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날들 - 대서양 외딴섬 감옥에서 보낸 756일간의 기록
장미정 지음 / 한권의책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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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요. 첫번째 장을 읽을 때 이미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고 눈물이 핑돌았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이라는 영화의 예고편은 보았지만, 상영하는 영화는 보지 못했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린 분들도 많았다고 하던데... 이 책은 영화에서 못다한 이야기까지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제가 이 사건에 대해서 알고 있었던 것은 드문드문... 방송을 통해서 인터넷을 통해서 전해 들었던 사실들 뿐, '어머 저럴수가.'정도였지 그녀의 마음을 충분히 알거나 함께 아파하지 못했었습니다.

 

이 책은 그런 절 내내 힘들게 했습니다. 조금만 보고 자야겠다고 생각했던 늦은 밤이었지만, 마지막 장까지 책을 내려 놓을 수 없었습니다. 그녀가 가족의 품으로, 그리고 보호해주지 않았던 조국이지만, 그래도 조국이라고 이 나라로 돌아와 대한민국의 땅을 밟을 때까지 잘 수가 없었습니다.

어린딸과 남편, 힘든 살림이었지만 그래도 나름 행복하게 소박하게 살고있었던 평범한 주부가 10년 넘게 알고 지내던 남편 지인의 부탁으로 가이아나에서 우리나라까지 짐가방을 나르는 아르바이트를 하게 됩니다. 수고비는 400만원, 수수료를 제하더라도 300만원이 생기니 살림이 어렵지만 않았다면 도전하지 않았으련만, 그녀는 그 돈을 위해 일을 하기로 했습니다. 금 원석인줄만 알았던 그 '물건'은 코카인이었고, 그녀는 프랑스 오를리 공항에서 체포됩니다. 마약소지 및 운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그녀는 파리 프렌 구치소에 수감되고, 그때부터 악몽이 시작됩니다. 말도 통하지 않는 프랑스. 불친절한 통역사. 아무도 그녀를 보호해 주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파리에서의 삶은 나은 편이었습니다. 마르티니크의 뒤코스 교도소로 이감 된 후에는 더 큰 괴로움이 그녀를 덮쳤습니다. 살인적인 더위, 굶주림, 외로움.... 그녀의 고통에 공명해버린 저는 가슴이 답답해서 미칠지경이었습니다. 누군가 그녀에게 희망이라는 것을 주었으면 좋았겠지만, 그 곳에서는 누구도 그녀를 도울 수 없었고, 스스로의 정신력으로 버텨내기엔 너무나도 가혹하고 외로웠습니다. 눈에 밟히는 아이 때문에, 자신을 구하고자 힘겨워 할 남편을 생각하면 너무나 마음이 아팠습니다.

1년 4개월 만에 임시 석방된 이후에도 그녀는 8개월간 마르티니크의 법원관할 아파트에서 두려움과 굶주림 속에서 재판을 기다려야만했습니다. 가석방 되었지만, 여권도 없고 말도 통하지 않는 그녀는 일할수도 없었고, 돈도 없었기에 며칠동안 굶기 일쑤였습니다. '난민'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그녀는 난민이었던 것입니다. 대한민국이 돌아봐주지 않는 그녀는 마르티니크의 난민이었습니다. 정식 난민도 아니었기에 난민으로서의 보호도 받지 못하는 그녀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2006년 KBS 추적 60분에서 사건을 알고 취재를 한 후에는 그녀를 돕기위한 카페도 개설되었고, 그녀의 사건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모금도하고 생필품도 보내고 했지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처럼 '어머, 저런 일도 다 있네...'라고 넘기셨을 겁니다. 사건 소식을 접한 2006년, 그녀만큼은 아니었지만, 저역시 인생의 전환기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큰일을 겪고 있었기에 더욱 그랬을 지도 모르겠다는 변명을 해보지만, 이제와서 미안한 마음이 밀려듭니다.


결국 그녀는 완전한 자유를 얻어 다시 남편과 아이가 있는 곳으로 돌아오지만, 그녀의 악몽과 괴로움이 끝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몇 년이 지났어도 그 사건은 아직도 그녀를 괴롭힐거라는 생각에 대한민국의 한 사람으로서, 또 그녀를 응원해주지 못하고 나 자신의 일만 보았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겨우겨우 책을 다 읽고 불을 끄고 자려 누웠지만, 쉽게 잠이 들 수 없었습니다. 마치 저 자신도 악몽속에 있는 듯한 기분. 차라리 소설이었으면 좋았겠는데, 미스터리소설이었다면 돌아와서 잘되었다며 편안한 기분으로 잠들수 있었겠는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습니다. 평범한 일상이 이렇게 깨어지기도 하는 것이구나.. 가까이 있는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해야겠다...라는 생각부터 그녀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대사관의 영사부터 우리나라 정부에까지 분노가 생겨 분을 삭이며 자야했습니다. 책을 통해 간접 체험한 제가 그럴진대 본인은 어땠을까요...정말, 가슴이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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