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락 컴퍼니 스토리콜렉터 3
하라 코이치 지음, 윤성원 옮김 / 북로드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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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시니어 클럽의 일자리 창출 사업처에서 일하시는 어르신들을 보면 돈을 벌러나오셨다기 보다는 집에만 계시면 축 쳐지고 그저 할머니 할아버지로 늙어 갈 뿐인데, 나와서 무언가를 할 수 있어서 행복할 뿐이라고 하십니다. 한참 일해야하는 나이인 저로서는 그냥 집에서 편히 쉬시는게 좋은 거 아닌가 싶을 때가 있지만, 그래도 일하시는 모습을 보면 정말 행복해 보이십니다. 땡볕에서 주차 안내를 하시며 김밥 한 줄로 점심을 때우셔도 나와서 일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무척 행복하다 하십니다.

 

정년 퇴직후 남아도는 시간을 어떻게 사용해야 좋을 지 모르게 된 스고우치는 도서관에서 비슷한 처지의 기리미네를 만나 의기 투합합니다. 물론 기리미네가 먼저 꺼낸 솔깃한 제안이었지만, 의욕넘치는 그에게 어느새 동조하게 되어 농담으로 시작했던 '회사놀이'를 시작하게 됩니다. 손님이 별로 없는 찻집에서 사무실이랑 사칙 같은 것을 의논하다가 찻집 주인까지 의기 투합, 회원제 형식으로 찻집을 빌려주게 되지요. 기왕 시작한거 혹시 같이 놀 사람이 있나 포스터를 붙였더니 입사 희망자 100명. 월급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회비와 식대, 음료비까지 내는데도 그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모이게 된 것입니다. 30년, 혹은 40년 동안 매일매일 회사일에 시달리면서도 그들의 몸이 부서져라 일했던 일터였기에 갑자기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현실이 오히려 그들을 힘들게 했던 것이지요. 이들은 정말 열심히 일합니다. 회사가 너무 커져서 스고우치를 사장으로 하는 '주식회사 놀이'와 기리미네를 사장으로 하는  '주식회사 거래처' 두 군데로 나누어서 식자재 무역상 놀이를 하지요. 현물과 현금만 오고가지 않는다 뿐이지, 기초 자산과 부채 설정까지 해두어서 돌아가는 판은 실제의 회사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입사희망자가 늘어나 지사도 설립하고 출장도 갈 수 있는 시스템까지 되니 이것이야 말로 실제로 운용되고 있는 시뮬레이션 게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8시간 근무가 원칙이지만, 실제로 그 시간에 퇴근 하는 사람은 없기에 야근도 하고 - 물로 야식비도 들어갑니다만 - 아주 재미있고 활기차게 일을 합니다. 점점 노인들에게 생기가 돌지요. 한편 회사에 잘 다니고 있던 스고우치의 아들은 거래처의 수상쩍은 사장님에게 스카우트 제의를 받는데 사표를 내던지고 나니 뭔가 자신이 해낼 프로젝트가 없으면 곤란한 상황입니다. 처음에는 아버지의 회사놀이를 반대했지만, 약혼녀의 설명도 들어보고 한발짝 물러서서 보았더니 이것참, 잘만 하면 좋은 사업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에게 혼쭐이나지요. 그런데, 갑자기 일이 터집니다. 무슨 일일까요? 직접 확인하시는게 좋겠습니다.

 

은퇴후의 놀이로 시작했지만, 시뮬레이션 그 이상의 가치가 있었고, 아버지들의 모조 회사 놀이가 사회와 만나는 순간 그 좋은 취지가 점점 흐려지기 시작해 안타까웠습니다. 그들이 추구하는 것은 돈이 아닌 삶의 활력이었음에도 불구하구요.

이 소설은 마지막까지 읽어보면 가족 소설이로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읽는 동안에는 어찌나 재미있는지 웃고, 감탄하고 하다보면 후다닥 읽게 되지만, 막상 책을 덮으면 이것저것을 생각하게 되지요.

 

 

요새 노인 일자리 창출 사업이 늘고 있습니다. 어르신들은 보람을 찾아서 일을 하신다고 말씀하시고, 행복해보이시지만, 젊은이인 제 입장에서 보면 가끔은 저정도 급여로는 곤란하지 않나 싶을때가 있습니다. 최저임금제를 적용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는 하지만, 근무하시는 시간이 짧고 때로는 격일제로 출근 하시기 때문에 월 단위로 생각하자면 손에 쥐는 돈은 차비와 식비, 그리고 얼마간의 용돈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기왕이면 수입에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사업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눈가리고 아웅이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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