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마리 개구리 깃발 식당 - 레오나르도 다 빈치 - 박이정 각색 - 레오나르도님 때문에 고민입니다

세 마리 개구리 깃발 식당 - 요리와 사랑에 빠진 천재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 지음, 박이정 각색, 김현철 옮김 / 책이있는마을 / 2011년 5월

만일 르네상스 시대에 안녕하세요 전국 고민자랑이 있었다면, 아마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제자이자 조수인 살라이가 사연을 보냈을 것입니다.

"저희 선생님 때문에 고민입니다."라는 사연을요.

그도 그럴 것이 그 당시의 스타일과 달라도 너무 다른 신개념 요리들을 내세우는데, 지금이라면 멋도, 맛도 건강도 챙긴 음식이라 환영 받았겠지만, 그런 웰빙 스타일이 당시엔 맞지 않았었죠. 누구라도 알아줬으면 좋겠지만, 음식이란 자고로 배를 불리고, 독이 들어있지만 않으면 그만이었으니까요. 레오나르도는 그런 식생활이 너무너무 싫었습니다. 이건 뭐 맛도 없고 곤죽이 다되어버리고, 전혀 우아하지 못하게 손으로 들고 뜯고, 나이프로 쓱쓱. 먹기 편하게만 고안 된 음식 같은건 예술가에겐 모독이었죠. 비단 이탈리아 뿐만이 아니라 미식의 나라 프랑스까지 당시엔 그런 모습이었으니 말 다했지요. 레오나르도는 친구 보티첼리와 함께 식당을 개업하기에 이릅니다. 네, 여러분이 아시는 바로 그 보티첼리 입니다. 식당의 이름은 <세마리 개구리 깃발 식당>. 하지만 엔초비 한마리에 당근 네조각이 예쁘게 셋팅되어있는 음식을 안주라고 먹으러 올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그래서 금방 망하고 말지요. 여기서 포기할 레오나르도가 아닙니다.

우여곡절끝에 루드비코의 성에서 일하게 되는데요. 신개념 음식들을 만들어 퇴짜 맞고, 엄청난 요리 기계들을 발명합니다. 여기서 엄청나다는 것은 여러가지 의미가 있는데요. 대단하기도 하고, 창의적이기도 하지만, 이를테면 예전엔 여자 두명이면 해결되었던 문제를 말 네마리와 사람 다섯명이 필요한 기계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는 것이지요. 신개념도 너무 신개념이라 조수들은 죽을 맛이구요. 여기서 최대의 피해자는 루드비코 영주였을겁니다. 아니, 루드비코 어르신이 안녕하세요에 먼저 사연을 보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연회 당일 주방이 폭발하질 않나, 자신의 결혼식이 엉망진창이 되어버리지 않나, 심지어 신개념 목욕탕에서 목욕하다가 익사할 뻔하기까지 했지 뭡니까. 그래도 루드비코 역시 신개념을 좋아하는지라 레오나르도를 지원해주었었지요. 하지만, 신개념 음식만큼은 별로였던 모양입니다.

결국 프랑스에 함락되고, 레오나르도는 앙리왕에게로 가게 됩니다. 앙리왕은 젊은 왕이라 그런지 신개념을 이해해주고 레오나르도를 지지해줍니다. 레오나르도가 고심하고 고심해서 개발해 낸 요리인 '먹을 수 있는 끈 요리'를 루이 왕이 퇴짜 놓은 데 반해 루이의 뒤를 이은 앙리는 꼭 먹어보고 싶다고 명령하여 실의에 빠진 레오나르도를 구제해 내지요. 먹을 수 있는 끈 요리란 바로, 지금의 스파게티랍니다. 네, 그렇습니다. 스파게티의 창시자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였지요. 그리고 스파게티를 편하게 먹을 수 있게 세갈래 포크를 발명해 낸 사람도 그입니다. 뿐만 아니라 테이블 위에 놓는 넵킨을 고안해 낸 사람도 레오나르도 다 빈치 인데요. 여러가지 넵킨 접는 법에 대한 스케치 까지 남겼더랍니다.

레오나드로 다 빈치의 '나는야 궁정 최고 요리사가 되고 말꺼야'라는 의지 덕분에 이 책은 정말 재미있고 흥미있게 흘러갑니다. 아니 뭐 이런 엽기 발명가가 다 있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실존인물이 아니었다면 말도 안되는 코믹 소설이라고 느껴 질 정도였지요. 무척 재미있는 책이었습니다. 요리기계가 프랑스 군대를 혼내주는 용도로 사용 되었을때도 너무너무 웃겼구요. 연회 당일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주방의 모습도 무척 웃겼습니다. 레오나르도와 보티첼리의 세마리 개구리 깃발 식당은 개업하고 금방 망해버렸지만, 그의 요리 혼은 그가 죽을 때 까지 이어졌으니 그는 어쩌면 미술가, 음악가, 발명가 등등으로 불리기 보다는 요리사로 불리길 원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