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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가루 백년 식당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쓰가루 백년 식당>이라는 책은 순전히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표지에 마음이 이끌려 읽게 된 책이었습니다. 그런데, 표지 뿐만이 아니라 이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마음을 담아내는 사람들이라 제 마음도 이 책에 함께 포근하게 묻힐 수 있었습니다.
저렇게 순수하게 사랑해 본 적이 언제였던가, 아니 순수한 사랑이라는 것 자체를 한 적이 있었던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책은 잔잔하면서 순수하게 흘러갑니다.
메이지 시대 쓰가루에서 오른쪽 발가락이 없어 다소 소심하지만, 다정한 성격이었던 오모리 겐지가 오모리 식당을 창업합니다. 하지만, 식당을 창업했다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 아니라, 그의 부인과의 순수한 사랑으로 함께 힘을 모아 식당을 열게 되는 것, 그것이 중요한 포인트였습니다. 오모리 식당은 메밀국수집입니다. 2대째는 방탕한 자였기에 가게를 이어받지 않았지만, 3대째는 열심히 가게를 꾸려나갑니다. 장인 정신이 배어있는 가게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장남에게 가게를 물려줘야한다....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사나이라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야한다고 생각하지요.
4대째인 요이치가 이 소설의 주인공인데요, 요이치는 동경에서 잘 나가고 싶지만 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피에로로 요술풍선만들기를 하며 행사를 다니는데.. 그것이 자신의 꿈이었다면 그래도 행복하겠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저 대도시의 공허함과 외로움을 느끼며 하루하루 살아갈 뿐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동향의 아가씨, 사진작가 지망생 나나미를 만나서 서로 사랑을 키워나가지요. 두 사람 모두 순수한 영혼을 가졌습니다. <쓰가루 백년 식당>은 이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입니다.
저는 로맨틱한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신기하지요. 이 책을 읽는 내내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으니까요. 건어물녀인 저는 메밀국수의 육수를 내는 구운 전갱이처럼 따스함에 흐물흐물 녹아내려버렸나봅니다. 불꽃같은 사랑도 아니고, 그렇다고 맹숭맹숭한 그런 사랑이야기도 아닌, 그렇지요. 육수를 우려내는 것처럼 중불에서 서서히 우러나면서 주변을 감싸안는, 메밀국수가 없어서는 곤란한... 그런 정도의 사랑이야기입니다. 그러면서도 그 사랑이 참 예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사랑의 기운이 100년 전 부터 이어져 왔기 때문인가요?
이제 곧 벚꽃이 피겠지요. 꽃망울이 맺혔던데요.
이 책은 벚꽃 그늘 아래서 읽으면 더욱 좋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가 책 위로 벚꽃 잎이 하나 '토옥'하고 떨어지면 더 행복하겠지요. 2주후면 제주에 벚꽃 축제가 열립니다. 그 날 쓰가루의 오모리 식당처럼 마음을 담아내는 국수를 맛볼 수 있을까.. 조금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