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삭 속았수다 - 성우제의 제주올레 완주기
성우제 지음 / 강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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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사는 사람이 남산 한 번 안 올라 가보고 경복궁 한 번 안가본다고 했던가요. 제주에 사는 저는 돌아다니기를 그렇게 즐기면서도 올레코스 완주는 커녕 달랑 2코스와 반코스를 걸어보았을 뿐입니다. 3년동안 말이에요. 언젠간 꼭 완주를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도 어떤날은 추워서 안되고, 더워서 안되고, 바람불어 안되고, 자외선 알레르기 때문에 안되고, 일있어서 안되고, 몸 안좋아 안되고..

그러다가 걷기 좋고 나들이 가기 딱 좋은 요즘, 파란 하늘이 예쁜 책을 발견했습니다. 성우제님(이하 존칭 생략)의 <폭삭 속았수다>라는 책인데요. 요새는 많이들 아시는 말. '폭삭 속았수다라'는 말은 '수고 많으셨습니다'라는 뜻이에요. 성우제는 기자출신의 라이터로 현재 캐나다에 살고 있는데, 제주 올레를 걷고 싶어서 일부러 제주까지 날아와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그가 외씨버선길을 걷고 나서 쓴 책도 있다고 하니 언제 한 번 읽어봐야겠습니다.

 

그의 다른 책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된것은 그의 글이 주는 느낌 때문이었는데요. 길을 걸으며 본 풍경, 사람, 생각들이 사실과 함께 적절하게 어우러져있어서 아주 깔끔한 느낌이었어요. 더하지도 감하지도 않은 그런 내용들. 무엇을 살리고 무엇을 죽여야 하는지를 제대로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쓴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나도 글을 쓴다면 이렇게 써야겠구나.. 여행기란 이런것이로구나 하는 기분이었달까요. 아름다운 서정성을 원하시는 분에게는 어쩌면 그저 다큐멘터리나 기사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고, 정확한 내용전달만을 원하시는 분에게는 오히려 감성적이 아닌가하는 불만을 줄수도 있겠지만, 저에게는 딱 알맞은 그런 책이었습니다. 나는 왜 길을 걸으면서 이런것을 못 느꼈을까. 어째서 아무하고도 이런 저런 대화를 하지 않았던 것일까... 하는 생각들도 하게 만들었거든요.

 

이 책은 코스별로 챕터가 나뉘어져있지만, 딱 코스 시작과 끝으로 하루의 걷기를 마무리 한 것이 아니라 마음이 내키면 조금 더 걷기도 하고, 힘들면 쉬기도 했습니다. 올레길이라는 건 그런거거든요.

놀멍, 쉬멍, 걸으멍. 아주 빨리 걸으면서 경주를 하는 그런 길이 아니라 자연이 주는 길을 걸으면서 그 자연을 온몸으로 온 마음으로 느끼며 치유를 하고 행복해지는, 집으로 가는 길이니까요. 이런 올레 걷기의 매력과 책의 매력이 한데 버무려져 책을 읽고 있노라면 당장에라도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책을 내려놓고 외출준비를 하게 만듭니다. 글솜씨 좋은 아저씨의 기분좋은 올레 여행기에 동참하고 싶어서요.

 

책의 종이질마저 행복하도록 좋습니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매끄러움과 새책향기(새책증후군이 있다하더라도)가 저를 기분좋게 하지만, 이런 손끝의 기분 좋음을 위해선 종이에 반사되는 불빛으로 인한 눈의 피로는 감내해야했지요. 좋은 것을 누리려면 약간의 희생은 필요한 것인가봅니다.

 

올레길은 분명 많은 것을 줍니다. 걸어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도 못할 것들을 주지요. 그러나, 그 치유의 길을 몇몇의 쓰레기 같은 인간들이 두고 간 자취때문에 제주의 길은, 바당은 몸살을 앓습니다.

그러니 그런 분들은 오지맙서예.

 

** 이 책은 올레길 홍보 책도 아니고, 맛집멋집 소개 책도 아닙니다. 성우제의 제주올레 완주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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