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다보면 이런일도 겪게되고 저런일도 겪게되고.. 그러다보면 비일상적인 기묘한 일과 엮이기도 하지요. 아니, 저만 그런가요? 기적까지는 아니더라도 소소한 기이한 이야기들 그러나 그것이 공포스럽다기 보다는 어쩐지 사랑이나 추억이 잔잔하게 배어나는 그런 일이라면, 아마 공포보다도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겁니다.
1970년 무렵 도쿄의 아카시아 상점가에는 <사치코 서점>이라는 헌책방이 있었습니다. 이름은 사치코 이지만, 주인장 할아버지만 서점을 지키고 있을 뿐이지요. 이 책 <사치코 서점>에는 서점 주변에서 일어나는 기이한 이야기 일곱편이 옴니버스 단편으로 들어있습니다. 각 단편들은 각 주인공들의 회상처럼 이야기 되고 있지만 '사치코 서점'이라는 장소가 있기에 서로 연관이 있는듯 없는듯 그렇게 흘러갑니다.
괴담이라고 해야할까요, 슬픈 영혼의 이야기라고 해햐할까요... 아이들이 등장하는 것도 그렇고,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 괴담 시리즈를 - 시대는 다르지만 - 보는 것 같았습니다. (아니, 이렇게 말하면 작가에게 실례가 될까요) 그 동네를 가 본적도 없지만, 동네의 모습이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졌구요..
'아카시아 비가 그칠때'라는 음악을 자주 틀어 놓는 레코드점을 비롯해, '사치코서점''라면가게'등등이 늘어서 있는 상점가... 수국이 피어있는 거리 풍경, 가쿠지사 옆의 서민아파트 같은 그런 일상의 공간들이 실제로 우리 옆동네처럼 머리속에 환하게 그려졌습니다.
모든 이야기들이 가슴 한켠을 지잉하고 울렸지만, 괴이한 것으로부터 동생을 지키려고 애썼으나 행방불명이 된 형의 이야기 '여름날의 낙서'편에서는 무언가 울컥하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이 책은 단편집이지만, 무언가 유기적이기에 혹시 형이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돌아와주지 않을까하며 책의 마지막까지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돌아와 주지 않더군요. 그 아이는 만날 수 없었지만, '여자의 마음'에서 엄마의 자살에 동반하게 된 - 엄마에게 살해된 - 꼬마아이는 마지막에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죽었지만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구요.
이 책의 이야기들은 슬프고 괴이하지만, 분명 가슴 따뜻하고 아릿한 이야기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각 사연들에는 여러가지 형태의 '사랑'이 있었습니다. 네.. 분명,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