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惡意)란 나쁜 마음, 좋지 않은 뜻을 말합니다. 그렇다면 사람은 언제 악의를 품게 될까요. 누군가가 자신에게 좋지 않은 행동을 했을때 순간적으로 악의를 품게 되지만, 한바탕 싸우는 것으로, 혹은 삭히는 것으로 악의를 해소하곤 하지요. 대부분은요.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히다카 구니히코도 누군가의 악의에 의해 살해되었습니다. 궂이 누군가.. 라고 말할 필요는 없겠네요. 범인은 친구이자 동화작가인 노노구치 오사무니까요. 네, 금방 범인임이 밝혀집니다. 첫장은 노노구치의 수기로 시작하는데요, 여기서는 그가 살해했음이 나오지 않습니다. 사건의 정황이 펼쳐질 뿐이지요.
소설을 읽다가 사건 해결을 위해 가가 형사가 나타났을때는 깜짝 놀랐습니다. 이 소설이 가가형사 시리즈 인줄 모르고 읽었거든요. 깜짝 놀란 것은 저 뿐만이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노노구치도 놀랐습니다. 가가형사가 경찰이 되기전 잠시 교편을 잡았을 적에 한 학교에 근무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죠. 아무튼 가가형사는 특유의 성찰력으로 사건의 범인이 노노구치임을 금새 알아내고 체포합니다. 하지만, 노노구치는 암으로 투병중이었고, 사건을 정리하던 중 무언가 석연찮은 점을 발견합니다.
애초에 알고 있던, 그러니까 악랄하고 교활한 히다카의 잔인함때문에 자신이 수년간 그의 고스트 라이터로 활동을 하던 그런 괴로움이 끝나간다고 생각했을 때 쯔음, 히다카는 결코 자신을 놓아 줄 생각이 없음을 알고 우발적으로 그를 살해했다....라는 점이 무언가 캐릭터를 만들어 낸 것만 같은 약간의 어색함을 느낀 가가형사는 사건을 수사하며 탐문하며 점점 더 이상한 점을 느끼고, 추적과 추리를 더해갑니다.
에릭 엠마누엘 슈미트의 <밀라레파>에서는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워 자신의 집에 몸을 의탁하게 된 숙부에게 잘생긴 어린이 밀라레파가 힘내라며 환하게 미소를 보냅니다. 숙부는 그의 밝고 환함, 천진하고 선함때문에 더욱 비참함을 느끼고 그런 비참한 감정을 느끼게 한 밀라레파를 미워합니다. 그 숙부의 마음에 악의가 싹트고 만 것이지요.
그러고 보면, 누군가가 자신에게 좋지 않은 행동을 했을 때 악의를 품는다.. 라는 말에는 대단히 주관적인 기준이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부끄러움, 창피함, 나자신에 대한 비참함 같은 것이 상대방을 미워하고, 나쁜 마음을 품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니까요. 이 소설도 그런 악의가 깔려있습니다. 자신을 미워해야만 하는 마음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다른 쪽을 향하고 만, 그런 악의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