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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스크랩 - 1980년대를 추억하며 ㅣ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5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14년 2월
평점 :
1980년대라고 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참 암울한 시기였고, 저에게도 우울한 시기였기에 사실 기억은 잘 나지 않습니다. 저의 기억은 제멋대로인데다가 편리하게 되어있어서 괴로웠거나 우울했던 기억은 미화시켜 기억하거나 억지로 밀어내어 기억은 드문드문 뻥뚫린 형태로 존재하고 있지요. 그럼에도 어떤 계기로 인해 그 공백이 메꾸어지면서 기억하기 싫었던 것이 떠올라 버리거나 해서 곤란합니다.
그러니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간 <더 스크랩>을 접해도 별다른 느낌이 없었습니다. 1980년대 따위. 난 기억도 못하는데... 그렇다면, 1990년대나 2000년대는 잘 기억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네요. 기억나지 않아요. 소중했던 친구들의 이름도 잘 기억나지 않는걸요. 누가 내 머리속에 지우개를 심었을까요?
그렇다면, <더 스크랩>은 1980년대의 역사를 짚어보는 셈 치고 읽어봐주겠어....라고 해도 무라카미 하루키가 관심을 두었던 일들의 역사일 뿐이네요. 그렇다면 개인의 역사, 무라카미 하루키의 역사라고 생각하고 읽어야지....라고 했더니... 그것도 아니고.. 하지만, 읽다가 찾아냈어요. 당시 대중들의 관심사가 이 책의 포인트였네요.
궁시렁 거리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면 실례했습니다. 궁시렁이 아니에요. 궂이 말하자면, 무라카미 라디오시리즈 보다 각 이야기 마다 주제가 좀 더 명확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 건지 딱알겠네. 그렇다고 모두 공감한 건 아니고, 제가 모르는 분야의 이야기들도 많았는데요. 이야기의 주제만큼은 확실했다고나 할까요? 무라카미 라디오 시리즈 중에는 그냥 옆짚아저씨의 수다 같은 것들도 있었는데, < 더 스크랩 >은 그렇지 않았어요. 이야기하고싶은 것을 이야기하는 젊은 하루키가 보였거든요. 기대하지 않았는데 재미있었어요.
참.. 책 가운데 헤르페스 이야기가 몇번이나 나와서.. 30년 이상이나 지난 지금은 헤르페스 치료약이 나왔나.. 하고 검색해봤는데요. 알약, 정맥주사, 연고등으로 증상을 치료할 수는 있지만 신경절에 침투되어있는 바이러스의 근원적 치료는 아직도 불가하다고 하네요.. 뭐.. 그렇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