공간에서 달래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건 일시적으로, 그리고 부분적으로 있었던 일이었을 뿐이고 실제로 굉장히 괴롭거나 슬픈일이 있을 때, 마음이 혼란스러울때에는 오히려 넷과 멀어졌었지요.

 

저와 비슷한, 혹은 저보다 심한 증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세상에는 많겠지요. 미야베 미유키의 <R.P.G> 에도 그런 사람들이 나옵니다. 도코로다 료스케라는 한 집안의 가장은 언뜻 보면 평범한 직장인이고 아버지이지만, 사람들이 자신에게 기대고 의지하는 것을 즐기는 약간은 묘한 성격의 남자입니다. 그런 그가 어느날 시신으로 발견되었습니다. 모방범의 데스크 '다케가미 형사'와 크로스파이어의 엄니 '치카코'형사가 사건을 맡게 되는데요. 사건을 수사하던 중 도코로다가 '아버지'라는 닉네임으로 인터넷 상에서 '가족놀이'를 했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어머니','가즈미','미노루'가 그의 인터넷 가상 가족이었던 것이지요. 게다가 도코로다의 친 딸의 이름도 가즈미. 뭔가 석연찮은 사연이 있어보입니다.

도코로다의 아내는 이미 남편의 행동에 대해 포기하고 방치한지 10여년이 되었고, 그가 바람을 피우던 무얼하든 가정으로만 돌아오면 족하다는 태도를 가지고 있었고, 자꾸만 밖으로 도는 아버지와 그를 용인하는 딸 가즈미는 아버지도, 엄마도 싫습니다.

도코로다는 이런 가족을 방치하고 가상의 가족과 이상적인 가족을 연기하며 가족놀이에 푹 빠져있었는데요. 다케가미 형사는 어머니,가즈미,미노루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취조실에 불러다 놓고 대화하며 치카고 형사와 함께 있는 도코로다 가즈미에게 범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있는가 살펴보라고 합니다.

 

외로운 사람들끼리 모였다지만, 그 사람들이 그 속에 빠져 있을 동안 남겨져 있을 오프라인의 사람들이나 가족들의 심경은 어땠을까요? 그들에게 있어서 현실과 가상공간의 균형은 힘든것이었을까요? 딸에게 물었습니다. 만약에 엄마가 인터넷 상에서 가상의 멋지고 착실한 아들과, 너랑 이름이 같고 요조숙녀같은 딸이랑 이상적이고 자상한 남편이랑 가족 놀이를 하고 있는걸 네가 안다면 기분이 어떨것 같냐고 물었더니, 금새 눈가가 붉어지면서 "화가 나지."라고 말하더군요.

 

이 책.. 뒷맛이 씁쓸한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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